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추가 인하 여력 있어"…영끌족엔 "감당 가능한 갭 투자해라" 일침

임성원 2024. 10. 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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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매파적 인하 기조…"美 '빅컷' 인하 기대하지 마라"
"DSR 규제 중장기 확대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창용 총재는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며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향후 인하 속도에 대해선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선 "(한국이) 미국처럼 0.5%p씩 기준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며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높였다"며 "그러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금리를 3% 올렸다"며 "우리도 0.5%p씩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 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는 확대돼야 한다"면서도 "DSR 규제가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있으니 가계대출 상황을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데 대해서는 "엇박자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70~80%가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가계대출 추이에 대해선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은 2~3개월 전에 있었던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의 2분의 1,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이 8월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9월 숫자만으로 금융안정이 이뤄졌다고 단언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정책을 해가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3개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선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며,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통위 내부 여론 지형이 변화한 것이다.

그는 "5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다른 1명은 거시 건전성 정책 작동하기 시작했고 필요 시 정부가 추가 조치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에서 장용성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장 의원의 소수의견에 대해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상황이기에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거시 건전성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선 적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정부가 거시 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 금리를 인하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실기했는지는 1년 정도 지나서 평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실기하지 않았냐는 분들이 있는데, 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을 예상했는지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는 또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견해도 있다"며 "그런 비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난 2년간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은 한 사이클 끝났다"며 "어느 나라보다 빨리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나 외환시장도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고 자평했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와 별개로 취약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해 금융중개지원 대출 금리를 2.0%에서 1.75%로 내렸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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