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소액주주 운동, 양날의 검인가
[편집자주]최근 개인의 주식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주주권 행사에 관한 인식이 높아졌다. 특히 바이오 기업에서 소액주주가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며 회사와 맞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휴마시스, 헬릭스미스 등의 경우와 같이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를 추진할 정도로 소액주주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신약개발 등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해 대주주나 설립자의 지분구조가 취약하다. 정당한 권리행사 이면에 소액주주 운동은 투자심리와 경영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 기업에 퍼지는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①뭉치고 목소리 높이는 바이오 소액주주들
②소액주주들에 손 벌리는 바이오 기업들
③바이오 소액주주 운동, 양날의 검인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국내에서도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소액주주의 집단운동이 활발해지는 배경이다.
다만 소액주주의 집단운동은 바이오 기업의 경영권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어 바이오 산업 전체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약개발을 위한 자체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바이오 기업이 차입 또는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설립자나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돼 입지가 취약한 경우가 있어서다.
이에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와 인터뷰를 통해 소액주주의 운동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이 부회장, 이 대표, 엄 변호사 모두 개인 자격으로 주주로서 주식회사인 바이오 기업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점에 동의하면서 주주·회사간 소통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이 부회장은 소액주주도 바이오 기업 투자자인 만큼 바이오 산업과 신약개발과정 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고 바이오 기업에는 주주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박 아니면 쪽박 식의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또 장기간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발 불확실성이 높다"며 "일반인으로서는 (개발과정을)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과 주주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기업의 CEO인 동시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멤버인 이 대표도 이 부회장과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인사 등이 모여 2019년 12월 결성됐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드높은 이유에 관해 이 대표는 기업의 주가 수준이 저조하거나 주가와 상관없이 기업이 대주주의 이익에 맞춰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기업으로서는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는 있다"면서 "주주권의 행사가 경영권을 위협하더라도 이는 게임의 룰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권은 주주가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지 기업에 그 내용을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며 "주주가 원하는 단기 주가 상승을 위해 기업의 본질 가치인 장기 성장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소액주주와 기업 사이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호간 신뢰를 쌓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기업도 주주도 서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면 기업은 그동안 소홀했던 주주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주주들은 사외이사를 통해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공론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톡스 등 다수의 바이오 기업 소액주주를 대리한 경험이 있는 엄 변호사는 주주와 기업간 정보 보유량의 비대칭성이 주주의 불만이 커지게 된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기업이 정보를 충분하게 공시하지 않거나 허위정보를 공시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주가 상승·하락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보를 공개하기 전에 대주주와 임직원이 앞서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각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기업가치 변화라는 일반적 시장변동성이 아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행위로 기업 주가가 영향을 받아 피해를 입은 주주는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엄 변호사도 소액주주의 집단행동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과격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 "실무에서 일하며 일부 주주들이 기업의 위법행위를 이유로 적대적 M&A를 시도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등의 사례를 보기도 했다"면서 "이는 나머지 소액주주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의 목소리는 기업이 잘못을 자성하고 주주 이익에 부합하도록 경영하게 하는 쓴 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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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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