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속고도 또 믿는 롯데 아픈 손가락.. 김진욱에게도 봄은 올까?!

[민상현의 풀카운트] '만년 유망주'의 껍질을 깨다, 김진욱의 공에 실린 5년의 무게

사진=롯데자이언츠 및 구단 유튜브(이하 출처 동일)

- 상무 포기 후 ERA 10.00 찍었던 좌완… 한일 코치진 합작 '하체 매직'에 롯데의 운명이 걸렸다

- 매년 반복되는 희망고문… 윤성빈·홍민기 살려낸 '상진 매직'의 마지막 미션, 이 애증의 좌완 파이어볼러

- 팔 스윙 버리고 하체로 던진다… 세이부전 1이닝 퍼펙트로 쏘아 올린 만년 유망주의 생존 신호


숫자부터 보자.
평균자책점 10.00



지난해 롯데 김진욱이 1군 마운드 14경기에서 남긴 참담한 성적표다. 심지어 2군 퓨처스리그에서도 ERA 6.66에 그쳤다.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KB REPORT)

확정된 상무 입대까지 스스로 포기하고 '선발 도약'을 외쳤던 결과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2021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

입단 당시 사직구장을 뒤흔들었던 그 환호성은, 지난 5년간 제구 난조와 기복이라는 늪에 빠져 이제는 지독한 '애증'의 탄식으로 바뀌었다.

롯데 팬들에게 김진욱은 쳐다보면 속이 터지고, 안 보자니 아까운 전형적인 '아픈 손가락'이다.

그런데 이 아픈 손가락이, 2026년 봄 다시 한번 롯데 팬들의 심장을 간질이고 있다.

"이번엔 진짜 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 고문이 또 시작됐다.

팔을 버리고 하체를 쓴다

대만 타이난을 거쳐 일본 미야자키로 이어진 스프링캠프. 김진욱의 공이 달라졌다는 보고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배경에는 롯데 벤치의 '투 트랙' 처방이 있다.

'상진 매직'으로 불리는 김상진 투수코치와, 일본 불펜 조련사 카네무라 사토루 총괄 코디네이터가 유망주의 껍질을 깨지 못하는 이 좌완의 투구 폼을 뜯어고쳤다.


진단은 같았다.

"상체 힘, 특히 팔로만 던지지 마라."

두 코치는 김진욱의 시선을 하체로 끌어내렸다.

몸의 중심을 낮추고 하체의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팔로 전달하는 매커니즘을 심었다.

150km를 던질 수 있는 엔진을 놔두고, 애먼 팔뚝만 혹사시키던 과거의 폼과 결별한 것이다.

149km 패스트볼, 81%의 스트라이크
효과는 실전에서 증명되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연습경기.

제레미 비슬리, 엘빈 로드리게스라는 외국인 원투펀치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은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지웠다.


구속은 최고 149km까지 찍혔고, 여기에 예리한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었다.

가장 놀라운 수치는 '스트라이크 비율 81.3%'다.

볼넷과 사구로 스스로 무너지던 과거의 김진욱이 아니었다. 존 구석을 과감하게 찌르는 공격성이 돋보였다.

연습경기라지만, 그가 1군 마운드에서 가장 필요로 했던 '제구의 안정감'을 보여준 셈이다.

'상진 매직'의 마지막 퍼즐

지난 시즌 롯데는 김상진 코치의 손을 거치며 윤성빈, 홍민기, 이민석이라는 만년 유망주들을 1군 전력으로 살려내는 기적을 맛봤다.

이제 남은 최고 난도의 미션이자 마지막 퍼즐이 바로 김진욱이다.

좌완으로 150km를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

이 재능이 선발이든 필승조든 마운드의 '상수'로 자리 잡는 순간, 롯데 투수진의 높이는 계산이 안 될 정도로 수직 상승한다.

본인도 "아픈 손가락이라는 팬들의 표현은 결국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독기를 품고 있다.

5년을 속고도 또 속아주고 싶은 게 팬들의 마음이고, 좌완 파이어볼러라는 매혹적인 재능이다.

김진욱의 6번째 봄. 과연 이번 부는 바람은 진짜일까, 아니면 또 한 번의 잔인한 희망 고문일까?

하지만 세이부 타자들을 얼어붙게 만든 149km짜리 패스트볼의 궤적은, 분명 진짜였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