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밥먹으러 오라고 할 것 같은데....” 김수미 빈소 조문 행렬
25일 오후 2시 한양대병원 특6호실에 배우 김수미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분향소에는 빨간 벙어리 장갑을 끼고 흰 머플러를 두른 채 활짝 웃고 있는 김씨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김씨의 아들 정명호(49)씨는 “황망한 상황에서 영정사진을 급히 골라야 했는데, 웃는 사진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연예인 박은수, 조인성, 김형준, 신현준이 빈소를 조문했다. 연예인 임하룡,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 김혜수, 정훈희, 서영희, 이광수, 김우빈, 임영웅, 박명수 등도 빈소에 화환을 보냈다.
김씨와 ‘전원일기’에서 호흡을 맞춘 박은수(77)씨는 “몇 부작짜리 드라마로 계획됐던 ‘전원일기’가 최장수 드라마가 된 것, 종영 수십년 후에도 회자되는 것 모두 김수미 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최불암·김혜자가 전원일기의 기둥이었다면 김수미는 전원일기의 인테리어였다”며 “아직 연기를 더 해야 하는 훌륭한 배우가 가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처음에는 어리고 예쁜 배우가 할머니를 연기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일용엄니’ 캐릭터를 기가 막히게 만들더라”며 “가성으로 만드는 쇳소리, 애드리브에 매번 감탄했다”고 했다. 박씨는 “김씨가 다재다능하니 사업을 했겠지만, 연기만 했다면 이런 일(사망)은 없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한편 박씨는 “김씨는 순발력이 좋아 촬영장의 스태프들이며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였다”며 “정해진 시간보다 촬영이 빨리 끝나 빈 시간이 생기면, 애드리브를 쳐서 시간을 꼭 맞춰줬다”고 회상했다.
작년 김씨와 뮤지컬 ‘친정엄마’에서 호흡을 맞춘 김형준(37)씨는 “당장이라도 선생님이 밥 먹으러 오라며 부를 것 같은데, 너무 황망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선생님은 뮤지컬 연습 때마다 먹을 것을 잔뜩 만들어 오셔서 나눠주셨고, 연기도 많이 도와주셨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지난 봄 시즌 ‘친정엄마’에 나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선생님을 뵈러 깜짝 방문했는데, 선생님께서 몸이 안 좋으시다며 만나주실 수 없다고 했다”며 “선생님답지 않은 모습에 무슨 일인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가셨다”고 했다. 김씨는 “예전 뮤지컬 연습 때 선생님이 저를 혼내시는 모습이 방송에 나온 적이 있었다”며 “선생님 이미지가 나빠졌을까봐 걱정돼 그 이후 쉽게 연락을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김씨의 외조카인 장주원(33)씨는 “이모는 매년 온 가족을 모아 김치를 수백 포기씩 담았다”며 “정작 이모가 먹는 양은 적었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김치를 나눠줬다”고 했다. “매년 김장을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장씨의 말에 김씨는 “오랜만에 친지들을 만나고, 김치도 나눠줄 수 있으니 좋다”고 답했다고 한다. 장씨는 “이모는 요리를 맛있고 빠르게 했다”며 “특별한 음식보다도 집밥을 잘 했다”고 했다. 장씨는 “방송에서 비춰지는 이모는 유쾌하고 털털한 모습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소녀같았다”며 “이모는 꽃과 독서를 좋아했고, 음악 듣는 것도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손자 권준희(10)군은 “할머니와는 매주 한 번씩 통화하던 사이”라며 “할머니가 유쾌하고 농담도 잘 하셔서 할머니와 통화하던 시간을 좋아했다”고 했다. 권군은 “지난 6월 할머니와 계곡에 놀러갔다”며 “함께 백숙을 먹고, 내가 물장구를 치는 동안 사진을 찍어주던 할머니가 그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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