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에서 흉물로

이 영상을 보라. 인천 서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이름만 ‘동인천역’인 걸로 유명한 인천 동구 동인천역 역사다. 근데 여기선 15년 넘게 공사가 이어져서, 인천 사람들에게 흉물로 불린다는데, 유튜브 댓글로 ‘동인천역은 왜 맨날 공사 중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현장 취재했다.

동인천역에 직접 가봤더니 공사장이라기 보단 폐쇄 상태로 방치된 것에 가까웠다. 건물 바깥은 장벽으로 출입이 막혀 있고, 뒤편은 출입금지 경고문이 붙어있다. 전반적으로 역이 아닌 폐허 느낌.

결론부터 말하면 동인천역 상가가 이 꼴 인건 엉망진창 계약관계와 오락가락 행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동인천역의 전성기는 1980~90년대.1989년 동인천역 민자역사에 인천백화점이 들어선 게 정점이었다.

[인근 A부동산]

(당시엔) 서울의 명동 못지 않죠. 우리 어렸을 때는 여기 사람이 지나가면 까만 머리가 콩나물 대가리처럼 빵빵빵빵 이거만 보였어요.

그러나 1999년 구월동 인천터미널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오며 상황이 급변한다. 왱에서도 다뤘던 현재 롯데백화점 자리다. 인천지하철이 함께 개통하면서 접근성이 말도 안되게 좋았기에, 인천 최고상권 자리는 금방 그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또 이때 56명의 사망자를 냈던 동인천역 앞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도 결정타였다.

그렇게 2001년 인천백화점이 망하고 대신 동대문식 의류상가 ‘엔조이(N-joy) 쇼핑몰’이 들어서지만이마저 8년 뒤 문을 닫는다. 동인천역 상권이 망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핫플이던 역 건물을 왜 저 모양으로 방치한 걸까.

첫째는 엉망진창 계약. 동인천역 상가는 ‘민자’역사다. 민간 사업자가 30년간 쓰면서 국가철도공단에 점용 대가로 돈을 내는 방식. 동인천역 상가는 시작부터 상인들이 모여 만든 동인천역사 주식회사가 운영했다.

얘네는 2010년 리모델링 공사 계약을 한다. 계약 상대인 시공사와 하청 계약을 맺은 여러 공사업체가 참여했는데, 도중에 동인천역사 주식회사의 돈줄이 바닥나 버린다.공사업체 뿐 아니라 철도공단에도 돈을 못 낼 정도가 된 것.

아까 말한 공단과의 계약 기간은 2017년까지였는데,돈을 안 내니 공단이 기간 연장을 안 해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얘네는 뭔 자신감인지 건물 내 분양을 미리 진행했고,그 대상엔 롯데마트도 있었다.이때 롯데마트만 들어왔어도 이 건물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운영권 연장이 안될 거 같다는 낌새를 알아차린 롯데마트는 2013년 입점 계획을 철회하고 발을 빼버린다. 그렇게 2017년이 되자 공단이 운영권을 빼앗고 동인천역사 주식회사는 파산했다.

문제는 아까 돈 못 받은 공사업체들과 채권 관계가 계속 꼬여있었다는 것. 돈을 못 받은 이 업체들은건물을 폐쇄한 채 ‘유치권 행사’를 한다.그 결과물이 폐허가 된 지금 건물이다.

둘째는 오락가락 행정. 역 주변 상권 몰락이 눈에 보이던 2007년 인천시는 이 지역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정하고 첫 10여년간 20억원 넘게 들여 연구용역도 했지만 실행된 건 하나도 없었다. 혈세만 날린 셈.

공단이 건물 운영권을 찾아온 2017년에도 인천시는 민간자본 2조원을 투입해 기존 건물에 80층짜리 빌딩과 5800가구짜리 아파트 단지를 짓는다고 발표했지만투자업체가 없어 날아갔다.

그러다 시장이 빨간당에서 파란당으로 바뀌고, 2019년 인천시는 방향을 틀어 민간이 아닌 중앙정부가 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동인천역 2030 역전프로젝트’를 제출해 선정된다. 그러나 2023년 시장이 파란당에서 빨간당으로 또 바뀌면서 이 계획도 취소됐다.

이 모든 삽질에도 불구하고 이젠 결말이 보이는 게,국가철도공단이 건물에서 버티는 유치권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올해 3월 최종 승소했다. 이대로면 2028년 상반기 안에 역사 철거 공사가 시작될 걸로 보인다.

근데 계획이 또 바뀔 가능성도 있다.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철도 지하화 계획 때문. 인천시는 지난 5월 관련 제안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게 뭘 의미하냐면 연계된 동인천역 계획이 다 리셋될 수 있다는 것.

동인천역 개발계획은 본래 국가철도공단이 하는 복합개발계획, 인천시가 하는 재개발계획 투트랙으로 서로 조율해 진행돼 왔는데,여기에 국토부의 지하화 계획이 하나 더 추가된 거다.

[인천시청 관계자]

12월에 그 (국토부) 결정에 따라서 이(개발) 방향이 어떻게 되는지가 또 순차적으로 정리되는 거라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뭐 어떻게 된다 이 말씀을 드리기가…

현재 역사 지하상가 상인들도 2028년 상반기 안에 점포계약이 끝나는데, 각자 투자한 돈과 시간이 상당해 호락호락 물러날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흉물로 남은 동인천역 역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