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간식으로 제발 주지 마세요" 살림 고수도 모르고 챙겨주던 '지방 폭탄'

학교나 학원에 다녀온 아이가 배고프다고 하면 냉동실에서 미니 크루아상을 꺼내 데워 주는 집이 많습니다. 크기가 작고 손에 기름이 많이 묻지 않아 감자튀김이나 햄버거보다 가벼운 간식처럼 보입니다. 우유 한 잔을 곁들이면 빵과 유제품을 함께 먹는 든든한 간식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포장지에 프랑스산 버터나 우유, 계란이 들어갔다는 문구까지 적혀 있으면 과자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빵은 밀가루 반죽 사이에 버터나 마가린·쇼트닝을 여러 겹 넣어 접고 펴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오늘 주의해야 할 간식은 바로 크루아상과 페이스트리류입니다. 한두 번 먹는다고 아이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작고 부드러워 양을 가늠하기 어려운 빵을 매일 두세 개씩 주면서 포화지방과 열량을 계속 쌓는 습관입니다.

크루아상의 겹겹이 갈라지는 식감은 공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죽 사이에 들어간 지방이 열을 받으면서 층을 분리해 바삭하고 부드러운 결을 만듭니다. 그래서 크기는 주먹보다 작아도 일반 식빵이나 담백한 빵보다 지방 비율이 높을 수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연구기관이 비교한 자료에서는 크루아상 하나에 든 포화지방이 비슷한 열량의 오트브랜 베이글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제품의 크기와 조리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벼운 빵’이라는 인상과 실제 지방 함량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미국심장협회도 성장기 어린이의 지방을 무조건 줄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지방은 생선과 견과류, 식물성 기름처럼 불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에서 얻고, 포화지방과 첨가당이 많은 과자·쿠키·튀김류는 줄이도록 권합니다.

크루아상을 한입 베어 물면 잘게 부서진 밀가루 전분과 지방이 위장관으로 내려갑니다. 전분은 작은창자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돼 장벽을 통과하고, 혈액 속 당이 오르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나옵니다. 버터와 쇼트닝에서 들어온 지방은 담즙과 소화효소의 도움을 받아 흡수된 뒤 운반 입자에 실려 간과 지방세포, 근육으로 이동합니다. 아이가 뛰어놀며 사용한 만큼은 에너지가 되지만, 활동량보다 들어온 열량이 계속 많으면 남은 에너지는 몸에 저장됩니다. 포화지방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혈중 LDL 콜레스테롤 관리에도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크루아상 하나가 곧바로 비만이나 고지혈증을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크루아상에 초콜릿 우유와 달콤한 잼을 더하고, 저녁에는 피자와 튀김을 먹는 식으로 비슷한 음식이 하루 종일 겹치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미니’라는 말입니다. 작은 크루아상은 한 개만 먹기 아쉬워 두세 개를 집게 되고, 초콜릿과 크림·소시지가 들어가면 지방과 당·나트륨은 더 늘어납니다. 크림치즈를 바르거나 달콤한 음료를 곁들이면 간식 한 번이 한 끼에 가까운 열량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도 케이크와 페이스트리, 아이스크림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을 줄이고, 방과 후에는 과일이나 담백한 토스트 같은 간식으로 바꿀 것을 안내합니다. 다만 아이에게 지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지방은 성장과 세포막 형성, 지용성 비타민 흡수에 필요합니다. 줄여야 하는 것은 견과류와 생선에 든 지방이 아니라, 버터와 쇼트닝이 많은 빵을 습관처럼 반복하는 섭취입니다.

아이 간식은 특별한 건강식품보다 구성을 조금 바꾸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크루아상을 주고 싶다면 매일이 아니라 가끔 한 개만 접시에 덜고, 달콤한 우유 대신 물이나 흰 우유를 곁들이십시오. 배가 많이 고픈 날에는 바나나나 사과와 삶은 계란, 플레인 요거트, 고구마처럼 식이섬유나 단백질이 있는 음식을 먼저 주는 편이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기 좋습니다. 견과류는 연령과 씹는 능력을 고려해 통째로 주지 말고 잘게 다지거나 무가당 견과류 버터를 얇게 발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포장 빵을 살 때는 앞면의 ‘우유 함유’나 ‘프리미엄 버터’보다 영양정보의 포화지방과 당류, 1회 제공량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한 봉지가 1회분인지, 여러 개가 한 봉지에 들어 있는지도 꼭 살펴보십시오.

크루아상과 페이스트리는 아이에게 절대 주어서는 안 되는 독성 음식이 아닙니다. 생일이나 여행처럼 특별한 날 즐기는 간식까지 금지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작고 가볍다는 이유로 매일 챙겨 주면 버터와 쇼트닝, 정제 밀가루와 첨가당이 자연스럽게 반복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몸은 한 번 먹은 간식보다 매일 되풀이되는 선택에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오늘 간식으로 빵을 꺼냈다면 봉지째 건네지 말고 한 개만 접시에 담고, 옆에 과일과 물을 놓아 보십시오. 내일은 고구마나 계란으로 바꿔 보십시오. 지금 줄인 작은 페이스트리 한 개와 새로 만든 간식 습관이 쌓이면, 10년 뒤 아이가 건강한 입맛과 튼튼한 몸을 지키는 조용한 밑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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