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지 역사적 기록에만 의존하던 기존 사극의 관습을 완벽히 뒤틀며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SBS 추석 특선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추석 명절 밤 시청자들의 리모컨을 완전히 고정시켰습니다.
개봉 당시 극장가 흥행 경쟁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 수준의 흥행 지표를 수립하고 평단까지 올킬한 이 웰메이드 대작의 본질을 파헤쳐 봅니다.

개봉 초기 정사와 야사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운다는 기획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존재했으나, 입소문이 터지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극장가를 장악했습니다.
단 31일 만에 천만 고지를 밟은 것을 시작으로, 최종 누적 관객 1,692만 명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하며 《명량》의 뒤를 잇는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이자 매출액 1위라는 대기록을 썼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에서 최고 영예인 영화 부문 대상(유해진)과 함께 신인연기상(박지훈)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입증했습니다.
코믹함과 애절함을 정교하게 넘나든 유해진의 깊은 내공과, 처연한 눈빛으로 단종의 환생이라는 극찬을 받아낸 박지훈의 미친 시너지는 까다로운 실관람객들의 평점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았습니다.

이야기는 가난한 산골 마을 광천골을 살리기 위해 귀한 음식을 동반하는 고관대작 유배지를 유치하려던 촌장 엄흥도(유해진)의 황당한 계획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촌장의 부푼 기대와 달리 마을로 흘러 들어온 유배자는 다름 아닌 계유정난으로 쫓겨나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였습니다.
유배자를 감시해야 하는 보수주인과 폐주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영화의 진짜 터닝포인트는 궁궐 중심의 구중암투를 벗어나 외딴 청령포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교감에 있습니다.
왕과 천민은 절대 한 공간에 섞일 수 없다는 엄격한 조선의 룰을 깨고, 슬픈 소년에게 따뜻한 밥상을 내어주며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가볍게 명절 영화를 틀었던 온 가족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권력을 쟁취한 세조 세력의 핵심 책사 한명회(유지태)의 잔혹한 위협이 광천골을 덮쳐오며 극의 서사는 비극의 정점으로 폭주합니다.
비운의 선왕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연대하는 마지막 사투는 긴 사연의 상흔을 씻겨내는 압도적인 시각적 카타르시스와 함께, 왜 이 영화가 1,600만 명을 울린 괴물작인지 안방극장에 완벽히 각인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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