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하우스’ 1위, 창작 뮤지컬의 시대 열렸다…예스24 10월 공연 예매 트렌드

/사진=YES24 제공

공연계의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다. 예스24가 발표한 2025년 10월 공연 예매 집계 결과, 창작 뮤지컬들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며 국내 공연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스토리의 밀도와 음악적 완성도를 앞세운 작품들이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K뮤지컬’의 경쟁력을 다시 증명한 한 달이었다.

1위를 차지한 작품은 뮤지컬 ‘그레이하우스’. 영화의 탄생기와 예술의 변혁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 편의 예술 철학서처럼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오는 12월 7일까지 대학로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섬세한 연출과 미장센, 그리고 인간의 창조 본능을 탐구하는 스토리로 호평받고 있다. 예매자 후기에는 “음악이 장면을 이끈다”, “예술의 본질을 무대로 풀어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뒤를 이은 2위는 ‘조선의 복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복싱에 뛰어든 청년들의 투지와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묵직한 감동과 에너지를 전한다. 역사 서사와 스포츠 드라마의 결합이 신선하다는 평이다. 3위에 오른 ‘후크’는 네버랜드의 악역 ‘후크 선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동화 속 세계를 완전히 뒤집었다. 흑백이 아닌 회색의 시선으로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며, 새로운 서사 구조를 제시했다.

상위권에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흥행작들도 자리했다.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온 ‘팬레터’는 여전히 ‘감성 뮤지컬’의 대표 주자로 꼽히며, ‘라흐마니노프’ 역시 클래식 음악가의 고독과 창작의 고통을 세밀하게 풀어내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위키드’ 내한 공연, 태양의서커스 ‘쿠자’ 등 글로벌 대형 공연이 순위권을 지키며, 공연계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극 부문에서는 ‘타지마할의 근위병’이 7위에 진입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번 순위 변화는 단순한 인기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라이선스 작품이 주도하던 무대에서 이제는 국내 창작진의 스토리텔링과 음악이 관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강점은 서사의 공감력과 인물 감정선의 디테일”이라며 “이제는 해외 작품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예스24 측은 “창작 공연이 단기 유행을 넘어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도전을 지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에도 SF, 미스터리, 사회 드라마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창작 뮤지컬이 다수 예정되어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연 시장은 지금, 변곡점 위에 서 있다. 관객은 단순한 흥행작보다 ‘이야기의 힘’을 원하고, 무대는 점점 더 예술의 본질을 향해 나아간다. 10월의 예매 순위는 그 흐름을 상징처럼 보여준다 — 한국 뮤지컬은 이제 세계 무대의 관객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