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미국의 공습으로 손상된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종전 이후에도 핵 사찰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종전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핵시설 사찰을 둘러싼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공습으로 접근이 중단됐던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범죄적 군사 공격으로 접근 중단'"
바가이 대변인은 "미국과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범죄적 군사 공격으로 인해 IAEA의 접근이 중단된 시설들에 대한 사찰 재개 여부는 향후 협상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과 만난 적이 없다며, 손상된 핵시설에 대한 사찰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60일간 현 상태 유지' 양해각서"
이란은 미국과 맺은 양해각서를 근거로 들었다. 바가이 대변인은 "양해각서 제9항에 근거해 이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의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임을 강조하면서도, 공습으로 피해를 본 시설에 대해서는 당분간 외부 사찰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레바논·이스라엘로 번진 종전 셈법"
종전 국면은 주변국 정세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과 이란은 레바논 내 충돌을 막기 위한 새로운 감시 기구 도입을 추진 중인데, 이 기구에서 이스라엘이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스라엘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동의 전후 질서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핵 사찰 문제의 향배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전쟁은 멈췄지만 '검증'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이제 시작이다. 이란이 사찰의 문을 닫아둔 채 협상력을 키우려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투명성 요구와 이란의 주권 논리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사진 출처=다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