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7조·R&D 1.2조' 카카오, AI 투자 이어간다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사진=윤상은 기자

카카오가 신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서비스와 오픈AI와의 공동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며 데이터센터 신설 등 AI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는 AI 모델 학습·추론과 생성형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조치다. 최근 발표한 6000억원 규모의 경기 남양주시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 역시 AI 인프라 확충의 일환이다.

17일 카카오에 따르면 2021년 첫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시작한 이후 시설투자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 안산 데이터센터 구축이 한창이던 2022년과 2023년의 시설투자액은 각각 6429억원, 7222억원이다. 데이터센터가 준공돼 가동을 시작한 2024년에는 505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시설투자는 1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1401억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2년 연속 1000억원대 규모를 유지했다.

/그래프= 윤상은 기자

카카오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경기 남양주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 건립을 시작하며 AI 투자를 더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중 건축 인허가 등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6년 착공해 2029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금액은 약 6000억원으로, 첫 데이터센터의 4249억원 대비 약 1.4배 큰 규모다. 데이터센터 구축은 부지 매입, 친환경 건물 설립, 서버 및 네트워크 장치 설치 등으로 이뤄진다.

카카오는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교육·제조·금융 등 전 산업에서 높아지는 디지털 전환(DX)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구축 등 고도화된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올해 핵심 사업인 AI와 카카오톡 등을 위한 연구개발도 꾸준히 강화할 계획이다.

AI 투자 규모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카카오의 연결기준 연간 연구개발 비용은 1조원을 넘는 규모다. 2024년 연구개발비는 1조2696억원으로 매출의 16.1%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3420억원으로 매출 대비 18.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 실적은 머신러닝(기계학습)·AI·클라우드에 집중됐다. 구체적으로 △채널 메시지 타깃 알고리즘 개발 △머신러닝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 연구 등이 포함된다.

AI·클라우드 기술은 신규 AI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올해 말까지 개인화에 중점을 둔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최근 시험 운영을 시작한 AI 기반 채팅 서비스 '카나나' 또는 카카오톡에 적용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오픈AI와의 공동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경쟁사의 기업·소비자간거래(B2C) AI 서비스는 재미 위주일 뿐 이용자에게 유용함을 제공하지 못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일 기회가 많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험 공개된 카나나 역시 △일정 관리 △문서 요약 △문제 해결 등 실용적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프= 윤상은 기자

카카오가 대규모 AI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선 충분한 재정적 여력 확보가 관건이다. 카카오의 올해 3월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7조2927억원이다. 이는 2024년 12월 기준 7조6014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올해 3월 기준 단기차입금이 1조6295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 감소로 인해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63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은 본업을 통한 현금 창출력을 의미한다. 이는 AI 신규 서비스 등 재투자 여력 확보와 직결된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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