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의 말도 안되는 작전 “김현수 빼고, 대타 구본혁” 그런데 그날부터 14승 2패

사진 제공 = OSEN

오래 기억될 7월 20일의 8회

씬 # 1

날짜 = 7월 20일, 일요일 밤 9시 무렵

장소 = 서울 잠실 구장

대진 = 엘롯라시코 11차전

8회 말이 시작된다. 스코어는 여전히 팽팽하다. 2-2 동점이다. 홈 팀 트윈스의 공격 차례다.

타순이 좋다. 2번 문성주가 선두 타자다. 이날 따라 타격감도 최상이다. 1회 솔로 홈런도 기록했다.

아니나 다를까.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잘 버틴다. 연거푸 커트 신공을 발휘한다. 결국 풀 카운트까지 끌고 간다.

8구째는 체인지업이다. 141㎞짜리가 안쪽으로 급격히 꺾인다. 놔두면 볼이다. 하지만 스윙은 벌써 출발했다. 어쩔 수 없다. 배트가 끝까지 따라붙는다. 무릎 한참 아래서 공과 만난다. 그런데도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만들어진다.

타구는 우측 라인을 타고 흐른다. 넉넉히 2루까지 서서 들어간다. 무사 2루, 천금의 기회가 열린다.

상대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곧바로 마운드 주인이 바뀐다. 최준용이 나가고, 정철원이 올라온다.

그때였다. 홈 팀 벤치에서 타임을 건다. 구심을 향해 선수 교체를 통보한다. 대타 기용이다.

뭐, 그럴 수 있다. 워낙 결정적인 순간이다. 모든 걸 걸고 두 쏟아붓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너무 의외다. 빠진 것은 3번 타자다. 심지어 김현수다. 대신 들어온 건 구본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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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SNS와 댓글창

순간 그라운드에 멍~한 정적이 흐른다. 수천, 수만 개의 물음표가 떠오른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벌집을 쑤신 것 같다. 혼돈과 충격 그 잡채다.

“뭐야? 김현수가 빠진다고?”

“보내기 번트 대려고? 김현수를 뺀다고?”

“2루 땅볼 정도는 김현수 전공인데?”

“득점권 타율은 그래도 맹구 아닌가?”

“(득점) 확률 쥐콩만큼 올리려고?”

“1사 3루 되면, 다음 문보경인데?”

“아까 무사 1루 때는 오지환 강공시켜서, 말아먹더니….”

“누워서 TV 보고 있었는데, 벌떡 일어나게 만드네.”

주로 이런 반응들이다. 그야말로 봇물을 이룬다.

결과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 구본혁의 번트는 예술이었다. 몸 쪽 빠르고, 높은 공을 3루 쪽으로 기가 막히게 굴려줬다. 염 감독의 숙원이 이뤄졌다. 드디어 1사 3루가 됐다.

그리고 다음 문보경이 해결해 준다. 왼쪽으로 뻗는 깔끔한 2루타다. 3루 주자(문성주)가 걸어서 홈을 밟는다. 전광판에 3점째가 올라간다.

3-2는 이 경기의 최종 스코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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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감독의 설명

당시 김현수는 어떤 상태였나. 앞선 두 타석이 별로였다. 1회 외야 뜬공, 5회 2사 1루에서는 1루 땅볼에 그쳤다. 유일한 성과는 3회에 나왔다. 2사 1, 2루에서 볼넷을 골랐다. 그러니까 2타수 무안타였다.

주말 3연전 동안 한 게 별로 없다(9타수 0안타). 최근 10경기 성적도 내리막이었다. 34타수 6안타(0.176)로 타율을 한참 까먹는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다. 지나치게 파격적이다.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작전이다. 그 상황에 대타라니.

그것도 김현수 아닌가. 누가 뭐래도 KBO리그 최상위 레벨의 타자다.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 중 한 명이다. 알아서 상황에 맞는 배팅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찬스에 약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득점권 타율이 딱 4할이다(7일 현재 전체 3위). 게다가 당일 타순표에 3번 자리에 배치된 타자다. 누굴 시킨 것도 아니고, 감독 자신이 결정한 배팅오더에 말이다.

그런데, 그걸 뒤집는다. 이건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상상 밖의 일이다. 그것도 보내기 번트를 위해서 대타를 쓴다니. 순리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일이다.

