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7시간 이상 휠체어에 묶여...일종의 체포·감금죄”
한겨레는 10월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충청남도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작성한 계룡시와 공주시 요양원의 노인학대 사례판정서를 중심으로 요양원 내에서 어떻게 강박이 이루어지고 왜 문제인지를 살펴보았다. 폐회로텔레비전(시시티브이)에 담긴 강박의 순간들을 보며 그것이 정말 자·타해 위험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는지, 돌봄인지 학대인지를 따져보았다. 전문가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들었다.
요양원 강박은 초고령화 사회의 민감한 인권 이슈다. 우리나라는 실제 내년부터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올해 7월 기준 65살 이상 인구의 9.8%가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요양등급 1~4급 판정을 받았다. 숫자로는 97만8865명이다.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치매 노인과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을 위해 정말 좋은 제도임이 틀림없어요. 그런 만큼 우리 사회 및 국가가 노인 학대와 신체억제에 대해 좀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입소자에게 장시간 휠체어 강박 등을 한 충남 계룡시 ㄱ요양원 등을 현장 조사한 뒤 고발한 오복경(56) 충청남도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충남남부노보) 관장은 요양원 원장 출신이다. 2008~2014년 충남 논산에서 요양원을 운영했고 현재도 양로원을 둔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장이다. 요양원과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지만 노인학대 문제는 있는 그대로 들춰내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노인학대를 조사·판정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서 39곳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충남 논산시 내동 충남노보 사무실에서 오 관장을 만나 요양원 내 노인학대의 실태와 쟁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 관장은 “노인학대냐 아니냐 판정할 때는 입소 어르신을 중심에 놓고 보아야 한다”며 “(충남 공주시) ㄴ요양원에서 침대에서 강박된 채로 폭행당해 숨진 사건은 누구나 충격적으로 느끼지만, 치매 노인 당사자를 지독하게 불행하게 만드는 ㄱ요양원의 장시간 휠체어 (이중) 강박 문제는 그만큼 충격적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휠체어 강박 문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판례가 많지 않을 것이다. 예전보다 노인을 직접 폭행하는 신체학대 유형은 많이 줄어드는데 견줘 휠체어 강박의 경우 노인학대가 되겠냐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장시간 휠체어에 어르신을 강박하는 사안은 요양시설에서 각별히 주의를 요해야 하는 기본권 중에서도 자유권 침해문제로 볼 수 있다. 2008년 일본 요양시설 견학을 갔다가 휠체어에 묶이는 체험을 한 적 있다. 30분도 안돼 움직일 수 없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휠체어 밑판이 늘어져 엉덩이가 빠질 것 같았던 기억이 있다. ‘휠체어 강박 및 이중구속’은 고령의 노인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휠체어 강박과 관련한 시시티브이를 어떻게 보았나.
“머릿속에 각인된 영상이 있다. 새벽 4시경 어르신이 기어나가자 휠체어에 태우고 들어와서 불 꺼진 방에 휠체어를 침대에 묶어놓고 나가버리는 장면이다. 그날 총 10시간 가까이 그리고, 다음 날에는 7시간 이상을 휠체어에 묶였는데, 하루종일 장시간 휠체어에 묶여 계시던 날 다음날에는 너무 지치셨는지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더라. 이건 노인복지법에서 보는 신체적 학대이며 형법상으로는 일종의 체포·감금죄라고 생각한다.”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는 신체억제에 대한 근거가 없다
“저희는 ‘억제, 구속’이라고 쓰는데, 시설들은 ‘신체 보호’라고 한다. ‘억제’가 보호가 될 수는 없다. 장기요양급여 제공 기준 등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에 신체제한 금지 예외 기준이 있다지만, 장시간 휠체어 구속 및 이중구속 문제는 따로 기준을 만들 것도 없이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신체억제 기준을 만드는 건 면피를 위한 일일 뿐이다.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일본의 개호보험을 모델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원칙적으로 ‘신체억제 제로(0)’를 실천하며 요양시설 스스로가 노인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다.”
