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드려요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서는 늘 배울 점이 있다. 혹여나 그것이 마냥 훌륭한 점은 아닐지라도, 반면교사라는 단어가 있는 만큼 상대의 어떠한 면도 나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1년에 144번 이상 성적표를 받으며 수많은 실패와 좌절, 도전과 성공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실패 후 주저앉은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 다시 일어나 도전을 시작하는 마음이나 성공을 다루는 법 등 나와는 다른 사람이 인생의 굴곡을 어떻게 대하는지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반드시 전달자가 있어야 대중에게 닿는다. 야구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종목까지 영역을 옮겨 다니며 마음을 전하는, ‘KBS N Sports 아나운서’이자 ‘작가’ 오효주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김서현 Location <더그아웃 매거진> 스튜디오
먼저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11월 27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스포츠 아나운서 오효주라고 하고요. KBS N Sports에서 야구 리포팅과 ‘아이 러브 베이스볼’ 진행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겨울이라 배구 시즌이라서, ‘스페셜 V’라는 배구 매거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요.
36호(2014년 4월 호)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나요. 그 이후로도 아나운서나 캐스터 선배들이 여럿 출연했는데, 그동안에도 본지를 계속 지켜봤나요?
제가 입사하자마자 첫 인터뷰를 하게 된 게 <더그아웃 매거진>이었어요. 그게 2014년에 입사하자마자 제일 먼저 했던 외부 인터뷰였는데요. 여름쯤이었던 것 같으니까 딱 10년을 넘었네요. 감회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열심히 보죠. 최근에 (권)성욱 선배 출연하신 것도 봤어요.
야구 시즌이 끝나면, 배구가 새로 시작되죠.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말씀드린 대로 요즘 ‘스페셜 V’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이 러브 베이스볼’ 같은 배구 하이라이트 매거진 프로그램이라 매일 배구 소식을 전하는 중이에요. 또 올해부터는 제가 캐스터로서도 조금씩 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로 해서, 배구 중계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가 느끼는 야구와 배구의 차이는 뭔가요?
야구는 이닝제인 것에 비해 배구는 점수제여서 25점을 내면 한 세트가 끝나고, 또 세 세트를 이기면 끝나는 스포츠고요.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나뉘어 있어 쉼이 있는 스포츠라면, 배구는 쉼보다는 박진감으로 가득 찬 종목이죠. 계속해서 포인트가 나오는데 점수마다 희비가 엇갈리거든요. 그래서 야구는 조금 긴 호흡으로 볼 수 있다면 배구는 짧고 굵은 호흡으로 즐길 수 있어요. 야구 시즌이나 배구 시즌이라고 해서 제 일상이 특별히 다르지는 않은데, 조금 느지막이 하루를 시작해서 늦게 끝내는 생활 방식은 거의 비슷하고요. 야구는 일단 경기가 많잖아요. 매일 다섯 경기씩 치러지기도 하고, 엄밀히 말하면 타 방송사와 동시에 중계하니 시청률 경쟁도 있어서 좀 더 빡빡하게 지내는 듯하고요. 배구는 월요일을 제외하면 남녀부가 매일 한 경기씩만 하거든요. KBS N Sports가 남자부를 중계하면 SBS 스포츠가 여자부를 중계하고, 또 그 반대가 되는 날도 있는 식으로요. 그래서 타사와 동시에 시청률 경쟁을 하는 건 아니어서 야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죠.
쉬는 날에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해요.
내향인이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고요. 책 읽는 것도 즐겨요. 그리고 보통 쉬는 날에도 경기를 보거든요. 이해하는 동료도 있고 이해 못 하는 동료도 있긴 한데, 일단 틀어 놓고 보면 재밌어요. 안 보면 궁금하기도 하고요. 쉬는 날 오전에는 멍때리면서 정적인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들을 만나고요. 저녁이 되면 가족들하고 모여서 야구나 배구를 보며 식사도 하고 얘기하면서 여유롭게 보내고 있어요.
