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4개월만에 태극마크 단 이승우 "KTX 입석 타고 달려왔어요"

"북중미 월드컵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봐…그저 최선 다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북중미까지는 아직 생각 안 해봤습니다. 이 시간만을 기다려왔으니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입니다."

무려 5년 4개월 만에 축구대표팀에 복귀한 공격수 이승우(26·전북)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진중한 말투로 소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라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4차전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에 앞서 이승우가 대표팀의 푸른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태극마크를 단 이승우'를 보는 건 취재진에 매우 오랜만의 일이다.

이승우가 A매치 경기를 뛴 건 2019년 6월 이란과의 평가전이 마지막이다.

이후로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물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중용되지 못했다.

한때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으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승우다.

많은 팬이 이승우 특유의 재기 넘치는 플레이를 A매치에서 보고 싶어 했는데, 그럴 기회는 5년 4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10일 열린 요르단과 원정 3차전에서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엄지성(스완지시티)이 부상을 당하면서 소집 해제됐다.

그러면서 이승우와 그의 전북 동료 문선민이 대체 발탁돼 A매치 복귀전의 기회를 잡았다.

이승우는 11일 저녁 대체 발탁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고 12일 아침 문선민과 함께 급하게 KTX를 타고 용인으로 왔다.

이승우는 "티켓이 없어서 입석으로 왔다. 맨 뒤 칸에서 (캐리어 가방 위에) 쪼그려 앉아서 와서 (팬들이 날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며 웃었다.

웃으며 취재진과 문답을 시작한 이승우는 본격적으로 대표팀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진지해졌다.

평소와는 다르게, 다소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이승우는 "출전을 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 안에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으나 2022 카타르 월드컵에는 나서지 못한 그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자신이 뛰게 될 가능성을 생각해봤느냐는 질문엔 "아직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훈련을 하며 내 몸을 만들었다"면서 "이 특별한 곳에,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서 왔다"며 미소 지었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 엄지성이 빠졌지만, 대표팀의 공격진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 홍현석(이상 마인츠), 배준호(스토크시티) 등이 포진한 2선에 이승우가 설 자리는 좁아 보인다.

그러나, 이승우는 결정적인 순간 번뜩이는 장면을 많이 연출했던 선수다. 그의 '마법사 기질'이 미르스타디움에서 다시 한번 발휘되기를 팬들도, 그도 내심 기대할 터다.

이승우는 "(출전 기회를 받는다면) 그냥 최선을 다하고 싶다. 너무 오랜만에 왔고 진짜 이 시간만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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