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adium]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빛고을 광주는 올해 유독 뜨겁다. 다름 아닌 야구 때문이다. 찬란한 왕조의 역사를 간직한 KIA 타이거즈 팬에게 2024시즌은 선물과도 같았다. 한국 야구에서 가장 빠르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젊은 스타의 탄생, 삼진을 가장 많이 빼앗아 낸 대투수의 기록, 그리고 2024 정규 시즌에서 가장 많은 승리. 광주 시민에게 올 한 해는 ‘타이거즈 땜시 살어야’라고 고백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밤하늘을 수놓는 홈런포를 보면서 남행열차를 부르는 건 하루를 마무리하는 광주만의 특별한 방식이 됐다. 그리고 이 도시의 정열적인 야구 문화가 응축된 공간이 있으니, 바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다. 구단 역사상 최다 관중 수부터 구단 역대 최다 매진 경기 수까지, 개장 10주년을 맞이한 챔필에서 쓰인 갖가지 관중 신기록은 KBO리그 천만 관중 돌파에 일조했다. 그 열정의 원천으로 함께 떠나보자. (9월 30일 작성)

에디터 정회하 사진 KIA 타이거즈, 김서현

#위치 정보

광주광역시 북구 서림로 10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2013년까지 해태-KIA 타이거즈의 홈 경기장은 무등종합경기장 내에 있는 무등야구장이었다. 종합경기장 한편에 자리를 잡은 이 야구장에서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과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신화를 썼고 타이거즈는 10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던 2014년, 타이거즈는 왕조의 찬란한 기억을 뒤로하고 기존 야구장 바로 옆에 있던 주 경기장 자리에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이하 챔필)라는 새 둥지를 틀면서 구단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었다.

챔필은 광주 구도심 끝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아쉽게도 기차로 광주를 찾아온 이들이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광주송정역이 도심에서 살짝 빗겨서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와서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25분을 달려 농성역이나 화정역에서 내린 후, 버스로 갈아타서 15분 정도 더 이동해야 한다. 낯선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오래 타는 게 부담된다면 처음부터 택시 타는 걸 추천한다. 역에서 약 20분 만에 챔필에 다다를 수 있다.

다만 고속버스를 이용한다면 기차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상황이 낫다. 챔필은 ‘광천터미널’로 불리는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로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밖에 붉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속속 보이기 시작한다면 비로소 설렘을 만끽할 때다. 내릴 곳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정류장이나 ‘무등야구장’ 정류장이다.

만일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을 이용하기로 했다면, 야구장으로 다소 일찍 출발할 것을 권한다. 늘어난 야구 인기만큼 주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챔필을 방문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크게 세 곳이다. 챔필의 지하 주차장과 옆에 있는 무등야구장의 지하 주차장, 그리고 경기장 앞 다리 너머에 있는 ‘임동 공영주차장’이다. 세 주차장 모두 챔필에서 KBO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주차하는 차도 많으니 주의. 경기가 끝난 후 한꺼번에 주차장을 나서려는 차들로 인해 출차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오직 이곳에서

챔필은 국내 최초의 ‘개방형 야구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개방형 야구장이란, 경기를 보다가 음식을 사 먹으러 관중석 밖으로 나가도 매점 앞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열린 콘코스(Concourse, 관중석 바깥쪽의 식음료 판매점이나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있는 긴 통로)를 가졌다는 뜻이다. 이후 지어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와 창원NC파크 역시 열린 콘코스 형태를 취했지만, 국내 최초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챔필만의 것이다. 경기를 보다가 출출해서 매점을 둘러보는 와중에도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국내 야구장에서는 흔치 않은 매력 포인트다.

챔필에 처음 방문하는 팬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라팍과 마찬가지로 3루 측 관중석을 홈팀 응원석으로 사용하는 야구장이라는 것이다. 잠실야구장처럼 그라운드 위 수비수가 북쪽을 바라보도록 설계된 대부분의 야구장과는 달리, 챔필에서는 수비수가 남쪽을 바라보며 경기한다. 따라서 야구 경기가 열리는 늦은 오후에는 1루 측에 햇볕이 내리쬐는데, 이를 피해 3루 측을 홈팀의 영역으로 정했다. 1루 측이 홈팀 응원석인 야구장에 익숙해져 있다면 예매할 때 이 점에 주의하도록 하자.

#어디든 좋아, 야구만 있으면

곳곳에서 팬을 위한 배려를 찾을 수 있는 챔필은 자리마다 특성도 다양하다. 다섯 종류의 일반석과 일곱 종류의 특별석이 있으니, 자신의 ‘직관 추구미’에 맞게 좌석을 골라본다면 더욱 즐겁고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일반석의 이름은 KIA 타이거즈 모기업의 자동차 라인업 이름으로 지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완성차 제조업체인 모기업의 정체성을 반영한 것인데, 매우 직관적이라 기억하기도 쉽다.

