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속 작은 쉼터, 옥상 정원

도시 건물 속에 조성되는 옥상 정원은 환경 특성상 평화로운 휴식 공간이나 활기 넘치는 충전 공간 등 현대생활에 완벽한 조화를 제공한다. 이런 옥상 정원을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게, 바람, 배수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옥상 정원을 조성할 때 염두에 두면 좋을 주요 사항을 점검하고 식물 선택부터 배수 및 관개 시스템을 다루는 법까지 실용적인 조언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덤으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팁도 덧붙인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박진영 대표(화랑조경)
옥상 정원이 조성될 곳은 26층 펜트하우스로 현장은 두 개의 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크기도 압도적이었지만 3대가 함께 지내는 이곳에 대가족을 위한 옥상 정원을 어떻게 꾸밀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동안 조경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변수와 리스크를 현장에서 경험했기에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현장은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크레인 없이 진행된 공사
공사 당일 크레인 기사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금 기다려도 봤지만 불길한 마음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크레인 기사가 일정을 착각하고 펑크를 낸 것이다. 그렇다고 일정을 바꿀 수도 없었다. 수목이며 플랜터며 흙, 돌, 기타 자재들이 이미 1층에 도착했었기 때문이다.
고층 전용 크레인을 당장 섭외하는 것도 무리였기에 결국 26층까지 모든 자재를 계단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 고층건물 계단을 무거운 짐을 지고 수십 번을 오르내리며 공사가 시작됐다.

식물이 많은 정원
정원은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클라이언트 니즈에 맞춰 다양한 사이즈의 코르텐강 플랜터를 제작하고 교관목과 그라스, 초화를 골고루 식재했다. 그리고 높이와 규격을 다양하게 조합해 디자인이 심심하지 않도록 계획했다. 플랜터는 무게뿐만 아니라 향후 해체하고 이동할 것까지 고려한 장치였다. 안개나무, 계수나무, 산수국, 바이오체리, 모닝라이트 그라스, 포니테일 그라스, 무늬억새, 말발도리, 블루베리, 자엽국수, 무화과 등 다양한 초화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형태로 풍성하게 연출됐다.

옥상 정원의 고려 사항
무게 및 하중 옥상 정원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건물의 구조 특성이다. 옥상에는 무게 제한이 있기에 흙, 화분, 물 등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구조가 자칫 손상될 우려가 있다. 대형 화분 및 나무와 같은 무거운 요소를 설치하기 전에 하중을 반드시 고려해 적절한 소재 및 흙, 구조물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바람과 햇빛 옥상 정원은 지상보다 외부 요인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강풍과 직사광선은 식물의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러므로 유리 패널이나 트렐리스 혹은 높은 식물 같은 바람막이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또한 햇빛과 바람에 강한 식물을 선택해서 식재하거나 파고라나 어닝 등을 이용해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배수 및 방수 옥상 정원에서는 식물과 건물 구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물의 축적을 방지하기 위한 배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볍고 배수가 잘되는 펄라이트 등의 경량토의 비율을 높이거나 효율적인 배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자동 점적 관수 시스템은 과도한 유출 없이 일정하게 물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다. 확실한 방수는 아래층이나 생활공간의 피해를 방지한다. 식재 전에 부직포, 방수포 등으로 철저하게 기초 작업을 해야 한다.
제작 코르텐강 플랜터에 다양한 높이로 식재
토심을 충분하게 확보해 식재한 나무
텃밭 플랜터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 중 텃밭도 있었기에 이곳 역시 낮은 플랜터로 제작했다. 여기에 레티스를 설치해 다소 밋밋한 모습을 보완하고 작물 재배 시 지지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텃밭을 이용할 노부모의 허리 건강을 고려해 입식으로 텃밭을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를 줘 맞춤 제작했다. 이처럼 플랜터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원하는 대로 제작하고 이용할 수 있으니 활용도가 높다.

옥상 정원 권장 식물
앞에서 언급했듯이 옥상 정원은 햇빛과 바람에 강한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모두 돌나물이나 다육식물 같은 초화만 심으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년생 식물을 식재해 환경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가꾸는 재미도 있다. 사계절 푸른 상록수도 좋은 선택이다. 대체로 병충해에 강하기에 관리가 쉬울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매력 있고 겨울에도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다양한 높낮이를 가진 수종과 플랜터가 만나 풍성하게 연출된 모습
옥상 정원 조성과 유지
레이아웃_기능성과 아름다움을 고려한 설계 레이아웃을 디자인할 때 먼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자. 휴식과 명상을 위한 공간, 가족이나 지인과의 사교 공간, 특별한 업무를 위한 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과 더불어 이번 공사처럼 텃밭을 원할 수도 있다. 통로, 좌석, 배치를 신중하게 계획해 동선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잘 이어질 수 있도록 계획하자.
공간 활용_수직 정원 및 화분 사용 제한된 공간에서는 수직 정원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옥상 정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버티컬 가든을 만들거나 트렐리스에 덩굴 식물도 괜찮다.
계절별 유지관리_겨울을 위한 옥상 정원 준비 겨울이 다가올수록 식물과 정원을 보호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월동이 어려운 연약한 식물은 실내로 옮기거나 화분을 감싸는 등 단열 작업으로 뿌리를 보호해야 한다. 동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수 시스템 또한 방한 처리됐는지 확인하자. 고인 물이 얼지 않도록 배수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덩굴을 올릴 수 있도록 텃밭에 맞춤으로 설치한 레티스
옥상 정원에서 자주 묻는 질문
제한된 예산으로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몇 개의 플랜트 박스로 작게 시작해서 점차 늘려보자.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하고, 간단하게 직접 시공함으로써 시작할 수 있다.겨울에는 식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월동 식물을 사용하거나 겨울엔 실내로 들여놓으면 된다. 화분이나 식물이 영하의 추위에 손상되지 않도록 부직포나 방풍, 방한포 등의 보온재로 냉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조망을 가리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낮게 자라는 식물을 선택하거나 키가 큰 나무와 관목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면 된다. 탁 트인 조망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할 수 있다.
작년 가을부터 전원주택라이프에 글을 기고한 이래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디자인의 재미, 더불어 작업 중 발생했던 에피소드까지 그동안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신 독자 제위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열정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편집부 덕분입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라는 사람이 “천 개의 숲은 하나의 도토리에서 시작된다”라고 했습니다. 모든 정원은 하나의 씨앗 또는 단순한 비전, 즉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데 1년 동안 기고한 저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크던 작던 자신만의 초록 공간이 탄생됐기를 바라봅니다. 그 정원이 여러분께 행복과 평온을 가져다주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