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명절이 되면 고향에 내려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길이 막혀도 몇 시간을 운전했고 힘들어도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 50대와 60대 사이에서는 명절에 굳이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가족이 싫어서라기보다 수십 년 동안 반복했던 명절의 방식에 처음으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만나러 가는 시간보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더 아깝다
명절마다 몇 시간씩 운전해 고향에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일을 젊을 때는 당연하게 견뎠다. 하지만 50대와 60대가 되면 장거리 운전 자체가 큰 피로가 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형제들이 예전 방식 그대로 고향에 모이는 집이라면 더욱 고민하게 된다.
결국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느라 하루를 다 써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명절 당일을 고집하기보다 다른 주말에 만나거나 중간 지역에서 식사하는 방식을 선택하기 시작한다.

명절이 가족을 만나는 날이 아니라 비교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안부만 나누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를 때가 있다. "아들은 어디 취직했어?", "딸은 아직 결혼 안 했니?", "요즘 집값 많이 올랐다며?", "퇴직하고 뭐 하고 지내?"
평범한 질문처럼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자식의 취업과 결혼, 경제 형편, 부부 문제까지 명절마다 서로의 삶을 확인하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만남은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가족을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오히려 내 인생이 초라해진 기분이 든다면 다음 명절에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부모님도 안 계신데 누구를 위해 모이는지 모르겠다
가장 큰 변화는 부모 세대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예전에는 명절에 고향에 내려갈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제들도 사실 서로를 만나러 갔다기보다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가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형제끼리 제사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며 예전과 똑같이 명절을 보내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가 정말 만나고 싶어서 모이는 걸까?", "아니면 예전부터 해왔으니까 계속하는 걸까?"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명절은 가족을 이어주는 시간이 아니라 누구도 그만두자고 말하지 못해 반복하는 의무가 되어버린다.

명절에 시골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명절 당일이 아니어도 부모님 산소에 다녀올 수 있고 형제들은 편한 날짜에 만나 식사할 수 있다. 며칠씩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부모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명절의 형식을 얼마나 오래 지키느냐가 아니라 그 안에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느냐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고향이 가족을 모아줬다. 부모님이 떠난 뒤부터는 형제들이 서로 만나고 싶은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50대와 60대가 명절에 고향으로 가지 않는 진짜 이유는 고향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사람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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