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리듬 개선음료 '슬리핑보틀'
개발 및 수출기
20년 전, 맛있는 건 좋지만 살찌는 건 싫었던 대학원생은 설탕과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 레스토랑을 창업했다. 건강식 개념이 생소했던 시절, 그 레스토랑은 웰빙 식단의 지평을 열고.유명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년 후 그 대학원생은 우리나라 최초로 수면음료를 개발했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머스카의 김은경 대표(45) 얘기다.
과도한 업무, 과열 경쟁 등으로 촉발된 스트레스로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해외에서도 수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추세다. 수면 시장에서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중적인 대안은 없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에 착안에 수면음료라는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가 개발한 ‘슬리핑보틀’은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신시장 도전기를 들었다.
◇아마존에서 잘 나간다는 한국 음료수의 정체
슬리핑보틀은 수면리듬 개선음료다. 타트체리, 감태추출물, 가시오가피, 대추, 치자 등 숙면에 도움된다고 알려진 10가지 천연 유래 성분을 배합해 만들었다. 머스카의 슬리핑보틀 수면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특허물질 ‘SB 농축액’(특허 제 10-2548951 호)이 들었다. 천연성분으로 구성된 혼합 음료로, 약물에 부작용이나 내성 우려 없이 장기간 복용해도 된다.
누적 150만병 팔렸다. 잠들기 1~2시간 전 기호에 따라 바로 섭취하거나 데워 마시면 된다. 용량이 100ml라 비행기 탑승 시 기내에 반입할 수 있다. 장시간 비행 시 불편한 잠자리를 보도할 용도로 활용가능한 것이다. 전국 유명 백화점, 면세점, 프랜차이즈 약국, CJ올리브영에 입점했다. 특히, CJ올리브영 푸드 카테고리에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도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다. 아마존, 월마트 등의 유명 유통 채널과 현지 홈쇼핑 판매로 K슬립테크의 저력을 과시하시는 중이다. 현재 온라인몰(www.metashop.co.kr)에서 한정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꿈 많던 워킹맘에게 찾아온 불청객, 불면증
20년 가까이 F&B 비즈니스에 종사했다. 2000년대 초 시작한 작은 카페를 국내 23곳, 해외 3곳의 매장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키웠다. “거창한 뜻은 없었어요. 대학원 친구와 ‘카페나 하나 해볼까’하는 마음이 시작이었죠. 맛있는 건 좋은데 살찌는 건 싫었거든요. 혀는 즐겁지만 칼로리가 낮아 몸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하기로 했어요.”
20대 중반부부터 30대까지의 삶을 외식업에 갈아 넣었다. “스스로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원료 수급부터 주방관리, 식당 운영 및 셰프와 호흡을 맞추는 일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했어요. 전투적으로 임했죠 덕분에 맷집도 키우고 브랜드 키우는 법을 배웠어요. 소중한 시간이었죠.”: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다. 그 후유증으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쉬는 날도 없이 일하면서 육아와 아이들 교육만큼은 내려놓지 못했어요. 불면으로 체력이 떨어지니 몸과 마음이 지치더군요. 건강한 잠이 절실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 많았어요. 저 같은 워킹맘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나 시니어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수면 문제를 겪고 있었죠. 이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보고 싶었죠.”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멜라토닌을 복용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미국 방문 기념품으로 멜라토닌을 사오는 분들이 많아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이니까요.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에서 어린이용 멜라토닌까지 판매하는 게 모순적으로 느껴졌어요.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수단이니까요. 사업 경력을 살려서 부작용 없는 수면 보존 수단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 수면 보조 음료 ‘슬리핑보틀’ 개발 및 해외 진출기
슬립테크 시장을 조사했다. 수면 조명이나 헤드셋 같은 제품은 비용 문턱이 높다. 의약품은 처방을 받아야 하고 내성이나 부작용 우려가 있었다. 허브티나 아로마 오일 같은 자연 치료제는 객관적 논거가 부족했다. ‘진입 문턱이 낮으면서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검증된 것’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숙취해소 음료에 아이디어를 얻어 ‘수면 음료’를 개발하기로 했다.
1. 건강기능식품 대신 일반 식품으로 허가 받은 이유
건강기능식품 대신 일반 식품으로 허가를 받았다. “기능으로 따지면 건기식 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습니다. 건기식이나 의약외품이라는 키워드가 붙으면 구매 전 한번 더 생각하게 되거든요. 소비의 층위가 달라지는 느낌이죠. 다음날 출근을 위해서 꿀물을 마시는 것처럼 꿀잠 자고 싶을 때 편히 먹는 음료로 포지셔닝 하고 싶었어요. 수면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하는 안전한 음료의 이미지를 점유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생소한 제품은 눈에 뛸 수밖에 없다. 경쟁사로부터 아이디어를 갈취당할 가능성을 상정해 보호망을 설계했다. “우리나라의 식품법상 전성분을 밝혀야 합니다. 열과 성을 다해 개발한 레시피를 외부에 노출시켜야 하죠. 파는데 급급하다가 아이디어를 도용 당해 무너진 브랜드를 너무 많이 봤어요. 회사를 방어하면서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SB 농축액’(특허 제 10-2548951 호)을 개발했죠. 핵심 원료를 농축액에 담고 특허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등록한 수면음료는 슬리핑보틀이 유일합니다. 해외 PCT 출원도 완료했어요.”
