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거대경제권의 기폭제, 달빛철도] 대구~광주 1시간대 연결 땐 인구 1800만 소비시장 탄생

이동현(경제) 2026. 1. 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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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경유지 10개 지자체 묶어 4대 벨트·역세권 개발 청사진
생산유발효과 7조2965억 분석…3만8천명 넘는 고용창출까지
지방소멸 대응 내년 착공 골든타임…정부 ‘예타 확정’ 결단 시급
광주송정역 전경. 이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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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이 불러온 '지방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대구와 광주,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거점 도시는 그 위기의 최정점이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고 도시를 지탱하던 지역의 인구는 말라간다. 이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반전 카드는 무엇일까. 대구정책연구원(이하 대정연)은 서대구역과 광주송정역을 잇는 달구벌과 빛고을 사이에 놓일 '달빛철도'가 가져올 남부거대경제권이 지방소멸을 막아줄 거대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를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동서횡단철도(198.8㎞)로,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영호남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국가 균형 발전 핵심 인프라다. 광주 송정을 기점으로 담양-순창-남원-장수-함양-거창-합천-고령을 지나 서대구역을 종점으로 한다.

경남 함양군 대구-광주고속도로 중 동서만남의광장 휴게소에 조성된 동서화합동산 조형물. 이동현기자

◆ 인구소멸의 착시 현상

대구 등 지방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두고 흔히 "청년들이 서울로 다 빠져나가서"라고 말한다. 반만 맞은 진단이다. 대정연에 따르면 2024년 대구 청년 인구(19~34세) 비중은 2019년 대비 11% 감소했고, 순유출 인구의 87.5%가 청년인 것은 사실이다. 이들 중 77.4%가 수도권으로 향했다. 직업(51.3%)과 교육이 주된 이유다.

그 이면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나가는 것뿐 아니라 들어오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김수성 대정연 연구위원은 "과거 대구는 서울로 인구가 유출되더라도 경북 인구가 대구로 유입되며 인구를 유지했다. 하지만 경북이 소멸 위기에 처하면서 대구로 유입되던 인구 파이프라인이 끊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2021년 정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경북 22개 시·군 중 16개가 지정됐다. 대구도 남구·서구·군위군이 포함됐다.

이는 대구만의 위기가 아니다. 광역 거점 도시가 생존하려면 배후 지역의 인구 순환이 필수적이다.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이 각자도생해서는 수도권의 흡인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구 방어가 아니라 판을 키우는 전략이다. 대정연은 그 해법이 바로 영호남과 제주를 아우르는 1천800만명 규모의 '남부거대경제권'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달빛철도 노선도. <대구시 제공>

◆ 단순한 교통망이 아닌 '경제 기폭제'

남부거대경제권의 핵심 전제는 물리적 연결이다. 달빛철도는 두 도시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단축한다.

단순 여객 수송 수단이 아니다. 김수성 연구위원은 이를 '촉매-반응-환원' 모델로 설명했다. 달빛철도라는 인프라(촉매)가 투입되면, 4대 벨트 및 역세권 개발(반응)이 일어나고, 최종적으로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환원)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지난해 4월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강기정 광주시장, 지역 정치인들이 달빛철도 예타면제 확정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구체적으로 대정연은 달빛철도 경유지 10개 지자체를 묶는 '4대 벨트' 조성을 제시했다. △AI· 모빌리티 육성 '신산업 벨트' △대구경북신공항 연계 '동서 물류 벨트' △지리산-가야산 '글로컬 문화관광 벨트' △'스마트 역세권 도시 벨트'다. 이 모델이 작동할 경우 생산 유발 효과는 약 7조2천965억 원, 고용 창출은 3만8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1천500만 명의 교류 인구가 소비하는 금액만 1조2천억 원이 넘는다. 철도 하나가 쇠락해가는 남부 내륙 도시에 피를 돌게 하는 강력한 혈관이 되는 셈이다.

