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신 호캉스”... 5월 황금연휴, 고유가가 바꾼 여행 공식

공혜린 기자 2026. 5. 1. 08: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 최고 단계…해외 장거리 대신 국내 숙소·단거리 패키지 수요 증가
자유여행보다 비용 예측 쉬운 상품형 여행 인기…호텔·리조트 예약률도 상승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로 제작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이미지


“항공권도 비싸고 기름값도 올라서…이번 연휴는 차라리 호캉스로 돌렸어요”

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가영(가명·29)씨는 유가 상승과 여행 경비 부담으로 5월 황금연휴 계획을 국내 호텔 휴식으로 바꿨다.

김씨는 “예전 같으면 제주도나 동남아 여행부터 알아봤겠지만 올해는 항공권 가격을 보고 바로 접었다”며 “기름값도 부담돼 차로 멀리 가기도 애매해서 서울 시내 호텔 1박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 못 가더라도 쉬는 날 분위기는 내고 싶어 가까운 곳을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용인에 거주하는 회사원 최진혁(가명·45)씨는 “원래는 가족끼리 렌터카를 빌려 자유여행을 선호했고 해외에서도 직접 운전하며 다니는 편이었다”며 “하지만 환율에 유류할증료까지 오르니 이번엔 처음으로 일본 패키지여행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휴에 집에만 있기엔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저도 1년에 몇 번 없는 황금연휴라 비용 부담이 덜한 쪽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항공권과 자가용 이동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5월 황금연휴 여행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장거리 해외여행 대신 국내 호텔·리조트를 찾거나, 해외를 가더라도 자유여행보다 비용 예측이 쉬운 단거리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제선 유류할증료 급등으로 여행객들의 소비 패턴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5월 발권 국제선 항공권에는 최고 단계인 33단계 유류할증료가 처음 적용됐다.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항공유 가격은 1갤런당 511.21센트로 집계됐으며, 이에 따라 일부 항공사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최소 7만5천원에서 최대 56만4천원까지 올랐다. 전달 최소 4만2천원, 최대 30만3천원과 비교하면 부담이 커진 셈이다.

비용 부담은 예약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여행·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4월 1~23일 해외 숙소 예약 건수는 지난 2월의 75%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2%)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반면 국내 숙소 예약 건수는 2월 대비 107% 수준으로 지난해(103%)보다 증가세가 커졌다. 해외 대신 국내 여행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숙박업계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A리조트의 4월 평균 투숙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포인트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경주가 96%로 21%포인트 급등했고, 제주 16.2%포인트, 대천 13.5%포인트, 해운대 8.8%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5월 예약률 역시 해운대 87.9%, 경주 82.5% 등 주요 지역이 이미 지난해 실투숙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B그룹 계열 일부 리조트와 호텔의 4월 예약률도 지난해보다 30~40% 증가했고, 5월 1~5일 황금연휴 기간 주요 지점 평균 예약률은 90%를 넘어 만실이 예상된다. 부산·제주 등 관광 거점 호텔 역시 객실 점유율이 80~90%대를 기록하며 조기 성수기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외여행 수요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다만 장거리보다 일본·중국·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으로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 단거리 노선 이용객은 1천438만4천77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175만308명보다 2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국제선 여객은 2천328만1천762명에서 2천605만2천983명으로 약 277만명 늘었는데, 이 가운데 단거리 노선 증가분이 263만명가량을 차지해 사실상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 전체 국제선 여객 중 단거리 비중도 50.5%에서 55.2%로 상승했다.

항공사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C항공사의 올해 1분기 일본 노선 여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중국 노선은 19% 증가했다. D항공 역시 일본과 중국 노선 탑승률이 각각 9%포인트, 12%포인트 상승했다. 저비용항공사들도 일본 노선 이용객이 크게 늘며 단거리 수요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자유여행보다 항공·숙소·일정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개별 예약 과정에서 붙는 추가 비용을 줄이고 총경비를 미리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이같은 여행 소비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장거리보다 단거리, 자유여행보다 패키지, 해외보다 국내 여행 선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경기도와 도내 지자체들도 유가 부담 속 ‘차 없는 여행’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도내 31개 시·군 관광지와 체험시설 등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경기 투어패스’를 선보였으며, 남양주시는 지하철역과 관광지를 연계한 모바일 스탬프투어를 확대 운영 중이다. 포천시도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하는 등 자가용 없이도 여행이 가능한 교통·관광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공혜린 기자 heygong00@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