효용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홍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품질과 안정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각종 인증을 획득했다. “특허뿐만 아니라 미국 FDA 인증, 비건인증, 투세이프 인증 등을 받았습니다. 투세이프는 임산부가 섭취했을 때 태아에게도 안전한 식품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이가 먹어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아기가 먹어도 되는 수준을 넘어서 태아가 먹어도 무해한 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콜라보다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 보다 인증이 낫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인증을 확보했죠.”
2. 해외 바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테일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수면음료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단기간에 승부를 내는 덴 한계가 있었다. 슬립테크 시장이 성숙한 미국에서 먼저 인지도를 키운 후 한국 시장에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건기식 산업이 발달한 호주도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통상 호주에서 성공한 식품은 호주 프리미엄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바이어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영리하게 전략을 짰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제조국은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죠. 바이어들이 이 두 조합에 열광합니다. 현지에 직원이 있어서 소통이 원활한 회사가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취급한다는 점이 큰 신뢰를 주거든요.”
미국의 아마존, 월마트 온라인 등 메인 유통 채널뿐만 아니라 로컬 약국에 입점했다. 현지 홈쇼핑 판매도 수차례 진행했다. 2024년, 호주 태즈메이니아에 있는 올가닉 건강식품매장을 시작으로 호주 메인 천연제품 유통사 글로벌 바이 네이처(Global by Nature), 유명 천연제품 프랜차이즈 미스터 비타민즈(Mr.Vitamins) 입점이 확정됐다. “해외 소비자들은 ‘노 멜라토닌’이라는 키워드에 호응합니다. 전성분이 자연유래 성분이라는 점도 강력한 소구 포인트가 되고 있죠. 한국 소비자들은 일반 식품인지 건기식인지만 따져보는 반면, 해외 소비자들은 모든 성분을 확인하거든요. 아마존은 리뷰 조작을 할 수 없는 채널인데요. 진심 어린 구매 후기가 많아요. 제가 의사가 아니라 의학적인 의사결정을 대신할 순 없지만 슬리핑보틀 덕분에 수면제를 끊었다거나 줄였다는 후기를 보면 뿌듯합니다.”
해외 시장을 노리니 예상치 못한 기회가 많이 생겼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의 인플루언서가 ‘꿀잠템’이라고 소개를 했나봐요. 유명 관광지 약국 중심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약사들의 전화를 받고 이 인지했어요. 그 인플루언서가 먼저 공동구매를 하고 싶다고 제안해서 역직구를 시작했습니다. 이 일을 발판으로 일본 입점을 준비하고 있어요. 중동 지역에서도 아마존을 통해서 구매가 발생했어요. 소득이 높은 지역이라 배송비가 장벽이 되진 않더군요. 중동 지역의 현지화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3. 캐시카우로 시작한 일을 본 목적 달성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
2019년 머스카를 창업하고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제품 개발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생존을 위한 캐시카우가 목적이었는데 잘했어요. 테이블웨어를 수입해서 호텔 레스토랑에 납품했고 식당 컨설팅을 했어요. 홍콩 여행 경험을 살려서 유명 5성 호텔 체인인 하얏트에 어린이 어메니티 상품을 기획 및 제작하기도 했죠. 호텔 비즈니스 생태계는 폐쇄적이라 신생 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편인데요.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은 것 같아요. 문의가 들어오는 건 모두 해결해서 다산콜센터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그렇게 확보한 네트워크와 실력은 슬리핑보틀을 위한 자산이 됐다. “슬리핑보틀을 위해서 한 일인데 굵직굵직한 기업의 파트너가 됐어요. 삼성전자, 귀뚜라미 보일러, KB금융, 한국수면산업협회, 유명 요가 브랜드, 제약회사 등과 협업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죠. 가장 자랑하고 싶은 일은 일반 유통 채널 외에 병원, 항공, 호텔의 파트너가 된 것입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과 협력해 세브란스헬스체크업 환자의 회복을 위한 제품을 공급 중입니다. 외항사와도 상품을 기획해서 납품하는 계약을 했습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는 슬리핑보틀에 머스카에서 개발한 개인수면습관체크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공급하는 중입니다.”
◇수면제 수요 대체하며 약국서 인기
치밀하게 판을 짠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슬리핑보틀은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 CJ올리브영에 입점했다. 온누리약국을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 약국에도 진출했다. 기존의 수면제 수요를 대체하며 빠르게 매출을 올리는 추세다. 누적 판매량은 150만병이다. 수면음료 카테고리의 한계를 깨고 그랜드하얏트호텔, 세브란스병원 등 유명 약국, 호텔에도 진출했다. 2024년 11월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수요가 몰려 품귀현상을 빚었다. 품절대란을 기점으로 생산 단위를 확대했다. 현재 온라인몰(www.metashop.co.kr)에서 한정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단잠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정작 김 대표는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매일이 벅찬 감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후기를 볼 때마다 제 가족의 이야기 같아요. 갱년기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불규칙한 근무환경으로 잠 못 드는 가족을 위해 구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람과 더 큰 책임감을 동시에 느껴요. 다양한 나이대와 취향을 지닌 소비자를 위해 특허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제품을 올해 출시할 예정입니다. 제 강점은 꾸준함과 전투력인데요. 두 역량을 소비자의 수면문제를 해결하는 데 쏟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