#책 쓰는 아나운서
올해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과, 작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와의 대화를 책으로 냈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아나운서를 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처음에는 인터뷰도 열심히 다니면서 현장감을 익히고, 종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시작했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이 조금 생기겠죠? 그 이후에는 매거진 프로그램을 하면서 패널들과 야구 얘기를 심도 있게 나누고요. 그렇게 한 단계씩 오르다 보니까 이제는 회사 안에서 하고 싶은 걸 어느 정도 해본 거예요. 그러다 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고민하던 찰나에 떠오른 게, 어렸을 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거든요. ‘나는 책 쓰고 퇴사하는 게 목표다’라고요. 책을 쓰기 전까지는 퇴사하지 않을 거고, 아나운서로서 책을 꼭 한 권 쓸 거라는 말을 말버릇처럼 하고 다녔어요. 그래서 이제는 책을 한번 써보고 싶단 생각을 하던 때에, 우연히 출판사와의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제가 현장에서 선수를 인터뷰하면서 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느낌을 받은 선수가 이정후 선수였는데요. 누구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냐는 질문에, 머릿속에 들어있던 생각이 바로 튀어나왔죠.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네요.
네! 그냥 딱 책 쓰고 싶다고, 이정후 선수가 인상 깊었다고 얘기하면서 시작했어요. 마음속으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건 오래됐지만, 그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건 정말 짧은 순간에 결정된 거죠.
이정후 다음 인터뷰이가 이범호 감독이었던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이걸 시리즈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인터뷰 대상은 누가 괜찮을지 고민하다가, 이것도 똑같이 여느 때처럼 현장으로 나간 날 시작됐어요. 이범호 감독님 인터뷰를 저 멀리서 듣는데, 한 마디에 꽂힌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의 가치관이 더 궁금하고, 배우고 싶고 알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죠. 그 한 마디가 책에도 담겼는데요. 4월에 선수들의 줄부상 덕분에 많이 배운다고 하셨던 적이 있거든요. 어떻게 부상에 ‘덕분에’라는 말이 붙을 수 있는 건지 의문이었는데, 그 말속에 울림이 있어서 이범호 감독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죠.
인터뷰한 내용을 활자로, 그것도 두꺼운 책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어렵긴 하죠. 이게 제 오랜 꿈이긴 했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마감일이 정해지다 보니 의무감이 생기잖아요. 마냥 책 한 권 쓰면 좋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언제까지 내가 원고 작성을 마치지 않으면 약속이 어긋나는 게 되니까요. 책의 내용을 채워간다는 게 제가 예상한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일이긴 하더라고요. 그냥 글 한 편이 아니라 책 한 권이라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지금까지의 두 작품 속에서는 이정후, 이범호 두 분한테 배울 수 있는 인사이트가 넘쳐서 분량에서 어려움은 없었어요. 오히려 이걸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내서 읽기 쉬운 말로 전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의 진심을 그대로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어쨌든 본업과 병행해야 하니까 꽤 어려웠겠어요. 시간 활용이 중요했을 텐데, 어떻게 했나요?
맞아요.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는 거니까요. 책을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한데 책 때문에 방송을 망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요. 양쪽에 집중하느라 시간을 쪼개는 게 어렵긴 했는데, 그래도 저는 오히려 원고를 쓰는 시간이 힐링 됐어요. 물론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들 수 있어도,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좀 충전이 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시작할 때만 해도 이들의 이야기에 저만의 철학을 담아 잘 풀어내는 게 목표였거든요. 근데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어보니까 한층 더 진지해지더라고요. 그들의 진심을 보다 크게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더 마음을 쏟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독자가 이 책을 스포츠 위인전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였으면 해요. 그냥 이정후 팬, 이범호 감독님 팬, KIA 팬, 야구팬만이 아니라 스포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이 사람의 인생 속에서 배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삶의 철학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괜찮겠다 싶죠.
인상 깊은 독자 후기도 있었나요?
일단 최근에 쓴 거는 이범호 감독님 책이니까, 감독님의 평이 기억에 남아요. 내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는데 어떻게 그걸 잘 알고 이렇게 글로 풀어줬냐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거든요. 또 주변에서도 “야구는 잘 몰라도 네가 쓴 책이라 읽어봤는데 이정후 되게 멋있다”라고 하는 말이나, 이 사람의 마인드를 배우고 싶다고 들을 때 뿌듯하고 기쁘더라고요.
또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선수 이야기가 있을까요?
본의 아니게 야구와 관련된 두 분을 했는데, 저는 다른 종목으로도 분야를 펼쳐보고 싶거든요. 사실 단장님도 염두에 두고 있고요. 배구로 보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김)연경 선수한테도 제가 수시로 언니 책 쓰고 퇴사할 거라고, 언니 책 꼭 쓰고 싶다고 말하긴 하거든요. (웃음)
#사람 오효주
언제부터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꿨는지 궁금해요.
