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300여 명 대규모 구금 사태가 관광업계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미국 안 갈래요” 선언을 하면서 미국 관광산업이 최대 17조원 규모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름 성수기에도 뚝떨어진 미국 예약률
14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세계관광여행협의회(WTTC)는 올해 미국 외국인 관광객 지출이 최대 125억달러(약 17조5000억원)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여름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관광도시 호텔 예약률이 급감하면서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6월 방문객이 309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나 급감했다. 호텔 평균 객실점유율도 78.7%로 전년 대비 6.5%포인트 떨어졌고, 객실당 하루 평균 매출(RevPAR)은 13.8%나 폭락했다.
뉴욕 등 다른 주요 관광도시도 마찬가지다. 미국 전체 호텔의 올해 4월 평균 객실점유율은 63.9%로 전년 동기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은 올해 RevPAR 성장률 예상치를 0~2%로 대폭 축소했고, 메리어트도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을 1.5~2.5%로 낮췄다.
조지아 구금 사태가 결정타

미국 관광객 감소의 결정타는 지난 9월 4일 발생한 조지아 한국인 구금 사태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16명을 일괄 체포해 구금한 사건이다.
공장 가동 지원을 위해 파견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줄지어 쇠사슬로 결박되어 차에 올라타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한국 여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한국인은 유효한 B1·B2 비자(비즈니스 목적 단기 상용비자와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했음에도 구금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더욱 커졌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미국 관련 패키지 상품의 신규 예약 신청이 줄거나 예약 취소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도 미국 여행을 자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예약 취소 사례가 크게 늘었다.
까다로워진 비자 정책이 불러온 여행 기피
미국 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도 외국인 관광객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은 지난달 20일부터 말라위, 잠비아 등 특정 국가 출신 비자 신청자에게 최대 1만5000달러 보증금을 걸도록 강제했다.
지난달 2일부터는 비자 면접 자격을 강화해 대부분의 신청자가 대면 심사를 받도록 했다. 유효한 비자를 가진 외국인 약 5500만 명에게 조건 위반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상시 재심사’도 강화했다.
여기에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한국, 일본 등 전통 우방국을 상대로 철강·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반미 감정이 확산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회복까지 수년 걸릴 것”
줄리아 심슨 WTTC 회장은 “다른 나라는 관광객을 더 유치하려고 환영의 깃발을 올리는데 미국 정부는 사실상 문을 닫은 셈”이라며 “관광객 지출 규모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광객 감소가 장기화하면 호텔뿐 아니라 항공, 소매, 외식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주요 호텔의 RevPAR 성장률 전망을 기존 1.4%에서 0.4%로 대폭 내리며 관련 주식의 투자 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미국 정부가 뒤늦게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원치 않는다”며 태세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기울어진 여론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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