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선' 신경전 고조…리더십 시험대 오르는 여야 대표들
민주·혁신 호남대전…이재명·조국 대리전 양상
거리 두던 한동훈도 지원 나서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10·16 재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앞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호남 경쟁에 이어 부산 금정구청장 단일화로도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정 갈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뒤늦게 지원유세에 뛰어들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재보선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후보자 등록은 지난달 27일 마감됐으며 공식 선거운동은 3일 시작된다. 사전투표는 10~11일, 본투표는 16일 치러진다. 인천 강화군과 부산 금정구, 전남 영광군, 곡성군 등 네 곳의 기초단체장과 서울시교육감을 선출하는 작은 규모의 선거지만 총선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민심을 읽는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진보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남 지역의 주도권 쟁탈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곡성군수 선거에는 민주당 조상래 후보와 국민의힘 최봉의 후보, 혁신당 박웅두 후보, 무소속 이성로 후보 등 네명 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광군수로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 혁신당 장현 후보, 진보당 이석하 후보, 무소속 오기원 후보가 경쟁 중이다.
일찌감치 곡성과 영광에 자리 잡고 전면에 나선 혁신당을 따라 민주당도 팔을 걷었다. 텃밭인 영광과 곡성 중 한자리라도 혁신당에 내준다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재명 체제 2기 출범 이후 약 2개월 만에 선거 패배라는 결과를 안게 된다면 대선 후보로서의 상처를 입게 된다. 사법리스크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어서 당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이 대표에게 호남 수성은 필수적이다. 지역 기반이 없는 데다 총선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혁신당도 재보선을 모멘텀으로 세력을 확장해야만 한다.
이같은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양당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광과 곡성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지지를 받아온 대표적인 지역이다. 과연 민주당 지자체에서 국민의힘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왔는지 많이 반성한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호남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김 사무총장은 약속했다.
반면 도전자 위치의 혁신당은 "영광은 판세를 한 치 앞도 못 보는 상황이다. 곡성은 열세라고 보는데 긍정적인 건 초반에 비해 지지세가 매우 커져 민주당에 육박하는 정도로 가고 있다"며 "조금만 더 뛰면 가능하겠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이다. 조직력이 약하다 보니까 바람을 어떻게 조직으로 승화시킬 것인지가 남은 과제인데 분위기는 팽팽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후보자를 둘러싼 비판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현 혁신당 영광군수 후보는 서울 강남에 수십억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영광군에는 단칸방 하나도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의심되는 만큼 혁신당 차원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후보 측은 "청담동 아파트는 20년 넘게 소유 중이며 수도권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배우자가 실거주하고 있다. 투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선거 종료 시 즉시 영광에 본인 소유의 집을 마련해 영광에서 거주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정구청장 단일화 여부도 양당의 신경전 수위를 끌어올리는 하나의 요인이다. 여당 우세 지역으로 꼽히지만 야권 단일화만 이뤄낸다면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혁신당으로선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
김윤덕 총장은 "당내 분위기도 그렇고 단일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에서 이미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후로 거의 변화가 없어 국민적 분노가 많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혁신당과 민주당은 힘을 합해 같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7일을 단일화 시한으로 대체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김경지 후보 폄하에 대한 혁신당 지도부 사과를 비롯해 황현선 총장 해임 등을 문제 삼으며 협상 결렬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황 총장은 "단일화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이다. 계속 밖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지는 민주당의 결단만 남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도 있고, 내년에도 재보선이 있을 텐데 지금 단일화를 하면 민주당에는 하나의 선례가 돼 앞으로도 계속 남을 것이다. 단일화로 국민의힘을 이겼다고 해서 이게 야권의 승리이지, 민주당의 승리는 아닐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TK 출신이고 조 대표는 PK 출신이다. 대선이 있어서 앞으로는 지역 지지세도 중요하게 볼 수 있다. 만약 혁신당 후보로 단일화가 돼 이겨 이 대표보다 조 대표의 확장성이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적 손익계산을 따졌을 때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고심도 깊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인천 강화와 부산 금정 모두 여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불리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당 지지율도 떨어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정은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고, 강화에도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재보선 지휘를 시도당에 맡긴다는 방침이었다. 선거 결과에 따른 지도부의 책임론을 줄인다는 차원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주말부터 한 대표가 지원을 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 대표는 지난달 29일 금정을 찾아 "여기 모인 사람들은 금정을 발전시키기 위해 나왔다. 금정의 현재와 미래에 만족하시는가. 저희가 금정의 현재와 미래를 밝게 이끌어 보겠다는 마음으로 달려왔다"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 대표가 기지개를 켠 배경에는 여야의정 협의체 좌초, 독대 무산 등을 불안해진 입지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가 선거에 거리두기를 한다면 책임론에도 휩싸일 수 있고 당내 입지도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 평론가는 "금정에서 진다면 한 대표는 치명타다. 대통령실에도 아주 공격하기 좋은 빌미를 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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