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여행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질문 중 하나는 ‘조용한 곳 없을까?’일지도 모른다.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를 피해도, 제주다운 자연과 풍경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수월봉은 숨겨진 답처럼 존재한다.
해발 77m의 낮은 봉우리지만, 수월봉에선 제주의 웅장함과 고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눈에 띄지 않았던 이 조망대에서, 제주 서부의 진짜 얼굴을 마주해보자.
바다와 화산이 만든 트레일

수월봉 하면 정상만 떠올릴 수 있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그 아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엉알 지질트레일’에서 시작된다.
날카롭게 깎인 절벽이 이어지는 이 길은 제주 서부의 해안선을 따라 2km가량 펼쳐지며, 그 풍경은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처럼 생생하다.
특히 이곳의 절벽은 다양한 화산지층이 드러난 지질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회색, 붉은빛, 갈색으로 층층이 쌓인 지층을 따라 걷다 보면, 제주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살아 있는 화산섬’임을 실감하게 된다.
수월정

짧은 오르막을 지나 정상에 도달하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육각형 지붕의 전통 정자인 ‘수월정’이다. 이곳은 과거 기우제를 지내던 공간으로, 전통과 자연이 맞닿아 있는 장소다.
바로 옆에는 제주 최서단에 위치한 ‘고산기상대’가 웅장하게 서 있다. 제주 하늘과 날씨를 관측하는 이곳은 기능적으로도 의미 있지만, 시각적으로도 풍경을 이루는 요소가 되어 고요한 언덕 위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수월봉 탐방을 계획 중이라면, 수월봉 입구에서 정상 혹은 자구내포구 방향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반드시 잠시 멈춰보자.
이 지점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지만,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마주하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자연스럽게 뻗은 해안 절벽의 곡선, 그 위로 유유히 떠 있는 구름, 멀리 배경처럼 서 있는 고산기상대까지. 이 장면은 필터도 필요 없는 ‘인생샷’을 남기기에 완벽한 장소다.
조용한 풍경 속에 나만의 시간을 담고 싶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기억해둘 만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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