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스공사, 최근 5년간 ‘비즈니스석’ 해외출장에 ‘3억5000만원’ 혈세 지출
1000만원 넘는 항공료만 두 차례…소속 농구단 감독도 비즈니스석 타고 ‘NBA 참관’
강승규 의원 “채희봉 전 사장 ‘호화 출장’ 논란 명심해야…공공기관들도 각성 필요”
(시사저널=변문우‧강윤서 기자)
한국가스공사 임직원들이 최근 5년간 해외 출장 시 항공권 비즈니스석 탑승으로 지출한 금액이 '3억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모호한 예외규정들에 따라 임원급은 물론, 처장급과 자사 소속 농구단 감독까지 이용하면서 지출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혈세 낭비'라는 비판과 함께, 지난해 불거진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공공기관 여비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가스공사도 이 같은 지적을 인지해 지난해 10월 여비규정을 엄격하게 바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임직원 해외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에서는 최근 5년간 항공권 비즈니스석 탑승을 통한 해외출장이 총 48차례 있었다. 해당 건들의 항공료를 합치면 총 3억5186만7359원이 지출됐다. 1인당 평균 73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지출된 것이다. 특히 일부 건은 해외 기관에서 항공료를 부담해 0원이었던 만큼, 공사에서 개인당 비즈니스석 탑승으로 지출한 평균 금액 부담은 730만원보다 더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급 순으로 보면 사장 15번, 부사장 5번, 상임이사 5번, 본부장 12번, 처장 9번, 기타 2번씩 이용했다. 이중 기타 2건은 모두 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단(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감독이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차례는 성적 부진에 따라 2023년 6월 경질됐던 유도훈 전 감독이 2022년 7월(항공료 713만4000원) '해외선수 스카우트'와 'NBA 경기 참관' 차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이후 지휘봉을 잡은 강혁 현 감독(당시 직무대행)도 'NBA 경기 참관'을 위해 2023년 7월(항공료 930만4700원) 비즈니스석을 통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당초 개정 전 가스공사의 여비규정에는 '본부장' 직급 이상의 경우만 비즈니스석 탑승이 가능한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가스공사 측에 따르면, 공사 스포츠부에서 '감독은 본부장으로 대우한다'는 예외규정을 만들어 농구단 감독도 출장 시 비즈니스석 탑승이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처장급도 여비규정 특수규정에 따라 항공권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비규정 18조 3항에 따르면, 1급 직원(1급대우 포함) 또는 연구위원의 국외출장에 한해 통상적 1회 탑승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경우나 출장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상임이사나 본부장이 승인하면 1등급 상향 조정이 가능하도록 허용됐던 것이다.
해당 규정에 따라 본부장급 이하인 처장급이 지난 5년 간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사례는 총 9건이다. 항공료로 보면, 2020년 1월 두바이·모잠비크로 다녀온 '비상임이사 해외사업 현장시찰' 출장(1115만9585원)이 가장 비쌌다. 처장 한 명의 항공료에 1067만2300원이 든 2022년 3월 '한-카타르 에너지협력대화 행사 참석 및 이라크 사업 현안 점검' 출장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규정들로 농구단 감독은 물론 본부장급 이하인 처장들도 출장 시 비즈니스석에 수차례 탑승하면서, 공사 내부에서도 "혈세 낭비다" "기준 상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가스공사 관련 채희봉 전 사장의 '임기 말 외유성 출장' 논란과 각종 비위를 짚으면서, 해당 여비규정에 대해 함께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스공사는 지난해 10월 여비규정 개정을 통해, 국외 항공권 비즈니스석 탑승 기준을 사장‧부사장‧상임감사‧등기이사까지 '임원단'으로 제한하고 '1급 이하'는 이코노미석에 탑승하도록 명시했다. 1급 이하 직원 중 사장의 명을 받아 국제회의 또는 협상에 참여하는 대표자나 중증장애인, 임산부 직원으로서 사장이 인정한 경우는 예외를 두도록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작년 말부터 임원이 아니면 전부 이코노미석에 타도록 규정을 개정했다"며 "당시 국정감사 지적사항을 반영해 공무원 규정과 동일한 기준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급(또는 1급 대우)의 편도 항공이 8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 비즈니스로 탈 수 있다'는 단서조항은 여전히 홈페이지 세칙에 남아 있다. 이에 가스공사 관계자는 "(단서조항이) 삭제되진 않았지만 여비규정을 개정하면서 (처장급이나 농구단 감독 등 임원 외 직원은) 모두 이코노미석만 이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불필요한 해외출장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승규 의원은 시사저널에 "그간 항공기 비즈니스석 탑승 기준을 느슨하게 운용한 가스공사는 제도 개선을 계기로 더욱 각성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가스공사는 문재인 정권 당시 사장이 '1박 260만원 호텔 스위트룸'에 숙박하는 등 '호화 출장' 논란으로 국민 질타를 받은 만큼, 더욱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정감사로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채희봉 전 사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진 바 있다. 앞서 채 전 사장은 2022년 4월 영국 런던으로 3박5일짜리 출장을 다녀오면서 항공권 비즈니스석 탑승은 물론, 1박에 260만원인 5성급 호텔 '샹그릴라 더 샤드' 스위트룸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장관급 공무원의 해외 숙박비 상한 95만원의 2.7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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