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싱이 떠나고 나서 욕이 쏟아지고 있다. 16경기 20⅔이닝 1승2패 4세이브 ERA 4.79. 이 숫자만 보면 솔직히 아쉬운 성적인 건 맞다. 불펜 마무리가 4점대 후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면 잘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맥락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래 선발 투수로 한화에 왔다가 첫 경기 직후 마무리로 전환됐고, 5경기에 3번꼴로 등판하는 강행군을 소화했으며, 7회에 등판해 3이닝 세이브를 맡긴 경기도 있을 만큼 강도 높은 기용을 감내했다. 그렇게 굴려놓고 이제 와서 ERA 4.79 타령을 하는 게 맞는 얘기인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취업 사기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

쿠싱이 한화에 온 건 화이트의 대체 선발 자리였다. 선발 투수로 계약했는데 첫 경기 이후 불펜으로 전환됐고, 마무리 김서현이 ERA 12.38로 무너진 상황에서 갑자기 클로저 역할까지 맡게 됐다.

선발로 왔다가 마무리가 된 것도 모자라 중무리로 쓰인 팬들이 "취업 사기도 이런 취업 사기가 없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쿠싱 본인은 "팀이 원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내 역할을 하면 그뿐"이라며 군말 없이 소화했다.
성적이 나쁜 게 아니라 한화 불펜이 그보다 더 나빴던 것

쿠싱이 떠난 뒤 3경기 동안 한화 불펜 ERA가 12.10까지 치솟았다. 쿠싱의 ERA 4.79가 나쁜 게 아니라, 한화 불펜이 그것보다 훨씬 더 처참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쿠싱 ERA 4.79가 못한 성적인 건 맞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저 정도 성적을 낼 불펜 투수가 지금 한화에 한 명도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김경문 감독도 "팀이 어려울 때 와서 3이닝을 던져준 적도 있고 잘 해줬다. 많이 감사하다"고 했을 만큼 구단 입장에서도 고마운 자원이었다.
굴린 거 치고 잘한 건 맞다

6주 단기 계약 선수에게 마무리를 맡기고, 멀티 이닝을 밥 먹듯 쓰고, 블론 세이브가 나온 경기조차 앞선 등판의 혹사가 배경에 있었다. 그렇게 굴린 결과가 4세이브에 ERA 4.79라면, 선발로 왔다가 마무리까지 소화한 6주 알바 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쿠싱이 제대로 1이닝씩만 맡았다면 성적이 훨씬 나았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떠난 선수를 욕하기 전에, 그 선수를 그렇게 굴린 게 누구였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