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돌이’도 감탄하는 수학의 아름다움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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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돌이'로서 약간의 열등감이 있다.
수학은 우주의 언어라는데, 우주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부끄러움이랄까.
책을 읽을수록, 수학과 문학을 갈라놓은 문·이과 구분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었는가 새삼 깨달았다.
수학을 통한다면 문학을 얼마나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지 예시가 이 책에는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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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 하트 지음 고유경 옮김
미래의창 펴냄
‘문돌이’로서 약간의 열등감이 있다. 수학은 우주의 언어라는데, 우주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부끄러움이랄까. 그런 나에게 이 책 제목은 너무나도 도발적이었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 이과들이 이제는 문학마저 빼앗아가려고 하나. 벼룩의 간을 지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수록, 수학과 문학을 갈라놓은 문·이과 구분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었는가 새삼 깨달았다. 문학의 대가들은 수학적 지식이 풍부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학을 활용해 작품을 집필했다. 작가가 수학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도, 수학적 지식을 활용해서 문학작품을 바라본다면 더 풍부한 이해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문학에는 ‘리포그램’이라는 형식이 있다. 특정 글자들을 금지하고 글을 쓰는 방식이다. 예컨대 조르주 페렉은 그의 소설 〈실종〉에서 단 한 번도 ‘e’를 쓰지 않았다. 반대로 속편 〈돌아온 사람들〉에서는 모음 중 유일하게 ‘e’만을 활용했다. 여기서 저자는 묻는다. 어떤 소설이 더 쓰기 어려웠을까?
판정 방법은 간단하다. 금지된 글자가 등장하는 평균 빈도를 계산하고, 그 값에 소설 전체 단어 수를 곱해 난이도를 구하면 된다. 프랑스어에서 ‘e’가 등장하는 빈도는 0.16716이고, 〈실종〉은 약 8만 단어로 구성되니 난이도는 1만3373이 나온다. ‘e’를 제외한 모음들의 빈도는 0.28018이지만 〈돌아온 사람들〉의 단어 수는 약 3만6000개에 불과해 난이도는 1만86이 나온다. 결국 〈실종〉이 더 쓰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단한 수학을 통해 알 수 있다.
수학을 통한다면 문학을 얼마나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지 예시가 이 책에는 풍부하다. 저자의 말처럼, 때로는 이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중학교 수준의 수학적 지식만 나오니 과감히 이 아름다움에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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