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우려낸 ‘천원국시’로 온기 채우세요”
광주 서구와 노인일자리 연계 ‘천원국시’ 운영 서구시니어클럽
양동시장점·풍암점 등 5곳…하반기 6~8호점 오픈 예정
우리밀 등 국내산 사용…65세 이상 천원·일반인 3천원
7일 오전 11시 광주시 서구 농성동 한 식당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번호표를 뽑고 단돈 1000원을 넣으면 주방에서 따뜻한 국수를 만들어 제공하는 곳이다. 가게에 마련된 28개의 좌석은 금세 가득찼고, 마감시간인 오후 2시가 되기도 전에 하루에 100그릇만 판매하는 국수는 모두 소진됐다. 65세 이상은 1000원, 그 외 손님은 3000원을 내고 국수를 먹는 곳, ‘천원국시’ 가게다.
광주시 서구와 서구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천원국시’는 노인일자리 연계형 사업이다. 당초 3000원 국수 매장을 운영하던 시니어클럽은 양동시장 경로당으로 이용되던 유휴 공간을 활용해보라는 서구의 제안을 받고 노인일자리와 접목했다.
지난해 3월 1호점인 양동시장 ‘천원국시’가 탄생했고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2호~4호점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농성점은 지난 3월 오픈했으며 오는 6월에는 금호점도 운영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7, 8호점도 구상 중이다.“
보통 공익형 일자리는 소득 등을 따져 우선 순위로 선발하지만, 천원국시는 60세 이상 조건만 있어요. 건강하고, 일하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수익을 창출해 어르신이 급여를 받는 것 외에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또 다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에요. 손님들도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먹고 가죠. 혼자 가서 먹기 불편한 점 등을 고려해 1인용 테이블도 마련했습니다.”
시니어클럽 박지영 실장은 “이왕 할 거면 정말 부담 없도록 최소한의 지폐 단위인 천 원으로 국수를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수를 만드는 사람은 60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현재 5개소에 20여 명씩 총 100여 명이 일주일에 2~3일 근무하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정도 일하는 조필순(67)씨는 “손자들만 돌보다가 잠깐이라도 일하니 활력이 돌고 재미있다”며 “돌아가신 우리 엄마 아빠도 오셔서 드시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 원이지만, 품질은 그 이상이다. 모든 지점의 동일한 맛을 위해 육수를 한 지점에서 만들고 국내산 약재와 과일을 더했다. 가격도 2배 이상 비싸지만 서창에서 나는 우리밀을 사용하고 국내산 김치를 제공한다.
이날 지인들과 방문한 이양순(78)씨는 “매일같이 오는데 맛도 일품이지만 정말 깔끔하고 깨끗하다. 한 그릇에 7~8천원을 해도 모자란데 요즘 이런 가격이 어딨냐”며 흐뭇해했다. 손님들은 언제 와도 즐거운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실장은 “가끔 너무 젊어보이는 분들에게 조심스레 나이를 확인하면 젊게 봐줘서 고맙다고 기분 좋게 다른 분들을 대접하는 경우도 있다”며 웃었다.
5개의 지점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이용객을 달리했다. 큰 아파트가 없고 연세 많은 분들이 주로 거주하는 농성점은 65세 이상과 세대동반 고객이 1000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동시장점은 50세 이상이 천 원 국수를 이용할 수 있고, 2호점 풍암점과 3호점 화정점은 20세 이하 청소년들도 해당된다. 특히 화정점은 토요일에 청소년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또 4호점 쌍촌점은 중장년층이 원룸촌에 거주해 40세 이상 1인 세대도 이용할 수 있다.
박 실장은 “일하시는 분들이 천원국시를 만들어 제공하고, 맛있게 먹고 간다는 손님들의 말에 함박웃음을 짓는다”며 “손님들이 일하는 분들의 노고를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고 전했다.
천원국시는 몸도 마음도 온기로 가득 채우고 가는 곳이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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