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성수동을 뒤흔든 붉은 유혹, 슈퍼카 페라리 296 GTS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차다. 너무 튀어 희소성이 있으니, 한 번 봤다 하면 누군가에겐 '운수 좋은 날'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시승한 페라리 296 GTS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게다가 이 차를 몰고 요즘 '핫'하다는 MZ들의 메카 성수동에 다녀왔으니 말 다 했다.
성수동 거리를 달린 페라리 296 GTS의 빨간색 차체는 시선을 흡수하는 느낌이다. 운전자는 다소 민망해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건방이 차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늘색 리버리도 시선 강탈에 한몫한다. 어떻게 보면 데칼 같기도 하나, 스티커처럼 붙인 것이 아니라 분명 도장 아래 색이 입혀진 것이니 엄연히 리버리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마도 이 모델에 적용됐다는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의 일부인 거 같다.
페라리 시승에는 항상 관계자가 따라 나온다. 높은 몸값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명할 부분이 많아서다. 그만큼 일반적인 것보다는 페라리만의 특징적인 것들이 많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슈퍼카에 대한 생소함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좀 안다고 깝죽대다간 창피당하기가 일수다. 일단 차명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296은 2.9리터 배기량에 6기통 실린더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차라는 뜻이란다. GT는 그랜드투어러, B는 베를리네타의 첫 글자, S는 스파이더를 의미한다. 페라리가 이름 짓는 게 이런 식이다. 앞서 페라리를 대표했던 모델인 458은 4.5ℓ 배기량에 V8 엔진을 탑재했다는 뜻이다. 로마나 푸로산게 같은 모델과 달리 전형적인 넘버링 시리즈. 다만, 페라리의 작명법은 정공보다 예외가 더 많기로 악명이 높다.
디자인은 페라리 특유의 유려한 곡선에서는 공기역학과 섹시미가 공존한다. 짧은 노즈와 긴 데크의 측면 실루엣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원래 이런 차였다. 다만, 이번에 트랜스미션이 엔진 아래쪽, 모터가 추가되고 배터리가 추가되면서 부피는 더 커진 느낌이다. 458의 실루엣을 본다면 뒷모습까지 날렵한 모습이지만, 296은 왠지 뒤태가 풍성한, 오히려 크로스오버 스타일이 더해진 느낌이다. 뒷바퀴 위 거대한 휀더에 적용된 에어 인테이크는 이 차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도 여전히 미드십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이 부분은 앞서 선배 모델들과는 다른 부분이다.
뒤쪽 작은 해치를 열면 궁금했던 3.0ℓ V6 엔진이 보인다. 120도 각도로 자세를 잡은 이 엔진은 최고출력은 830마력에 이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고작 2.9초를 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배기량과 실린더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모터 덕분에 퍼포먼스는 더 화려해졌다. 물론 3초대 벽을 넘은 전기차들은 요즘 흔하다. 똑같이 빠르지만, 가속의 느낌은 전혀 딴판이다. 좀 더 점잖은 쪽은 아직 내연 차 쪽. 지금 이 차는 그 중간쯤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스티어링휠을 쥐고도 다름을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페라리 296이다. 스티어링휠에는 주행 모드가 있는데 스포츠 모드가 기본으로 설정된다. 노멀이라는 건 다루지 않는다는 태도다. 공도에서의 선택지는 그게 다다. 나머지 대부분 기능은 서킷에서나 써먹어야 할 것들이다. 물론 이 역시 전형적인 페라리 스타일이다. 다만, 특이한 점 하나는 전기 모드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 어울리진 않지만, 가능은 하다. 이론적으로는 25km 정도를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대략 7kWh 정도의 배터리 전력이 다 닳기도 전에 충전 모드로 바꿔줘야 한다는 게 함정이다. 생각해보면 하이브리드 용도가 실내 정숙성이었나 고뇌하게 된다. 찻값이 5억원이 넘지만, 실내 정숙성을 하이브리드에 기대해야 한다는 건 이 차가 일상용이 아니라 소장용이라는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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