경기 후 염 감독의 설명이다.

“득점 확률을 높이고자 승부수를 띄웠다. 우리 팀에서 가장 번트를 잘 대는 선수가 구본혁이다. 만일 구본혁이 없었더라면 (김현수를 빼고 대타 번트) 이런 작전을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자 어느 기자가 이렇게 묻는다. “통산 9000타석을 넘게 소화한 베테랑이다. 전에도 이런 타자를 빼고 희생번트 작전을 낸 적이 있는가.”

염 감독의 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없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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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게임차로 벌어진 바로 ‘그 시기’

그로부터 20일 가까이 지났다. 굳이 그날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하루만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러니까 7월 19일이다. 그 무렵 트윈스는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았다. 7월 성적이 5승 6패였다. 후반기가 벌써 시작됐다. 하지만, 반등의 기미는 없었다.

한동안 잘 나가던 1위였다. 그런데 허덕이는 2위 신세가 됐다.

반면 이글스는 훨훨 날고 있다. 이때가 바로 그 유명한 ‘5.5게임차’의 시점이다. 신중하고, 경험이 풍부한 해설자마저 단언하게 만들던 시기다. 이런 멘트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화 1등? 거의 굳어져 가고 있다. (다른 팀이) 못 잡는다.”

하지만 경이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김현수를 뺀’ 그 경기 이후다. 트윈스는 16게임에서 2번밖에 지지 않았다. 나머지 14번은 모두 이겼다. 14승 2패, 승률로 따지면 0.875나 된다.

사실 이 기간 동안 전력이 나아진 건 별로 없었다. 외국인 투수는 교체 과정이었고, 타선의 핵심인 오스틴 딘은 여전히 재활 중이었다. 그런데도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폭발적 상승세와 그날의 대타 작전을 직렬로 연결시키는 건 무리다. 어떤 식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심지어 ‘대타-보내기 번트’가 성공한 작전인지도 불확실하다. 1사 3루에서 희생 플라이, 혹은 내야 땅볼로 결승점을 올렸다면 모른다. 그런데 (문보경) 2루타 아닌가. 주자가 2루에 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주자 3루가 되면 ▲ 볼배합이 달라지고 ▲ 수비 위치가 달라지고 ▲ 타자의 부담감이 달라지고…. 등등의 요소는 지극히 모호하고,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은 주장이다. 그리고 결과에 의지한 추론일 뿐이다.)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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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8회를 기억해야 할 이유

사실 <…구라다>는 비판적인 관점이다.

여전히 염 감독의 그날 작전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3번 타자를 뺀다는 것도, 희생 번트를 위해 대타를 기용한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무사 2루보다 1사 3루가 더 유리한 지도 의문이다. 세이버매트릭스에 따르면 무사 2루(1.0762)가 1사 3루(0.8916) 보다 기대득점이 높다. (리그의 차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대타 작전’은 전술이라는 측면만으로는 평가해서 안 된다는 사실이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야 한다. ▶ 팀이 지금 얼마나 위기인지. ▶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 1점이, 그리고 1승이 얼마나 절실한지. 그런 절박함이 그대로 배어 있는 ‘교체’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가 어떤 메시지 보다 강하게 선수들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만약 실패를 가정해 보자. 감독은 곤란해지기 딱 좋다. 그런 요소가 사방에 깔려 있다.

선수들의 리더 격인 인물이다. 그런 플레이어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빼 버렸다. 팀 워크나,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걱정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기이한 발상이다. 상식을 벗어난 교체다. 이론을 역행하는 작전이다. 여러 비평가의 그런 손가락질이 뻔히 예상되는 일이다.

염갈량이 그런 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결정했고, 실행했고, 성공했다.

그런 부분에서 7월 20일의 8회가 기억돼야 한다.

물론 어쩔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다. 이곳의 숙명이기도 하다. 이기면 모든 게 용서된다. 이기는 것이 곧 참이고, 정의다. 그리고 승부사는 거기에 따른 평가를 받게 될 뿐이다.

(참고로 김현수에게도 반전이 일어났다. 그날 이후로 6경기에서 안타 11개를 몰아쳤다. 타율이 0.290→0.302로 수직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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