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대분열…"교육발전계획 재검토해야" vs "노력 부정말라"(종합)
보수 위원들 "근거 없는 정치적 공격" 반박…국가교육발전계획 차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미래교육의 중장기 방향을 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 2년 만에 심각한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진보 성향의 국교위원들은 7일 국교위 운영이 파행했다면서 2029학년도 대입 개편안 등을 포함하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위원들은 이런 주장이 국교위의 2년여 노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국교위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국교위를 흔들고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예정대로라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안 초안이 연말에 제시되고 내년 3월 최종안이 나와야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부가 분열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진보 위원들 "총체적 실패" 주장에 보수 측 "정치적 공격"
국교위 정대화 상임위원을 비롯해 5명의 위원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2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교위의 실험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며 "국교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부실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다시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022년 대통령 직속 정부기관으로 출범한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대통령 지명인 위원장은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맡았고, 여야에서 각각 추천한 김태준 전 동덕여대 부총장과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상임위원이다. 비상임위원은 16명이다.
정 상임위원 외 성명에 참여한 위원들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석준, 이민지, 장석웅, 전은영 위원이다.
이들 위원은 "국교위가 교육 현안에는 침묵하며 '교육부의 들러리'가 됐고, 내부 운영은 경직되고 권위적인 데다가, 강고한 비밀주의로 무장해 사회적 합의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2022년 교육과정을 의결할 당시 최소한의 의견 조율 없이 표결 처리했으며, 2028년 대입 정책과 초등학교 1∼2학년 신체활동 분리를 의결하는 과정 역시 일부 이견에도 표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비롯해 유보통합(유치원-보육시설 통합),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등 많은 교육 현안에는 침묵해 완벽하게 존재감을 상실했다고도 개탄했다.
특히 국교위의 핵심 책무인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에 대해선 "퇴행성이 도를 넘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전문위원 8명이 활동을 중단했고, 대외적으로는 신뢰를 잃어 작동 불능의 상태에 빠졌다"며 "잘못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폐기하고 전문위원회를 전면 재구성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 낡은 리더십의 전면적 혁신 ▲ 전문위원회의 시급한 재구성 ▲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전면 재검토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보수 성향의 위원들은 이런 주장에 즉각 반박문을 냈다. 여기에는 김 상임위원과 강혜련, 김건, 김주성, 남성희, 연취현, 홍원화 위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2028 대입 개편안의 경우 일곱 차례 논의를 진행했고, 이견을 조율해 표결 없이 합의를 통해 수정 의결했다"며 "표결을 강행한다거나, 한두 차례 의견을 들은 뒤 이견을 묵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근거 없는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교위는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위원들이 토의해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전면 재검토해야" vs "논의 임해달라"
국교위의 핵심 업무인 중장기 교육발전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 동안의 대한민국 미래교육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종의 '교육정책 설계도'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9학년도와 그 이후의 대입 개편안이 포함된다.
국교위 산하 자문기구인 전문위에서는 '수능 이원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내신 외부평가제 도입'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대표인 전 위원은 "12월에 초안을 공개한다면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안이 나와서 위원끼리라도 협의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 손에 도착도 못 했다"며 "이전에도 보면 한 달여의 시간을 주고 (시간 맞춰야 하니) 표결해라 이런 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상임위원은 "여야나 보수·진보를 떠나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할 수 있고, 국교위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전문위에 들어와야 한다"며 "현재 전문위는 이미 상호신뢰가 완전히 바닥나 다시 심기일전해서 논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이 본격화될 시점에 이르자 그간의 논의를 전면 부정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진보진영 측 주장을 일축했다.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은 연말께 초안이 제시되고 내년 3월 최종안이 나올 예정이다.
진보 성향 5명의 위원이 반발한다고 해도 보수 성향이 위원이 과반이기 때문에 표결로 가면 일정을 맞출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일방적 결정은 자칫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정 상임위원은 "약속된 기일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현재로선 학부모와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간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논의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은 "국교위를 흔드는 행위를 즉각 멈추고, 정식 논의의 장에서 최선을 다해 교육정책 논의에 임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반박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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