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마케터 시점] ‘방송인’은 본업 모먼트에 가장 빛난다

요즘 ‘방송인’이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는 셀럽과 유명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연기자나 가수가 아니다.

운동선수·아나운서·의사·변호사·화가·시인·소설가·번역가·사업가를 비롯해 심지어 역술인까지.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직업군이 방송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제작자는 ‘신선함’을 원하고, 시청자는 ‘색다른 매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질적이고 낯선 인물들이 등장할 때, 대중은 놀라움과 동시에 매력을 느낀다. 그 시작은 언제나 단순하다. “한 분야에서 최고인 줄 알았는데, 다른 영역까지 잘 해버리네?”

바로 그 순간, ‘본업 모먼트’가 터진다.투잡, 쓰리잡이 일상이 된 시대. 다재다능함은 미덕처럼 여겨진다.

갓생과 ‘방송인’다운 쿨함과 재치가 더해져 시너지를 발휘하는 이들 방송인들에게 대중은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그 박수에는 질투와 박탈감도 섞인다. “나는 하나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데, 저 사람은 대체 뭐지?”

질문은 곧 욕망으로 바뀐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박수와 공종하는 질투는 대상의 대중적인 인기가 올라갈수록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해주지 않는다.

실제 많은 비연예인 출신 방송인들이 논란으로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더본코리아 상장 이후 가진 첫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백종원 대표. / 연합뉴스

포털 사이트 인물정보에 따르면, 백종원의 직업은 ‘기업인, 요리연구가’다. 그러나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거의 모든 방송 예능 타이틀에 이름을 올렸고, SBS, MBC 연예대상까지 수상했다. 누가 봐도 그는 더 이상 ‘비연예인’이 아니다. 그는 ‘방송인’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운동 선수나 정치인이 아닌데 누군가 당신에게 사인을 요청한다면...당신은 연예인이라고.

그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는 빽다방·한신포차·새마을식당·홍콩반점 등 10여 개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으며, 전국 가맹점 수는 3,000곳을 넘는다. 그중 99.6%가 가맹점이라는 사실은, 이 브랜드의 생존이 곧 수천 명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백종원이 방송에 나와 보여주는 모든 조언과 내공은, 바로 이 ‘본업’의 무게에서 비롯되었다. 가맹점이 있었기에 ‘방송인’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의 방송 활동은 단순한 개인 활약이 아니라, 일종의 브랜드 홍보로써 기능해 왔다. 백종원 그 자체가 브랜드이고, 그 브랜드가 곧 신뢰였기 때문이다. 방송 노출 하나로도 매출이 오르니, 프랜차이즈 가맹점 입장에선 대표의 방송 출연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논란은 그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원산지 표기 누락, 생산 유통과정의 불투명성 등...모두 외식업 운영에서 가장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방송에서 자영업자의 멘토처럼 조언을 해오던 인물이, 정작 자신의 브랜드에선 그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이건 실수라기보다는 기만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중은 백종원에게 특권층의 테이블 매너 강의나 격식을 바라지 않았다. 음식과 요식업에 대한 기본 법칙을 원했다. 그의 구수한 말투와 눈썰미, 현장감 있는 조언은 모두 본업에서 우러나온 신뢰였고, 이제 그 신뢰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뒤늦게 50억원 규모의 가맹점 긴급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론은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기본을 등한시한 태도였기 때문이다.

결국, 백종원은 방송 중단을 선언하며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정을 반기지 않을 사람은 없다. ‘흑백요리사’와 ‘장사천재’는 그 없이도 돌아갈 수 있지만, 3000개의 가맹점은 그 없이는 버틸 수 없다.

백종원의 방송 출연은 이미 지나치게 많았고, 새로운 포맷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만큼 피로감이 쌓여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엔터 업계의 숙명이자 과제이기에 비난하기 어렵다.

여전히 사람들이 여전히 그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예능감이 아니라 전문성 때문이다. 방송 화면 너머로 전해지던 디테일한 진단력, 사투리에 녹아든 경험치 등...그 모든 것이 ‘본업 모먼트’였다.

그렇기에 이 사태는, 단지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방송이라는 쇼에 진입한 모든 비연예인들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연돈볼카츠 캐나다 토론토 던다스st점. / 더본코리아

의사·변호사·역술인·운동선수 등 방송에서 활약 중인 이들이라면 스스로에게 물어야만 한다. 방송으로 본업을 빛내고 싶은가, 아니면 본업으로 방송을 빛내고 싶은가. 둘 다여도 당연히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인지도 확보가 주 목적이고, 애초에 본업에 대한 진심도 신념도 없다면 그들이 SNS에서 광고 단가를 따지는 인플루언서들과 무대인 플랫폼 이외에 과연 무엇이 다른가?

방송은 올림픽이 아니다. 대중은 방송에 출연하는 비연예인 출연자들에게 업계 최고의 실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분야를 태도, 그리고 기존 연예인들과는 다른 시선이 전해주는 통찰과 재미를 기대할 뿐이다.

대중이 ‘본업 모먼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결국 그 사람의 ‘뿌리’에서 비롯된다. ‘본(本)’이란 글자는 나무의 뿌리 아래 그어진 선에서 유래했다. 지금, 그 뿌리를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