―일부 요양원에서는 낙상사고 위험 등으로 인해 강박 등 신체억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침대에서 내려오다 낙상하면 큰일 나니까 묶어두겠다는 말에 모순이 있다. 원래 노인이 거동이 불안전해지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조심을 하고자 하는 불안심리가 강해진다. 치매 노인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시설 입장에서는 책임 회피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요양원마다 입소 때 보호자들에게 신체억제 동의서를 일률적으로 받기도 한다. 어르신이 왜 내려오려 하고 배회하려 하는지, 또 어떤 감정 때문에 불안해하는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낙상사고가 걱정되면 굳이 침대가 아닌 온돌방에 모실 수도 있다. 물론 어르신 눕히고 일으켜 세우고 하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들의 근골격계 문제가 있을 거다. 어떻게든 대안을 먼저 생각해보자는 거다.”
―ㄱ요양원에서는 ‘침대 강박’도 신고된 것으로 안다.
“요양보호사를 조사하며 왜 손발을 묶었냐고 했더니 ‘설사가 너무 심한데 발로 변을 여기저기 묻혀놔서 그랬다’고 했다. 설사가 너무 심하면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이 경우는 사례판정위원회에서 판정 불가로 결론 났다. 보호자가 사전 동의서를 써준 게 참작이 된 거 같다.”
―조사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들 반응은 어땠나.
“처음 조사 진행할 때는 잘못을 인정했으나 이후 요양원이 변호사를 선임한 뒤로는 태도가 바뀌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조사과정에서 모욕을 당했다며 충남 인권센터에 탄원서를 냈고, 도에 감사 요청을 했다. 감사를 받았고, 인권센터 조사도 두 번 받았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일단 노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구금과 억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는 시설마다 계약의가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신체억제를 하게 해야 한다. 또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상 현행 2.5 대 1과 2.3 대 1(치매 전담)인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상향해야 한다. 야간에도 보호사 1명당 더 적은 노인을 돌볼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꿔야 한다. 요양보호사도 사람이다. 여유가 없으면 거칠어진다. 지금은 형식적으로 돼 있는 요양보호사 인권교육도 내실화해야 하고, 요양원 평가 때 시시티브이 영상도 검증 항목에 넣어야 한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22년 5월 ‘노인요양시설 방문조사 결과에 따른 법령 및 제도 개선 권고’를 통해 “노인요양시설 입소자의 인권보장을 위해서는 외부 감시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4(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자의 의무) 제4항에 따라 장애인 거주시설에 인권지킴이단 구성을 의무화하는 것과 같이 노인복지법에도 노인요양시설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의무화하는 규정과 함께 낙상사고 예방 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평가는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전국 요양시설이 3년에 한 번 보건복지부로부터 평가받는데, 신체억제의 경우 사전동의서 제출 여부 등 서류적 평가 뿐만 아니라 부득이 신체억제를 시행할 경우 실제로 2시간마다 돌봄제공 시행이 일치하는지를 시시티브이로 보고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거다. 마침 올해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요양원 시시티브이 설치가 의무화된 것으로 안다. 그래도 시시티브이 확보는 여전히 어렵다. 요양원에게 시시티브이는 양날의 칼이다. 학대가 아닌데도 보호자가 시설에 돈을 요구하는 억울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걸 영상으로 판정해 진실을 밝힐 수도 있다. 시시티브이로 학대 여부를 판정하지만, 요양원 보호도 되는 거다.”
―신체억제를 절대 안 하는 시설도 있는지.
“전체 시설의 2/3가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어르신에게 신체억제를 하고 있다면, 1/3은 신체억제를 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절대 어르신을 묶지 않겠다며 원칙을 지키려는 분들이다. 논산의 쌘뽈요양원, 서울 관악구의 동명노인복지센터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1998년 후쿠오카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의 노력으로 10개 요양병원이 ‘신체억제 폐지 후쿠오카 선언’이라는 것을 발표했고, 이후 요양원에서도 신체억제가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안다. 신체억제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요양원은 정부가 나서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으로 장려하는 시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노인이 있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노인인구를 볼 때 미래는 더 많은 치매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입소하여 자신의 마지막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 분들이 시설에 들어가서 보호받아야 하고 편안하게 노후를 누려야 한다. 존엄한 죽음은 마지막 인권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는다면 정말 어르신들을 불행하게 하는 제도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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