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도 피가 끓는 'BMW 드라이빙 센터'를 가다 [현장+]

BMW 뉴 i4 eDrive40 운전석에서 바라본 BMW 드라이빙 센터 트랙. /사진=최지원 기자

운전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트랙 위에서 피가 끓는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일상에 지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영종도로 향해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달 26일 찾은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는 입구에서부터 규모로 시선을 압도했다. 전체 부지 면적은 30만5359㎡. 축구장 43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BMW 그룹 내에서 트랙과 고객 체험 시설을 한곳에 갖춘 자동차 복합문화공간으로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조성된 드라이빙 센터라는 설명이 붙는다. 유리벽 너머로 시원하게 뻗은 트랙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요함 속 밀려오는 속도감

BMW 드라이빙 센터의 트랙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안전 규격과 권장 사항을 준수해 설계됐다. 평소 도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급제동, 미끄러운 노면, 고속 코너링 상황을 통제된 환경에서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이유다.

기자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스타터 팩'이다. 가벼운 초보자 코스처럼 들리지만 실제 구성은 결코 만만치 않다. BMW 드라이빙 센터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첫 단계로 일상에서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기본 자세와 제동, 조향, 차량 제어를 익히는 과정이다. 인텐시브나 M 드리프트 등 상위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이날 배정된 모델은 전기세단 '뉴 i4 eDrive40'이다. 문 네 개를 단 그란 쿠페의 우아한 차체 안에는 BMW의 5세대 전기화 파워트레인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판매 모델 기준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이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432㎞를 달릴 수 있고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채울 수 있다.

BMW 드라이빙 센터 인스트럭터가 i4 탑승에 앞서 차량 조작법과 주행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

여기까지 보면 i4는 일상에 잘 맞춘 전기차처럼 보인다. 조용히 출발하고, 한 번 충전으로 넉넉히 달리고, 충전 시간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차다. 그러나 다목적 코스 트랙에 올라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인상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i4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뒤 차축의 싱글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3.8㎏·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6초 남짓에 불과하다. 숫자로 읽을 때는 담담하지만 운전석에서 느끼는 반응은 훨씬 즉각적이었다. 엔진음이 고조되거나 변속이 이어지는 과정 없이 페달을 밟는 만큼 차가 곧장 앞으로 나갔다. 배기음은 없었지만 속도감만큼은 분명했다. 조용해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가속이었다.

가속만큼이나 중요한 차량 제어 능력은 어떨까. 인스트럭터의 무전 지시에 맞춰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자 차체가 앞으로 깊게 숙이며 속도를 단숨에 줄였다. 공차중량이 2t을 넘는 차체였지만 M 스포츠 브레이크는 묵직한 차를 안정적으로 붙잡았다. 처음 접한 i4에 대한 신뢰감도 함께 두터워졌다.

車, 이동 수단서 감각의 도구로

이어진 다이내믹 코스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더해졌다.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 때문이었다. 스프링클러가 만들어낸 젖은 노면에 실제 빗물까지 얹히자 아스팔트는 한층 미끄러워졌다. 운전석에 앉은 몸도 자연스럽게 긴장했다.

실제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 순간 물보라가 양옆으로 튀었고 차체 무게가 앞으로 확 쏠렸다. 평소 도로였다면 심장이 철렁했을 상황이지만 안전이 보장된 트랙 위인만큼 공포와 재미가 동시에 밀려왔다.

이어진 원선회 코스는 앞서 겪은 미끄러운 노면 위에서 차가 제어력을 잃는 순간인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본격적으로 배우는 공간이다. 일정한 원을 그리며 속도를 높이자 스티어링 휠을 안쪽으로 꺾어도 차가 바깥으로 밀려나는 언더스티어가 먼저 찾아왔다.

반대로 속도를 더 올리며 한계선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뒤쪽 접지력이 무너지며 차의 꼬리가 흐르는 오버스티어 상황이 잇따랐다. 순간 긴장했지만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시선을 원의 중심 먼 곳에 두고 페달과 조향을 차분히 조절했다. 차체는 이내 마법처럼 안정적인 주행 궤도로 복귀했다. 위험한 상황을 내 손과 발로 직접 제어해냈다는 묘한 성취감이 차올랐다.

젖은 트랙 위를 주행 중인 BMW i4  /사진=최지원 기자

마지막 순서는 서킷 주행이다. BMW 드라이빙 센터의 2.6㎞ 트랙은 직선 구간과 급격한 코너, 헤어핀(U자형 코너)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져 앞서 배웠던 가속과 제동, 조향 기술을 종합적으로 시험해볼 수 있는 무대다. 주행자는 인스트럭터의 가이드를 받으며 서킷의 가장 이상적인 주행선을 그리며 질주하게 된다.

직선 주로에서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뒤 코너 진입 직전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내리밟았다. 이어 배운 대로 시선을 다음 탈출 지점으로 멀리 던지며 차를 안쪽으로 바짝 붙였다. 교육실에서 들었던 이론과 다목적·원선회 코스에서 몸으로 반복했던 분절된 훈련 조각들이 서킷 위에서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선행 차량의 뒤꽁무니를 쫓기 바빴지만 몇 차례 코너를 지나자 트랙이 하나의 리듬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서킷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속도 자체가 아닌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언제 속도를 줄이고, 어디를 바라보고, 어느 지점에서 다시 가속 페달을 열어야 하는지가 매 순간 정직하게 차체의 거동으로 피드백됐다. 제동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도 코너링이 버거웠고 시선이 눈앞으로 좁아지면 차의 움직임도 여지없이 흔들렸다. 반대로 모든 타이밍의 퍼즐이 자로 잰 듯 맞아떨어질 때 뉴 i4는 매끄럽고 날카롭게 다음 구간으로 이어졌다. 완벽한 통제의 쾌감이 느껴졌다.

BWM 드라이빙 센터 서킷 주행 트랙. /사진=최지원 기자

트랙 위 질주가 끝난 뒤에도 여운은 묵직했다. 일시적인 속도의 자극을 넘어 차를 완전히 장악하고 지배했다는 손끝의 감각이 길게 남았다. 소리 없이 강력했던 i4는 그 과정을 정직하게 증명해 보인 훌륭한 파트너였다.

현장에서 만난 BMW 관계자는 "자동차를 단순히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수단에 가두지 않고 '운전 본연의 진짜 재미'를 직접 느끼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운전을 그저 실용적인 행위로만 여겼던 기자에게도 이번 트랙 위에서의 경험은 운전 자체의 즐거움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짜릿한 전율 뒤에 찾아오는 기분 좋은 자신감. 그것이 BMW 드라이빙 센터가 트랙 위 왕초보들에게 건네는 진짜 선물 아닐까.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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