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격수의 고백, 20주년 완전판으로 돌아오다

곽성일 기자 2025. 10. 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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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부채 위기에서 중국 일대일로까지 ‘경제 식민화 전략’ 진화 과정 추적
미국·중국 패권 경쟁 속 한국 경제 현실과 맞닿은 동시대 경고록
▲ 경제저격수의고백_표1_띠지 (1)

"경제 권력의 민낯을 폭로하다"

글로벌 금융과 패권의 이면을 폭로해 전 세계를 뒤흔든 책, '경제 저격수의 고백'이 20주년 완전판으로 돌아왔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신냉전 속에서, 이 책은 '누가 세계를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저자 존 퍼킨스는 1970년대 미국 대형 컨설팅사 '체이스 T 메인'에서 중남미와 중동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담당한 경제전문가였다. 겉으로는 개발 원조, 실상은 '경제 식민화'였다. 그는 세계은행·IMF·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협력한 경제 구조조정의 숨은 설계도를 직접 목격했다.

'경제 저격수(Economic Hit Man)'란, 표적국을 과도한 부채로 얽어 국가 정책을 채권국 중심으로 조종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퍼킨스는 이를 "군사력이 아닌 회계장부와 계약서로 식민지를 만든 새로운 제국주의"라 고백한다.

이번 완전판은 IMF 부채 위기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이어지는 지난 반세기의 '경제 저격수 전략 진화'를 3단계로 구분해 설명한다.

△제1의 물결: 베트남전 패배 후, 미국은 군사 대신 금융을 무기로 삼는다.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조건으로 내세워 개도국을 구조조정의 덫에 가둔다.

△제2의 물결: 2000년대 이후, 금융공황 이후의 '투자 붐'이 오히려 선진국 내부를 공격한다. 그리스·이탈리아 같은 유럽 국가들조차 IMF식 긴축정책의 희생양이 된다.

△제3의 물결: 중국은 '내정 불간섭'과 '경제 협력'을 앞세워 새로운 저격수 전략을 수행한다.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운영권 상실, 세르비아 제철소 환경오염 사례가 대표적이다.

퍼킨스는 이를 "제국의 국기가 바뀌었을 뿐, 게임의 규칙은 그대로"라고 표현한다.

'경제 저격수의 고백(20주년 완전판)'은 더 이상 개별 사건의 폭로에 머물지 않는다. 퍼킨스는 50년의 세계경제를 관통하며 '죽음의 경제(Death Economy)'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것은 △부의 극단적 집중 △환경 파괴 △전쟁과 학살을 동시에 정당화하는 시스템이다.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삼지만 실상은 '소수의 번영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경제'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달러 세탁, 파나마 운하 소유권 재협상, 이란 정권 붕괴 시도의 뒷면까지 내부자의 시선으로 추적하며 "경제가 곧 정치이며, 빚이 곧 무기"임을 드러낸다.

이 책이 오늘날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이 처한 현실과도 겹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반도체 공급망, 원자재 의존, 환율 변동 등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부채와 무역 의존의 정치' 위에 서 있다.

퍼킨스는 "경제 저격수의 논리는 언제나 이중의 언어로 다가온다. '개발'과 '투자'라는 이름 아래 권력이 재편된다"고 말한다. 그의 고백은 단순히 과거의 고발이 아니라, 동시대의 경고로 읽힌다.

이번 완전판에는 12개의 신규 장이 추가됐다. 트럼프 시대의 관세전쟁, 코로나19 이후의 공급망 붕괴, 그리고 AI·데이터 경제가 낳은 새로운 착취 구조까지 포괄한다.

말미에는 독자들이 각 장의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토론 가이드'와 '죽음의 경제 vs 생명의 경제' 부록이 수록됐다.

민음인 편집부는 "이 책은 단순한 폭로록을 넘어, 경제권력의 구조를 읽는 교과서"라고 밝히며 "오늘날의 뉴스 뒤에 숨어 있는 경제 언어를 해독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세계경제 해설서"라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