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두 배 크기라는데?" 단 한 달만 볼 수 있는 9,000평 보랏빛 개미취 명소

봉천사 개미취 / 사진=경북 나드리 김효주

가을의 색은 단풍의 붉은빛만이 아닙니다. 경북 문경의 고즈넉한 산사, 봉천사에서는 매년 9월이면 보랏빛 물결이 산비탈을 가득 메우며 계절의 전령이 됩니다.

흔히 길가나 계곡에서 스쳐 지나던 들꽃, 개미취가 주인공이 된 이 장관은 이제 전국적인 가을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봉천사의 풍경은 단순한 사진 명소를 넘어, 한 스님의 오랜 땀과 자연의 힘이 어우러진 대지 미술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천 평을 덮은 연보랏빛 정원

봉천사 개미취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봉천사가 자리한 곳은 해발 360m의 월방산 중턱. ‘봉황이 샘을 지킨다’는 의미처럼, 아늑한 산세에 둘러싸인 절집 앞마당에는 가을이면 장대한 개미취 군락이 펼쳐집니다.

규모는 약 3ha(9,000평), 서울광장의 두 배가 넘는 면적을 오직 개미취 하나로만 채워냈습니다. 바람이 불면 일렁이는 보랏빛 파도는 산사의 고요함과 대비되며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순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이 풍경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던 비현실적인 정원 그 자체입니다.

봉천사 개미취 / 사진=경북 나드리 김효주

더 놀라운 점은 이 군락이 화려한 원예종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흔한 토종 야생화 개미취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보통은 잡초처럼 취급되던 꽃이 봉천사에서는 당당히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주지 스님은 척박한 산비탈에서도 꿋꿋이 뿌리내리는 개미취의 강인함에 주목했습니다. 억지로 외래종을 심기보다, 땅과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을 택해 자연 스스로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기다린 것이지요.

그 결과 우리는 단일 야생화 군락으로는 보기 드문, 생태적·예술적 가치가 큰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감상 포인트

봉천사 개미취 / 사진=경북 나드리 김효주

봉천사 개미취를 제대로 즐기려면 약간의 걷기가 필요합니다. 사찰로 오르는 길은 좁고 가파른 구간이 있어, 진입로 초입에 차를 두고 약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숨이 차오를 즈음 시야가 열리면, 발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보랏빛 꽃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며 피로는 단번에 잊힙니다.

봉천사 개미취 / 사진=경북 나드리 김성은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명당은 꽃밭 위쪽의 커다란 바위들입니다. 이곳에서는 9,000평의 개미취 군락과 소나무 숲, 그리고 사찰 지붕이 어우러진 풍경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습니다.

햇살의 각도에 따라 보랏빛의 깊이가 달라져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굳이 명당을 찾지 않아도 꽃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각도에서든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봉천사 개미취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개미취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매년 9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약 한 달간입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만 펼쳐지는 보랏빛 정원을 가장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인파가 몰리는 주말을 피해 평일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을 추천합니다.

또한 봉천사 방문과 함께 가까운 문경철로자전거 진남역이나 고모산성을 연계하면 가을 여행 코스가 훨씬 풍성해집니다. 단풍이 물들기 전, 붉은빛보다 먼저 찾아오는 연보랏빛의 울림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완벽한 문경 여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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