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영상을 보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있다. 분명 모델이 걸어오고 있는데, 사람보다 옷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

마치 마네킹에 걸려 있던 옷이 그대로 둥둥 떠서 앞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느낌.
최소라의 워킹을 처음 본 날, 딱 그랬다.

골반을 과하게 쓰지도 않고, 어깨를 흔들지도 않는다.
상체는 거의 고정된 상태에 가깝다.
대신 직선으로, 속도감 있게,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래서인지 댓글에는 늘 비슷한 말이 달린다.
“모델이 아니라 옷이 먼저 보인다.”

최소라는 인터뷰에서 상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연습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디자이너가 만든 옷의 형태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

런웨이 위 모델은 주인공이 아니다.쇼의 중심은 언제나 옷이다.
그래서 골반을 크게 틀거나 어깨를 강조하는 워킹 대신, 실루엣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어도 상체의 흔들림은 거의 없다.
코트나 구조적인 재킷을 입으면 그 라인이 더 또렷하게 살아난다.
옷이 스스로 걸어 나오는 듯한 착각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해외 쇼장은 생각보다 길다.모델 수도 많다.
현장에서는 거의 빠르게 걷거나, 뛰는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 긴 동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체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는 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다.
속도는 빠른데, 중심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숨은 차오르는데 표정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피날레에서 모델들이 일렬로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더 확실하다.
앞뒤 모델의 실루엣은 흔들리는데, 최소라는 중심선이 그대로 유지된다.
라임색 재킷을 입고 등장했을 때, 그 차이가 더 또렷했다. 같은 무대, 같은 조명인데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워킹에는 정답이 없다.
누군가는 과감한 골반 사용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강한 어깨선을 선호한다. 무엇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소라의 워킹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계속 호출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자기만의 방식이 명확하다.유행을 따라 변주하기보다, 형태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 런웨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옷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흥미로운 건 스트릿 패션 사진에서도 그 분위기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과장된 포즈 없이, 몸의 축을 곧게 세운 채 서 있는 모습.
런웨이와 일상 사이에 큰 간극이 없다.


워킹이 기술이라면, 태도는 습관에 가깝다. 최소라의 걸음은 그 습관이 만든 결과처럼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은 기록으로 증명되지만, 진짜 설득력은 영상 속 몇 초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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