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통신기업들이 '키즈(Kidz, 영유아·어린이)' 시장 공략을 위한 주요 채널로 IPTV에 집중하고 있다. △IPTV 사업 육성 △키즈 시장의 성장성 △잠재고객 확보란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SKT)과 SK브로드밴드(SKB)는 9일 양사의 유무선 통합 키즈 서비스 브랜드 'ZEM(잼)'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고도화된 고객 지향 학습 방식과 콘텐츠로 잼을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SKB는 먼저 잼 학습 콘텐츠 강화에 집중한다. 영유아 영어교육 브랜드 선호도 1위인 '튼튼영어'와 제휴를 맺고 IPTV 최초로 튼튼영어 콘텐츠 300편을 독점 제공한다. 또 누적 8200만부가 팔린 유명 초등 학습만화 'Why?' 시리즈도 IPTV에서 독점 제공한다. SKB는 내년까지 why 시리즈 105편을 영상 콘텐츠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는 유명 크리에이터 '에그박사'팀과 함께 더빙한 'BBC 생생동물다큐 시리즈' 500여편도 단독 제공하고 있다.
SKT는 아이 맞춤형 휴대폰과 요금제 및 ZEM 전용 캐릭터를 선보인다. 브랜드 인지도 강화 차원에선 이선균·전혜진 부부를 모델로 한 '아이♥ZEM' 광고가 9일부터 시작된다. 해당 광고는 지상파·케이블 TV 매체, SNS 외에도 국내 최대 규모의 옥외 전광판인 삼성동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서도 이뤄진다.
키즈 IPTV 투자 행보는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한창이다. KT는 2018년 '키즈랜드' 서비스를 개시, 지난해 말 서비스 누적 이용 25억회, 누적 이용자 600만가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KT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 음성인식 데이터 분석 결과 '키즈랜드 틀어줘' 명령은 73만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올해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로 스타덤에 오른 오은영 박사와 함께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그룹 내 미디어 부문 핵심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KT의 키즈랜드 서비스 제공처를 자사 채널로 확대했다.
LG유플러스도 키즈 사업에 열심이다. IPTV·모바일 기반 영유아 콘텐츠 플랫폼 '아이들나라'는 2017년 서비스 출시 후 올해 2월 기준 누적 이용자 수 610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7개월보다 41.86% 늘어난 수치다. 아이들나라는 특히 교육 콘텐츠 품질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LG유플러스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다양한 협업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중 올해는 디즈니, 째깍악어 등과 손잡고 놀이교육 콘텐츠를 강화했다.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에도 투자했다. 최근 U+3.0 선언에서는 아이들나라를 아예 '키즈 OTT'로 키우겠단 포부를 드러냈다. 이처럼 키즈는 MZ세대 타깃의 아이돌, 스포츠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LG유플러스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좌우할 주요 카테고리로 꼽힌다.
TV는 사양길? IPTV는 아직 성장 중
시장 측면에서 이통사들의 키즈 콘텐츠 육성은 IPTV 사업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TV의 영향력이나 시청 시간은 줄고 있지만 이통사들의 IPTV 가입자 수는 매분기 증가하고 있다. 유선방송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이통사의 IPTV로 속속 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VOD(주문형비디오)와 이통사 연계 서비스, 요금제 결합에 따른 이용료 할인 등 측면에서 IPTV는 소비자들에게 케이블TV보다 매력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5월 발표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기준 유료방송 총가입자 수는 3645만9267명으로 동년 상반기 대비 53만명 증가했다. 특히 6개월간 매체별 평균 가입자 수는 IPTV 1968만명, 케이블TV(SO) 1292만명, 위성방송 302만명으로 시장의 성장은 IPTV가 주도했다. 상반기 가입자 수와 비교해도 IPTV의 증가율은 1.12%로, 케이블TV(-0.88%), 위성방송(-0.24%)과 달리 유일하게 순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통사들도 IPTV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질의 키즈 콘텐츠는 IPTV 가입자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젊은 세대의 TV 선호도는 낮아져도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선 여전히 놀이·교육 용도의 TV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모바일 기기 조기 노출을 꺼리는 부모들도 스마트폰·태블릿보다 상대적으로 통제가 쉬운 TV를 선호한다. 결국 젊은 부모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IPTV 사업 성장세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이통사들이 '아이 교육' 중심의 유익한 IPTV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키즈 시장, 꺼지지 않는 호황의 불
키즈 시장의 성장 잠재력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흔히 키즈와 게임은 불황이 없는 시장이란 얘기가 있다. 경제가 어려워도 아이에 대한 투자, 놀이 문화에 대한 지출은 상대적으로 쉽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키즈 산업 규모만 하더라도 2000년대 이후 비약적인 성장이 관찰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키즈 시장 규모는 2002년 8조원에서 2007년 19조원, 2017년에는 40조원을 넘기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엔데믹, 글로벌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2022년에도 백화점 업계의 아동 상품 매출 성장률은 전체 상품 평균을 앞서고 있다.
이는 출산율이 줄어도 '아이 하나는 잘 키우자'는 사회적 풍조, 부모 외에도 가족과 지인들까지 아이를 함께 챙긴다는 일명 '텐 포켓(Ten Pocket)' 트렌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키즈 시장의 성장세가 견고하게 지속되면서 이통사들도 키즈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IPTV 중심의 브랜딩 노력이 집중되는 건 이통사들이 보유한 자원 중 TV가 키즈 공략에 가장 적합한 채널이기 때문이다.
첫 지갑은 부모가 열었지만… '미래의 지갑'과 친해지자
이 외에도 키즈 콘텐츠 투자는 이통사들의 미래 잠재고객 확보와도 연결된다. 이른바 브랜드 친밀감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어린이·청소년 시절 익숙하게 사용하던 서비스와 브랜드는 성인이 된 후에도 거부감이 낮다. 매력적인 대안이 없다면 익숙한 회사의 서비스를 이어서 쓰기도 한다.

기업들도 이를 잘 알기에 어린이·청소년 전용 상품이나 할인 혜택은 상대적으로 풍성하게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이통 업계의 경우 저렴하고 혜택 좋은 어린이 요금제나 인기 캐릭터와 협업한 키즈폰을 매년 새롭게 내놓는 것이 좋은 예다. 이 같은 가성비 상품들은 키즈 세대의 서비스 이용료를 대신 지불하는 부모의 선택과 더불어 향후 경제적 독립에 나설 키즈 세대를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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