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쏠림을 탈피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채 주관 등 부채자본시장(DCM) 참여를 확대하고, 스팩 상장을 통한 주식자본시장(ECM) 진출도 모색하는 등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더해지면 투자와 인수금융이 확대되고 전통 투자은행(IB)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가 주력인 구조에서 벗어나 전통 IB 부문의 강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부동산 금융 부문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기업금융 인력과 자원을 보강해 국내외 양질의 딜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ECM과 DCM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부동산 금융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증권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해 왔다. 다만 포트폴리오가 부동산 PF에 집중된 만큼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부동산 시장이 금리 급등과 미분양 증가로 위기가 시작되자 IB 부문 실적은 2021년 5328억원에서 2022년 4558억원, 2023년 237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PF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금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의지는 DCM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 △KB증권 △대신자산신탁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총 4건을 공모채 발행을 주관했으며 6345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인 9건 주관과 1조6455억원 인수와 비교하면 아직 규모는 작지만 연초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주관 건수는 절반 수준에 근접했고 인수 규모도 38.6%에 달한다.
최근에는 스팩 상장을 준비하며 ECM 영역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다. 일반 IPO 대비 리스크가 제한적이고 안정적인 구조로 증권사들이 시장 진입 시 활용하는 방식이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오랜 공백을 끝내고 전통 ECM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메리츠제1호스팩'을 상장하며 약 15년 만에 시장에 복귀했다. 올해도 2호 스팩을 설립해 이달 4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스팩 라인업을 잇달아 선보이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메리츠증권을 통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도 앞두고 있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에 허용되는 사업으로 증권사가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메리츠증권이 인가를 받을 경우 인수금융과 기업금융 투자 등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되며 전통 IB 사업 기반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딜로 확보한 네트워크와 발행어음 기반 자금 조달이 맞물리면 ECM과 DCM 영역까지 사업이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모험자본 등 생산적인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제도를 통해 국내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고 혁신 중소·벤처기업 등의 성장을 지원하는 IB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부동산 PF가 아닌 기업금융 자산과 모험자본 중심으로 운용할 계획"이라며 "전통 IB 영역은 통상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가 있지만 투하자본 대비 딜 규모와 건수를 늘려 자본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일즈 채널을 통해 고객 자금을 함께 활용하면 자기자본 투입 비중을 낮출 수 있어 결과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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