광주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면 3루 K8석을 추천한다. 응원단상이 바로 앞에 있기에 응원봉 ‘호통이’를 들고 목 놓아 응원할 수 있다. KIA의 마스코트 호걸이의 눈썹이 시시각각 바뀌는 걸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덤. 264m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띠 전광판에는 타석에 들어선 선수의 응원가 가사가 자연스럽게 띄워져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돕는다.

최근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야구를 즐기는 세대 범위가 넓어지면서, 야구장이 다양한 형태의 관람 경험을 팬에게 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챔필은 가족 단위의 팬들에 집중한 공간을 여럿 제공하는 등 그 요구에 충실하게 응답하고 있다. 캠핑장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테이블이 놓인 내야 파티석과 타이거즈 가족석, 스카이피크닉석은 여러 가지 음식을 펼쳐놓고 가족과 함께 야구 경기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외야 관중석 뒤편 에코다이나믹스 가족석에서는 아이들이 잔디밭과 모래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노는 것을 지켜보며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선수들의 땀방울을 지켜보고 싶다면, 챔피언석과 서프라이즈존에 자리를 잡아보자. 홈플레이트 뒤에 있는 챔피언석에서는 투수와 타자가 전하는 생생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푹신한 가죽 시트가 설치돼 있어 편안하게 경기를 지켜보기에 좋다. 서프라이즈존에 들어간다면 선수들이 서 있는 그라운드와 같은 높이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 경기 전 더그아웃 앞에서 선수들이 승리를 다짐하는 모습, 코너 외야수가 담장을 무릅쓰고 달려와 멋진 수비 실력을 뽐내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게 된다. 하지만 경기 중 파울 타구가 강하게 날아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니 경기에서 눈을 떼는 것은 금물이다.

#먹을거리 이모저모

야구장을 찾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 바로 먹을거리다. 챔필 역시 다른 야구장 못지않게 폭넓은 먹을거리를 선사한다. 우선 크림새우를 대표메뉴로 파는 ‘스테이션’은 그 인기가 상당해서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손에 음식을 받아 들 수 있다. 혹 경기를 보다가 당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면 ‘스트릿츄러스’로 달려가면 된다. 야구장에는 달콤한 음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스트릿츄러스가 있는 챔필만큼은 예외다. 마지막으로 화끈한 맛이 당긴다면 ‘마성떡볶이’를 찾아가 보자. 다만 매운 음식에 취약하다면 입이 얼얼해질 수 있으니, 화끈하게 달궈진 입을 진정시켜 줄 음료를 곁들이는 걸 추천한다. 챔필에서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들과 그 위치가 궁금하다면 KIA 타이거즈 공식 인스타그램(@always_kia_tigers)의 스토리 하이라이트 중 ‘F&B’를 참고하면 된다.

야구장 바깥에 있는 광주의 맛집을 즐기고 싶다면 배달 음식도 좋은 선택지다. 경기가 시작되는 시간과 교통이 혼잡해지는 시간을 고려해 야구장 주변에 있는 맛집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 된다. 챔필의 경우 2번 출입구 앞에서 1루 배달 존을, 홈 출입구 맞은편에서 3루 배달 존을 운영하고 있으니 주문 시 유의하자. 야구장으로 향하는 길에 음식을 사 들고 가는 팬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침, 야구장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양동시장에서 유명한 통닭을 사 오는 이가 많으니 참고할 만하다.

최근 화제인 장소를 뽑자면, 2024시즌을 앞두고 들어선 ‘인크커피’ 일 것이다. 1루 측 2번 출입구 앞에 있는데, 무려 800평대의 엄청난 매장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카페다. 다양한 빵 종류를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빵도 정말 많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빵은 야구장에 자리를 잡은 매장의 정체성을 잘 살린 ‘야구공 빵’이다. 안에는 달콤한 크림이 한가득 담았고 겉은 쿠키로 감싼 번이다. 다른 곳에 있는 인크커피 매장에서는 만나볼 수 없으니 이곳에 방문했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참고로 이곳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영업하니 야구가 그리울 때 방문해 보는 걸 추천한다.

#광주의 함성

자타공인 KBO리그 대표 명문 구단 KIA 타이거즈의 연고지인 광주 사람들에게, 야구는 특별한 의미다. 무등야구장에서 선동열의 활약을 지켜봤던 중년은 바로 옆에 세워진 챔필을 자녀와 함께 찾고, 야구장에 처음 찾아온 청년은 젊은 스타의 등장에 열광한다. 타이거즈가 지금까지 써 내려온 역사에 챔필이 함께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낸 이곳 챔필에서 앞으로의 10년 동안 울려 퍼질 광주의 함성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야구장의 문이 다시 활짝 열릴 봄날을 기다려보자.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63호 (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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