사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것도 다른 분들에 비하면 오래되지 않았고 또 분야를 스포츠만으로 한정 짓지도 않았거든요. 근데 확실한 건 스포츠는 정말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집안 분위기가 그랬고요. 그래서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면 잘할 수 있겠다, 나한테 잘 맞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러다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닐 당시에 본 첫 공고가 스포츠 아나운서였어요. 사실 그때 저는 어리기도 했고 자신도 없어서 지원을 안 하려고 했는데, 학원 선생님이 그런 용기도 없이 어떻게 아나운서를 할 거냐고 자극하셔서 호기롭게 시도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게 잘 돼서 이렇게 됐죠. 인연이었는지 운명이었는지 그렇게 되더라고요.
보통 스포츠 방송국은 채용도 적고 입사도 힘들잖아요. 최종 합격부터 지금까지 롱런하고 있는 본인만의 비결은 뭐라고 보나요?
그때 그냥 한번 도전해 본다는 마음이어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속된 말로 뻔뻔했고요. (웃음) 그냥 제가 가진 걸 밀어붙였던 것 같아요. 정형화된 표현이나 나를 꾸며놓는 그런 표현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저를 드러냈던 게 통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어요. 면접장에서도 지금 KBS N 스포츠 아나운서 중에는 저처럼 어린 아나운서도 없고, 까무잡잡한 아나운서도 없지 않냐면서 얘기했거든요. 선배님들도 물론 정말 멋지신데 이 선배님들에게 없는 게 제게는 있다는 식으로 어필했어요. 다행히도 그 방식이 통했죠.
아나운서로 입사하기 전부터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잘하는 성격이었나요?
그건 그랬던 것 같아요. 내향인이긴 한데 대화 중간에 공백 생기는 걸 못 견디는 스타일 있잖아요. 제가 그래요. 어색한 곳에서 사회를 맡으려는 사람이었거든요.
인터뷰가 어려울 때도 있을 텐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나 상대 컨디션이 나빠 보일 땐 어떻게 하나요?
그럴 때도 있죠. 실제로 저도 시행착오를 자주 겪었어요. 실패도 했고, 머리 싸매면서 자괴감 느낄 때도 있고요. 근데 사실 저는 인터뷰는 어쩌다가 하나 좋은 게 얻어걸리는 거지, 막 스킬이나 노하우가 이만큼 쌓인다고 해서 어떤 순간에도 늘 잘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가 잘 되더라도, 그냥 운이 좋았다고 여기는 편입니다.
인터뷰나 경기 중 리포팅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할 때 무조건 최대한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하려고 노력해요. 좋은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계속 스스로 물어봐요. 그러니까 만약 어떤 선수가 대기록을 썼다고 하더라도, 감정 이입해서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의심하는 거죠. ‘정말 좋을까?’, ‘그 안에 무슨 다른 이야기는 없을까?’하고요. 그 사람의 최근 상태나 성격 등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에 제 감정을 넣어보곤 해요. 그런 감정 이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리포팅할 때는 시청자들이 왜 이 경기를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자문하려고 해요. 취재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보다도, 제가 어떤 말을 던졌을 때 시청자가 이 경기를 궁금해할지 곱씹으면서 준비해요.
스포츠 아나운서의 묘미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생방송과 현장 리포팅 중 어디에서 더 크게 느끼나요?
무조건 현장에서 느껴요. 카메라에 담기는 장면들이 물론 있지만, 잡히지 않는 제스처도 분명히 있잖아요. 그런 현장만의 표정을 보는 게 좋아요. 화면에는 타석이 잡혀 있지만 대기 타석에 있는 선수, 더그아웃에 돌아온 선수들의 반응이 궁금하거든요. 아무래도 현장이 재밌죠.
전국 구장을 다니는 게 직업인 만큼, 이 일을 시작하고 새롭게 빠지게 된 도시도 있을까요?
이건 올해라서가 아니라 광주에 가면, 거리를 지나다니기만 해도 되게 자주 알아보시고 친근하게 대해 주세요. 특히 야구가 끝나고 돌아다니면 더 그런 느낌이에요. 인지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의 정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다른 지역도 정겹지만, 특히 광주 분들은 정말 표현을 풍부하게 하신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부산도요. 보통 저는 그 지역의 민심을 바라보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 택시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야구장으로 가달라고 하면 기사님하고도 가는 내내 야구 얘기를 하게 되거든요. 커뮤니티에도 없는 찐 반응을 느낄 때마다 재밌어요.
KBS N Sports에는 김가현 아나운서(현 SBS 아나운서) 이후로 후배가 없잖아요. 그래서 힘들다거나 아쉬운 마음은 없나요?
