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칠뜨기. 1988년 드라마 '순심이' 속 칠뜨기 역으로 온 국민에게 사랑받은 배우 손영춘.
당시엔 본명보다 '칠뜨기'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고, 지금도 고향 고흥에서는 “손영춘”보다 “칠뜨기”라 해야 쉽게 찾을 수 있다.

순박한 웃음과 어눌한 말투, 완벽한 바보 연기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라섰던 그의 얼굴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전남 고흥군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 집안 형편은 어려웠고, 어린 시절 TV를 처음 본 순간부터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조선대 체육과를 다니다 무작정 상경한 서울. 탤런트 시험을 보기 전까지 라면 박스 공장, 새우잠을 자며 월부책 장사, 용산시장에서 배추 나르기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세 번 연속 낙방 끝에 1983년 KBS 공채 10기로 간신히 합격했지만, 이후 5년간 단역만 전전했다. 그러다 찾아온 인생 역전의 기회가 바로 '칠뜨기'였다.

칠뜨기 배역은 말 그대로 하늘이 준 기회였다.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재활원에서 행동을 관찰하며 철저히 준비했고, 고향 마을을 뒤져 10여 벌의 바보 옷까지 직접 구했다.
노력 끝에 전국민의 사랑을 받게 됐다. 백화점 사인회 한 번에 하루 출연료가 천만 원을 넘어섰고, 코미디 영화 주연을 꿰차고, 하루에 12개 행사를 뛰며 수천만 원씩 벌었다.
고향 마을에선 금의환향한 스타였고, 이름은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나갔다.

돈을 많이 벌자 유흥업소 운영부터 각종 사업까지 손을 뻗었다. 하지만 투자 실수와 경영 실패가 이어지며 벌어둔 50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계속 돈이 들어올 줄 알았다”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바보 같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너졌다.
인기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칠뜨기'라는 꼬리표는 연기자로서 옭아매기 시작했다.

‘칠뜨기’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배역에 도전했지만, 기회는 쉽지 않았다.
많은 연출자들이 여전히 그를 '칠뜨기'로만 봤고, 자연스레 방송 출연도 끊겼다.


그때부터 손영춘은 생계를 위해 밤무대 가수로 나섰다.
예전엔 밤무대가 부업이었지만 이제는 생계의 전부가 됐다. 옷도 룸에서 갈아입고, 지방 유흥가를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손님들은 여전히 그에게 칠득이를 보여달라 요청하지만 거절할 수 없다.

밤늦게까지 공연을 마치고 지방 모텔방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집 대신 모텔을 선택하는 이유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모텔방 침대에 누워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외로움을 삼킨다.
“예전처럼 대형 무대는 이제 없다. 오라는 곳 어디든 간다”며 씁쓸한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가슴 한켠엔 여전히 연기를 향한 미련이 남아있다.


그런 그에게 고향 고흥은 또 다른 의미로 자리잡았다.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둘째 형과 함께 고향집에 살며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형을 위해 땅콩껍질까지 갈아 넣은 건강식을 만들고, 시력이 남아있는 한쪽 눈마저 노안으로 희미해져 가는 형님 곁을 떠날 수 없어 고향에 머물고 있다.

고향집 장롱 깊숙이 보관된 '칠뜨기' 인기상 트로피. 어머니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보물 1호다.
“이 트로피를 안고 주무시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손영춘.
과거의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뜨거운 사랑과 가족의 기억만은 그의 가슴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나이는 어느덧 황갑을 훌쩍 넘겼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다.
“바보 역할이라도 주어진다면 제대로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며 다시 카메라 앞에 서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제는 뭘 알고 연기할 수 있다며 웃어 보이지만, 그 웃음 뒤엔 여전히 간절한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내가 사랑받았던 칠뜨기 같은 배역이 한 번만 더 주어진다면, 내 나이와 환경을 떠나서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진심 어린 바람.
‘칠뜨기’라는 꼬리표를 잠시 내려놓고, 배우 손영춘으로 다시 무대에 서는 날을 많은 이들이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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