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전국 곳곳이 꽃으로 물드는 이 계절, 그중에서도 고도(古都) 경주는 봄을 가장 우아하게 맞이하는 도시입니다. 신라 천 년의 역사와 함께 피어나는 꽃들은 단지 아름다움을 넘어 깊은 시간의 향기까지 전해줍니다.
찬란했던 왕국의 기억을 품은 고분과 길, 마을마다 봄꽃이 어우러져 특별한 여정을 선사하는 곳, 바로 경주입니다.
특히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4월의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처럼 느껴질 만큼 풍성하고 다채로운 봄 풍경을 보여줍니다.
놋점들 꽃단지

황리단길에서 교촌한옥마을로 향하는 길목, 도심의 번화함이 조금씩 사그라질 즈음 서쪽을 바라보면 너른 들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이 바로 '놋점들'이라 불리는 꽃단지입니다.
계절마다 다양한 꽃을 심어 색다른 풍경을 선보이는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유채꽃입니다.
유채꽃은 매년 4월 중순에서 5월 초까지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맞이해 진노랑 꽃물결로 들판을 채웁니다.
선덕여왕길

‘선덕여왕길’은 아직 대중적인 관광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벚꽃 산책로입니다. 숲머리 음식촌 뒤편 농수로를 따라 만들어진 이 둑길은 이름처럼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최근에는 맨발 걷기 코스로도 단장되어, 봄 햇살 아래 흙의 온기를 직접 느끼며 걷는 색다른 체험도 가능합니다.
길이는 약 2km 정도로, 명활성 입구에서 진평왕릉까지 이어지며 코스 자체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암곡 벚꽃 터널

보문관광단지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 달리면 도착하는 암곡 마을은 도시보다 조금 늦게 피어나는 벚꽃 덕분에 시내의 벚꽃이 진 이후에도 여전히 화사한 봄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암곡의 벚꽃 터널은 약 300m 정도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 벚나무가 빈틈없이 도로 위를 덮고 있어 마치 한 편의 동화 속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꽃잎이 바람을 따라 흩날릴 때면 이곳의 풍경은 더욱 극적으로 변하며, 짧은 거리 안에서 봄의 절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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