철도 구축으로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도 용이해진다. 예를 들어 대구지역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질 좋은 자동차 부품들이 광주의 완성차 공장으로 직배송될 수 있다. 실제로 대구와 광주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동해-서해 항만 연결의 큰 그림을 위한 달빛철도의 연장 목소리도 나왔다. 2021년 이강덕 포항시장은 달빛철도를 동해(포항)와 서해 도시(군산·목포)까지 연장해 연결해야 한반도 동서횡단철도를 완성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17일 영·호남 6개 시·도지사와 달빛철도 경유지역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빛 철도 건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빨대 효과 없어"

일각에서는 교통이 빨라지면 오히려 지역 인구가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더 빨리 유출되는 '빨대 효과'를 우려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정반대의 분석을 내놨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대구~광주 고속도로의 4차로 확장 개통 후 7년간 연평균 약 1천만 대나 폭증했다. 길이 넓어지자 사람과 물류가 더 빈번하게 오가고, 우려했던 일방적인 인구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 간 경계가 허물어졌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호쿠리쿠 신칸센(도쿄~가나자와) 개통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칸센이 연결되면서 낙후되었던 호쿠리쿠 지역에 관광객이 크게 늘고 기업이 유치됐다. 특히 역세권에 대학 캠퍼스와 기업 연구소를 유치해 청년 인재를 끌어모으는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B/C 0.48"…막대한 재정 부담은 넘어야 할 산

다만,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는 막대한 재정 투입과 경제성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달빛철도의 비용대비편익(B/C)은 경제성 확보 기준인 1.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83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 인프라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것은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나아가 개통 이후에도 당초 기대만큼의 여객 및 물류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막대한 운영 적자가 누적될 경우, 결국 지자체와 국가 재정을 갉아먹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대구정책연구원 제공>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로 법·제도적 장벽은 일단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속도'다. 아직 재정기획부의 예타면제 확정 절차가 남았다. 2026년 기본계획 수립, 2027년 설계 및 착공이라는 로드맵을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시급하다.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의 민원 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로 치닫는 대한민국이 균형 잡힌 두 개의 날개로 날아오르기 위한 국가적 생존 프로젝트다. 동서가 연결되고 남부 내륙의 10개 도시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일 때, 비로소 지방은 소멸의 공포를 극복하고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국토 동서에 자리한 인구 234만명의 대구와 50만명의 광주 두 대도시를 연결하는 것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 전제조건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대구정책연구원이 제시한 달빛철도 중심 영호남 4대 벨트. <대구정책연구원 제공>

서대구~광주송정역 車로 3시간…유일하게 철도길 없는 두 광역시

광주시민 "달빛철도 건설되면 동서 교류 활발…조속한 완공 기대"

거점 내륙 주민들도 "경제성보다 지역균형발전이란 공익 우선해야"

경남 함양군 동서만남의광장 휴게소 동서화합동산 조형물. 이동현기자
경남 함양군 동서만남의광장(함양 산삼골) 휴게소. 이동현기자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10시, 달빛철도의 동부 기점인 서대구역을 출발해 대구~광주고속도로를 1시간여 달려 경남 함양군 산삼골휴게소(동서만남의광장)에 도착했다. 휴게소 한편에는 '동서 화합의 동산'과 조형물이 조성돼 영호남 교류의 의미를 더했다.

과거 '88올림픽고속도로'로 불리던 이 도로는 민족의 화합을 이룩해 국가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국민적 의지를 담아 건설됐다. 2015년 왕복 4차로 확장을 마치며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고속도로 이용객들은 여전히 철도 교통망의 부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휴게소에서 만난 전북 남원 시민 최성근(62)씨는 "달빛철도를 경제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경제성만 따진다면 폐쇄해야 할 노선이 많다"며 "경제성보다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대구와 광주는 전국 7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철도로 직접 연결되지 않은 곳이다. 현재 대구에서 광주를 오가려면 고속버스로 3시간을 달리거나, KTX를 타고 오송역까지 올라가 환승하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 남북 축 위주의 고속철도망 속에서 동서 간 철도 연결이 지지부진했던 탓에 두 지역민은 물리적 거리 이상의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광주송정역 정면. 이동현기자

휴게소를 떠나 2시간 가까이 더 달려서야 달빛철도의 서부 종착역인 광주송정역에 닿았다. 호남선이 서북쪽 장성군을 통해 내려오는 탓에 서쪽에 치우친 광주송정역은 지리적으로도 멀게 느껴졌다.

광주송정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달빛철도의 조속한 개통을 한목소리로 염원했다. 최근 출장차 대구를 다녀왔다는 김정순(32·광주 북구)씨는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 시간이 길어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달빛철도가 개통되면 동서 교류가 활발해지고 영남권 관광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동현(경제)기자 shineast@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