업무량이 힘들고 버거울 수 있지만, 저는 성향이 막내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저한테 막내라는 이유로 궂은일을 시키시면 저는 마땅히 해요. 대신 밥을 얻어먹죠. 그런 게 괜찮더라고요. 후배가 들어온다고 해서 바쁜 일이 마냥 해결되진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코로나19로 관중 입장도 안 되고, 마스크를 쓰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던 시기에는 스포츠 업계 종사자로서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아까 말한 것처럼 현장에서 표정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선수 입 모양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심리 상태 같은 부분들은 아예 포착할 수 없으니까 어려움이 있었죠. 근데 감사하게도 제 주변에 스포츠 팬이 무척 많거든요. 일단 엄마랑 오빠부터가 엄청난 팬이어서 팬들의 민심을 많이 알려줘요. 또 종목별로 각 구단에 미쳐 있는 팬들이 한 명씩은 있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이 커뮤니티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요약해서 저한테 알려주기도 해서요. (웃음) 그걸 잘 활용해 갔죠.
스포츠 아나운서로 살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보통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힘들어하는 게 지방 출장을 가면 낯선 곳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고 저녁에도 늦게 끝난다는 거예요. 또 늦게 끝난 이후에 식사를 하니까, 야식을 먹는 날도 잦아요. 근데 저는 그게 잘 맞더라고요. 머리만 대면 바로 잘 수 있고 술도 잘 마시고요. 요즘 힘든 거는, 지금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정체기를 맞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영역 확장을 위해서 고민하고 있고요. 어떤 영역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우선 배구 중계도 그 일환이죠.
아나운서로서 리포팅을 준비할 때와 캐스터로서 중계를 준비하는 데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해보니까 아나운서로서 리포팅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제가 인터뷰할 때 중요시하는 것 중에 감정 이입이 있다고 했잖아요. 근데 캐스터는 그저 감정 이입으로만 될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기록만 무작정 찾아봐서 되는 것도 아니에요. 일단 시청자들이 듣기 좋은 표현과 발성, 그런 어투들이 일단 장착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전 아직 많이 부족하고요. 그리고 저는 낯선 반응과도 싸워야 한다고 보거든요. 시청자는 지금까지 남자 캐스터들의 중계에 익숙해져 있으실 테니까요. 물론 제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크지만, 낯설기 때문에 시청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우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 하면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수밖에 없는 건지 고민하고 있어요.
캐스터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이것도 영역 확장을 위한 도전이죠. MC나 인터뷰, 리포터, 사회자 정도의 역할은 그래도 회사 안에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어느 정도 했거든요. 그래도 여자 아나운서들이 수명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남자 선배들하고 같이 흐름을 타고 갈 게 필요한데, 일단 그 첫걸음이 캐스터가 아닐까 싶었어요. 마침, 회사도 그런 부분에 조금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서 시작하게 됐어요.
앞으로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아나운서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 저는 매해 목표가 작년과 조금이라도 달라지자는 거거든요. 딱 하나만이더라도요. 근데 그 하나가 되게 사소해 보이는데 무척 어렵더라고요. 익숙한 일을 계속 반복하는 삶은 지루하지만, 편하잖아요. 작년에는 없었던 무언가를 해낸다는 건 참 어렵지만, 그럼에도 하나 더 하겠다고 항상 고민하는 거죠. 그렇게 작년보다는 올해 좀 더 커져서 ‘오늘의 야구’ 한 마디를 쓰고 있고요. 또 거기서 더 나아가 책도 썼고요. 사실 출판사에서는 한 번 정도는 쉬라고는 하는데 저는 올해보다 내년에 또 하나 더 해내겠다는 욕심이 커서 그 ‘하나 더’가 뭘지 고민하는 이번 겨울이 될 것 같아요.
아나운서이자, 작가 오효주를 응원하는 스포츠팬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사실 오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왔어요. 제가 고려한 건 딱 하나였거든요. 신인 때 제일 처음으로 했던 <더그아웃 매거진> 인터뷰였는데, 10년 차에 다시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는 거요. 이런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새삼스레 초심이 떠오르더라고요. 사실 일을 시작할 때 저는 다른 아나운서들과는 다른 유형이었던 것 같거든요. 저만의 돌파구로 생각했던 게, 좀 더 내실을 다지자는 것과 리포팅이나 인터뷰 내용을 탄탄하게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그걸 위해 조금 더 공부하고 조금 더 연구했던 시간이 지금의 작가이자, 캐스터, 아나운서 오효주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부족하고, 욕심이 나거든요. 앞으로도 매년 하나 더 해내는 저 자신이 쌓여서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5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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