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없는 토트넘, 144년 만에 첫 6연패 수모

배준용 기자 2026. 3. 1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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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에 2부 강등 우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선수들이 11일(한국 시각)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전반에만 4골을 내준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토트넘은 2대5로 대패, 1882년 창단 후 처음으로 6연패 늪에 빠졌다. 왼쪽부터 미키 판 더펜, 케빈 단소, 주장인 크리스티안 로메로, 아치 그레이./로이터 연합뉴스

올 시즌 ‘캡틴’ 손흥민(34·LA FC)을 떠나보낸 토트넘 홋스퍼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끝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토트넘은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2대5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토트넘은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자멸’했다. 전반 6분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골문 앞에서 미끄러지며 잘못 찬 공이 상대 팀에 넘어가 허무하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14분엔 토트넘 수비수 미키 판 더 펜이 넘어지면서 찬스를 잡은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추가골을 넣었다. 이어 토트넘은 1분 뒤 수문장 킨스키가 킥 실수로 골문 앞에 있던 훌리안 알바레스에게 공을 넘겨주며 또 실점했다. 15분 만에 3골을 허용한 토트넘은 전반 17분 골키퍼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후 두 골을 더 내주면서 2대5로 패했다. 영국 BBC는 “올 시즌 암울한 토트넘의 현실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경기였다”고 평했다.

토트넘은 이날 패배로 1882년 창단 이후 첫 공식전 6연패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6’에 속하는 명문 클럽 토트넘을 다음 시즌 1부 무대에서 못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토트넘의 최근 리그 11경기 성적은 4무 7패. 승점 29(7승 8무 14패)로 16위에 머물러 있으며, 강등권인 18위 웨스트햄과의 승점 차는 1점에 불과하다. EPL은 18~20위가 2부로 자동 강등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리더 손흥민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래틱은 “손흥민은 라커룸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던 선수”라고 평가했다. 다혈질 성향이 강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 더 펜, 히샬리송 사이에서 구심점이 되었던 손흥민이 사라지자 토트넘 선수단의 감정 조절과 위기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 주장 로메로는 올 시즌 두 차례나 퇴장당하며 팀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토트넘 수뇌부의 잘못된 선택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구단은 지난달 팀 분위기를 쇄신한다며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부임 8개월 만에 경질하고 크로아티아 출신 이고르 투도르를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투도르 감독이 흐트러진 팀 기강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가 지휘봉을 잡은 뒤 토트넘은 4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전술은 방향성을 잃었고 선수단 장악력에도 의문이 제기되면서, 팀은 오히려 더 깊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11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도 실수를 저지른 골키퍼를 조기에 교체하면서 직접 다가가 설명하는 제스처조차 보이지 않아 “선수를 보호하기는커녕 책임을 떠넘겼다”는 현지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손흥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사비 시몬스와 랑달 콜로 무아니, 모하메드 쿠두스 등 공격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구단 운영진이 비판받는 이유다.

이 같은 부진이 이어진다면 토트넘은 1977년 이후 49년 만에 2부 리그로 떨어질 수 있다. 강등은 곧 막대한 재정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실망한 팬들이 발길을 끊을 경우 6만2000여 명을 수용하는 홈구장의 좌석을 채우기 어려워지고, 중계권료 수익도 크게 줄어든다. 그나마 강등 첫해에는 EPL 구단이 받는 중계권료의 55%를 지원금 형태로 챙길 수 있지만, 1부 리그로 곧바로 복귀하지 못할 경우 몇 년 뒤에는 중계권 수익이 EPL의 2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다. BBC는 “토트넘이 2부로 강등될 경우 최소 2억5000만파운드(약 4930억원)의 매출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주축 선수 대부분이 연봉 계약서에 ‘강등 시 연봉 50% 삭감’ 조건을 넣은 것으로 알려져 상당수 선수가 강등과 함께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16일 강호 리버풀과 맞붙고, 22일에는 잔류 경쟁을 벌이는 17위 노팅엄 포리스트(승점 28)를 만난다. 강등권 탈출의 분수령이 될 두 경기다.

한편, 토트넘을 떠나 미국 LA FC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은 11일 알라후엘렌세(코스타리카)와 벌인 북중미카리브해연맹 챔피언스컵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어시스트를 추가했다. 전반 44분 선제골을 내준 LA FC는 후반 11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드니 부앙가의 동점 골로 1대1로 비겼다. 손흥민은 올 시즌 1골 7도움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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