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먹다가 모두 뷰티로… 시장 타오르는데 ‘큰 형님들’ 실적은 부진

연지연 기자 2024. 10. 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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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화장품, 글로벌 인기 끈다” 전망에
속속 뷰티 사업 강화 분위기
무신사·신세계인터내셔널·한섬뿐 아니라
와인앤모어까지 뷰티 진출 선언
시장 분위기 뜨거운데
아모레·LG생건 등 형님들만 울상
“中의 수렁이 아직 깊다”

중국의 한한령,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한국 뷰티 시장이 다시 뜨겁다. 케이(K)-뷰티 시장의 영역이 중국을 넘어 미국·중동·동남아 등지로 확장된 덕이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다양한 업권의 뷰티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올리브영 매장 전경. /뉴스1

10일 무신사 뷰티는 캐주얼 패션 브랜드 ‘레스트앤레크레이션’의 뷰티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라이선스 뷰티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는 뷰티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레스트앤레크레이션은 상품 기획과 제품 디자인을, 무신사는 제조와 유통을 담당한다.

수입 의류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뷰티사업에 더 힘쓰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SNOW)로부터 비건 뷰티 전문 자회사 어뮤즈(AMUSE)의 지분 100%를 713억원에 인수했다.

어뮤즈는 영뷰티 비건 브랜드로 소위 ‘장원영 틴트’로 불리는 ‘젤핏 틴트’로 유명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뷰티 브랜드 ‘비디비치’를 시작으로 대형사 중 가장 먼저 뷰티 사업에 손을 댄 회사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도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선보인 한섬라이프앤의 잔여 지분 49%를 지난달 모두 취득하고 뷰티사업 확장을 담당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한섬은 2020년 5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한섬라이프앤의 지분 51%를 1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유통사들만 뛰어드는 분위기도 아니다. 최근 소주 사업을 접은 신세계L&B는 와인을 원료로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해 ‘와인앤모어 뷰티’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잡았다.

식음료·유통사들이 뷰티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한국 화장품 인기가 한동안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우선 한국 드라마나 영화, 한국 연예인에 대한 인기가 꾸준히 높은 편이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상반기 시청 현황에 따르면 총 940억 콘텐츠 시청 시간을 기록한 가운데 비영어권 콘텐츠 상위 10위 안에 ‘눈물의 여왕’, ‘기생수 : 더 그레이’, ‘마이 데몬’ 등의 한국 제작 콘텐츠가 포함됐다.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등장한 인물의 화장법과 패션 등도 덩달아 인기를 끌게 된다.

유튜브 채널 '미스달시'에 올라온 티르티르 쿠션 제품을 사용하는 영상. 처음엔 자기 피부색보다 밝은색의 제품을 쓰는 영상을 올렸으나, 한 달 후 티르티르 측에서 제공받은 쿠션을 사용하며 만족하는 모습을 담았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3151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나 숏폼을 통한 한국 화장품 노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키움증권의 ‘숏폼으로 쇼핑하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회사는 해외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협찬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티르티르의 쿠션 파운데이션이다. 해외 유튜버이자 뷰티 크리에이터인 달시(DARCEI)가 피부색에 맞는 쿠션 파운데이션이 없다고 하자 티르티르에서 약 20가지 색상을 구현해 제품을 제공했다. 이후 이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후 티르티르의 쿠션 파운데이션은 미국 아마존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콘텐츠를 통해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숏폼으로 쇼핑하는 콘텐츠 커머스가 수익화 초입에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숏폼 콘텐츠를 통한 한국 화장품의 해외 매출 증가세도 아직 초입 단계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화장품 브랜드의 맏형격인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분위기는 좋지 않다. 미국 등 다른 시장에서 성과가 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보는 사업 손실이 커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을 이유로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기존 19만2000원에서 16만3000원으로 낮췄다. 신한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이 3분기 기준으로 중국에서 5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매출과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영업 적자가 예상보다 크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9754억원, 영업이익 414억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23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139% 늘어나지만 기존 추정치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2.57%(200억원) 적은 수준이다.

LG생활건강에 대한 판단도 비슷하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날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에서 중국의 기여도가 여전히 높고 고가 화장품인 후 매출 비중도 높은 편”이라면서 “중국 화장품 산업의 회복이 확인된 후에 LG생활건강을 다시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투자증권은 LG생활건강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어든 1조7278억원, 영업이익은 17.6% 증가한 151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는 증권사 평균 영업이익 기대치보다 9.6%가량 낮은 수준이다.

흥국증권은 LG생활건강에 대해 3분기 중국 화장품 수요 부진과 마케팅 비용 확대로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고 목표주가도 43만원에서 41만원으로 낮춰잡았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이 주가에 충분히 선반영됐고 실질적인 중국 화장품 소매 판매 회복이 중요하다”면서 “지난 7∼8월 중국 화장품 소매 판매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줄었다는 점이나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해서 LG생활건강의 3분기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47% 낮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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