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분석]네이버가 '영어 교육 앱' 케이크에 꽂힌 이유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의미있는 공시를 소개·분석합니다.

이미지=케이크 홈페이지.

네이버가 영어 교육 앱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네이버의 콘텐츠 자회사 스노우의 자회사 케이크는 이달 17일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차입' 공시를 통해 스노우로부터 120억원을 빌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공시는 2022년 7월12일에 제출된 공시서류를 정정한 것입니다. 케이크가 스노우로부터 빌리는 돈이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늘고 상환일도 2023년 7월13일에서 2024년 1월18일로 변경된다는 내용이 담겼어요. 이로써 케이크가 스노우로부터 빌린 돈은 총 15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자금의 용도는 '운영자금'으로 명시됐어요.

케이크에 담긴 네이버의 전략 '글로벌'

케이크는 2018년 3월 스노우가 출시한 영어 교육 앱의 이름입니다. 이후 2020년 10월 독립해 스노우의 자회사가 됐어요. 회사 이름도, 앱의 이름도 케이크입니다. 회사는 케이크 앱을 영어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부가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고 생생한 영어를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개발했습니다. 이용자는 매일 짧은 영상을 통해 새로운 영어 표현을 공부할 수 있어요.

케이크 앱은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20~30대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습니다. 2022년말 기준 케이크 앱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MAU 기준으로 이용자가 한국이 아닌 해외 비중이 90% 이상인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는 케이크 앱을 통해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됩니다. 가령 미국에 사는 스페인 사람이 스페인어로 영어 공부를 할 때 케이크 앱을 이용하는 방식이죠. 케이크 앱은 이런 방식으로 전세계 19개의 주요 언어를 지원합니다.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학습도 가능합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겠죠. 현재 영어·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태국어로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케이크 앱은 다양한 언어로 영어와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어 이용자가 한국·일본·대만·베트남·태국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남미·유럽·중동 등 전세계 주요 지역에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도 1억건을 넘었어요.

케이크 앱의 언어를 설정하는 초기 화면(왼쪽)과 영어 학습 콘텐츠가 제공되는 화면.(사진=케이크 앱 캡처)

앱의 이용자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무료 이용자가 유료보다 훨씬 많습니다. 회사는 콘텐츠 사업의 특성상 초기에는 아직 매출이나 이익을 늘리기보다 이용자를 늘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이번에 모기업인 스노우로부터 120억원을 빌린 것도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스노우도 모기업인 네이버로부터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죠. 결국 콘텐츠 사업을 키우기 위한 네이버의 의지가 스노우와 케이크에 대한 자금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케이크 앱은 해외 이용자가 주 이용자입니다. 더 이상 한국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려는 네이버의 전략에 적합한 앱인 셈이죠. 2022년 3월 취임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취임일성으로 '글로벌'을 외쳤습니다.

스노우는 네이버웹툰과 함께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꼽힙니다. 케이크를 비롯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의 운영사 크림이 스노우의 자회사들입니다. 제페토는 이미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도약했죠. 크림은 네이버의 글로벌 C2C(소비자간거래) 플랫폼의 한 축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달초 북미 1위 C2C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의 인수를 완료했어요. 이로써 북미(포시마크)-유럽(왈라팝·베스티에르콜렉티브)-일본(빈티지시티)-한국(크림)을 잇는 글로벌 C2C 축을 완성했습니다.

이용자 모으는 '케이크·스노우', 아직은 적자

케이크는 아직 이용자를 모으는 단계로 실적은 좋지 않습니다. 스노우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케이크는 2021년 매출 10억원, 당기순손실 19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케이크뿐만 아니라 네이버제트, 크림도 같은 기간 적자를 냈습니다.

3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모은 제페토를 보유한 스노우도 아직은 적자 행진입니다. 최근 5년간의 실적 추이를 보면 연간 매출은 2019년을 제외하고 모두 100억원 미만이며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1076억원까지 늘었다가 2021년에는 574억원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조급해하지 않고 스노우와 그 자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이용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이용자 층을 확보하는 것이 플랫폼 사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케이크는 비즈니스 모델(BM)도 갖추고 있습니다. 케이크의 BM은 △광고 △유료 멤버십 △서적 등으로 구분됩니다. 광고는 케이크 앱에 게재되는 광고를 통해 얻는 매출입니다. 유료 멤버십은 광고없이 콘텐츠를 보고 싶은 이용자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서적은 2022년 3월 케이크와 합병한 하이브에듀가 하던 사업입니다.

하이브에듀는 좋아하는 아티스트 국가의 언어를 배우기 위한 전 세계 팬들을 위해 학습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2020년 발간한 '런(Learn)! 코리안 위드 BTS'는 전 세계 30여개 국가 및 지역에서 30만권 이상 판매됐습니다. 영국 셰필드대와 미국 미들베리대, 프랑스 에덱비즈니스스쿨 등 7개국 9개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 정식 교재로 사용되고 있어요. 케이크는 하이브에듀와 합병한 후 BTS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여행 정보와 함께 한국어 표현도 익힐 수 있는 ‘BTS TRAVEL BOOK’을 영어와 일본어로 출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