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대통령의 위기, 與 의원들이 보는 돌파구는?

이성택 2024. 10. 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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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A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공직사회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수도권 B의원은 "윤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MB정부에서 일했던 C의원은 "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와 권력을 나눌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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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오찬에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마닐라=연합뉴스

여권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며 짙어진 무능 이미지에 부패하다는 인상마저 더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쥐고 흔드는 듯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용산 십상시' 의혹을 폭로한 김대남 전 행정관 사태가 이어지면서다.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향한 싸늘한 민심에도 대통령실의 대처는 굼뜨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도 "고집 불통"이란 불만이 터져 나온다. 무능한데 부패해 보이기까지 하는 권력을 곱게 볼 민심은 없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외치고 '집권 플랜 본부'를 띄웠다. 그럼에도 역풍이 미미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정국은 어디로 흐를까. 돌파구는 있을까. 국민의힘 의원 세 명을 만나 물어봤다.

부산·경남(PK)의 A의원은 "공직사회의 변심"을 관건으로 꼽았다.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던 노무현 정권 말기에 공직사회, 특히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이 등을 돌리며 정권이 그로기 상태로 내몰렸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만큼 권력의 흐름에 민감한 집단이 없다"면서 "당시 정부·여당 인사의 비리가 담긴 비밀 문건이 정부기관으로부터 야당에 통째로 넘어오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공직사회가 등을 돌린 조짐은 없다. 정권 교체를 예단할 단계도 아니다. 하지만 A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공직사회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수도권 B의원은 "윤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여소야대에 보수 분열까지 겹쳐 동해 유전이라도 터지지 않는 한 지지율 반등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임기를 1년 줄이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해 남은 임기를 보장 받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B의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르고 싶어하는 이재명 대표의 이해 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역사와의 대화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이 1987년 이후 처음으로 개헌에 성공한다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는 일이다.

MB정부에서 일했던 C의원은 "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와 권력을 나눌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대표에게 내치 주도권을 넘긴 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에 집중하는 시나리오다. 이를 통해 보수 분열을 막아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한 갈등이 깊은데 권력 이양이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의원을 미워했다. 그래도 야당에 정권을 빼앗겨 감옥에 가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임기 중 권력을 나눴다"고 답했다. 한 대표에게 확실한 권한을 주면 재보궐 선거나 지방선거 패배 시 책임지고 물러나게 하고 다른 후계자를 띄울 기회도 생긴다.

물론 이들의 전망은 전부 빗나갈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처럼 거부권을 자주 행사하며 친윤 중심의 당내 질서를 이어가려 할지 모른다. 김 여사도 왕성한 대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통치 방식이 다음 달 임기 반환점 이후에도, 의원들이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유효할까. A, B, C의원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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