[예병일 칼럼] AI로봇 시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 21일 다보스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하는 일의 대부분, 어쩌면 전부를 인공지능(AI)이 처음부터 끝까지(end-to-end라는 표현을 썼다) 수행하는 시점까지 6~12개월 정도 남았을지도 모른다.” 조만간 AI가 코딩을 전부 할 수 있으리라는 얘기다. 앤트로픽은 ‘클로드 코드’라는 서비스로 최근 프로그래머들을 놀라움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대표적인 AI기업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며칠 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낸 성명서가 떠올랐다.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들여올 수 없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생산 현장에 시범 투입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조가 즉각 반발하며 저지를 선언한 것이다.
아틀라스 소개 영상 이후 회사 주가는 급등했지만, 공장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졌다. 미래의 아틀라스 직원들은 냉난방, 밝은 조명도 필요 없는 공장에서 파업도 없이 24시간 자동차를 조립할 것이 아닌가. 성명서를 보고 있으면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물결 앞에 둑을 쌓는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가 보인다.
하지만 이미 육체 노동자들보다 먼저 황망해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지식 노동자들이다. 시니어 변호사나 회계사들은 실무에서 AI의 도움을 받는 게 신입직원을 채용해 쓰는 것보다 일의 속도나 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훨씬 좋다고 말한다.
바둑기사 이세돌이 은퇴한 이유도 바로 AI에 있었다. 이제 인간 스승님이 아니라 AI에게 하루 종일 바둑을 배우고 AI가 알려주는 수를 외워 대회에 참가하는 프로 바둑기사들. 그들은 AI가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천상계(天上界)의 바둑’을 둔다고 말한다.
프로그래머들의 세계도 조만간 그리될 것 같다. 요즘 “AI가 짜준 코드를 보면서 얼마 전까지는 내용을 이해하고 감탄했는데, 최근에는 이해하기조차 벅찰 때가 있다”는 프로그래머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고 AI 전문가인 앤드류 응 교수가 며칠 전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에게 “긴장하라”며 던진 경고는 코딩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지금까지는 프로젝트 매니저(PM) 1명에게 여러 명(4~8명)의 코더를 붙여주었지만, 이제는 PM 1명에 코더 1명, 나아가 PM 2명에게 코더 1명만 붙여줘도 소프트웨어가 뚝딱 만들어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늦게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던 외과 의사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일론 머스크는 이달 초 “3년 안에, 옵티머스가 최고의 인간 외과 의사보다 수술을 더 잘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스페인 남부의 고도(古都) 세비야에 머물 때의 일이다. 이른 아침 알카사르 성벽에 붙어 있는 숙소에서 “따각따각” 들려오는 규칙적인 소리에 눈을 떴다. 돌이 깔린 골목길을 걷는 말발굽 소리였다. 창문을 열어보니 관광객을 태운 마차들이 골목을 돌고 있었다. 그 소리가 낭만적이면서도 처연했다. 인류 문명의 엔진이었던 말과 마부들은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이 등장하며 노동의 현장에서 밀려났고 향수를 파는 관광상품이 되었다.
인간이 육체적 노동은 로봇에게, 지적 노동은 AI에게 넘겨준다면, ‘남는 일’은 무엇일까. 인간은 무얼 하며 살아가나. 그런 세상은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머스크는 ‘생산의 폭발’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경제학의 수요공급 곡선, 자원의 희소성, 노동력의 유한성, 정치학의 자원의 권위적 배분 개념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22일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 AGI(범용인공지능) 과학자인 쉐인 레그는 자신의 X에 “AGI가 눈앞에 왔다”며 ‘AGI 이후의 경제’를 연구할 시니어 경제학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민간 기업조차 AGI 이후의 경제 시스템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이라면 무엇보다 밀려오고 있는 AI와 로봇의 물결을 막아보겠다고 방벽을 세우고 저항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서핑보드를 준비해 서퍼처럼 그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 위험할 수 있지만, 그 길밖에는 없어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 많다. AI 로봇 시대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대비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산업혁명이라는 물결이 밀려왔을 때 세계는 여러 번의 경제 공황과 전쟁을 겪어야 했다. AI 로봇 시대는 이보다 더 큰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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