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청 논정원 도심속 이색 명소 부상

전국최초 청사내 논정원
오리·청계 등 동물 서식
시민들에 나이불문 인기
하루 100명 이상 발걸음

13일 울산시청 ‘논 정원’에서 새끼 오리들이 어미 오리들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재미도 있고, 시민들과 직원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힘을 얻습니다.”

 울산시청에는 김두겸 시장이 출근 때마다 항상 들러 확인하는 정원이 있다. 바로 청사 조경 공간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논 정원’으로 조성한 생활정원이다.

 13일 울산시청 생활정원. 성인 허리 높이만큼 자란 벼들이 싱그러운 초록빛을 뽐내고 있다. 벼들 사이로 흰 오리들이 “꽥꽥”거리며 물밑 잡초와 우렁이을 건져내고 있다. 새끼 오리들은 “삑삑” “삑” “삐약”거리며 어른 오리 근처에서 물장구를 치거나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곳곳에 낀 수초를 뜯어 먹거나 벼 사이를 뒤지는 등 어른 오리들의 행동을 따라하기도 한다.

 커플로 보이는 오리 두 마리는 따로 떨어져 나와 햇볕을 쬐며 털을 말리고 있다. 어른 오리들은 사람이 자신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듯 피하지 않지만,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을 만지려는 사람들의 손을 피한다.

 정원 인근에는 아이 주먹만 한 개구리들도 발견된다. 수면에는 소금쟁이들이 수(水)케이팅을 타고 있다.

 임모(65)씨는 “언론을 통해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일부러 찾아와 봤다”며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시골 향취를 느껴 기분이 좋다. 아이들은 오리를 보러 오고, 우리 같은 어른들은 논밭을 구경하기 위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청 내 논 만들기 아이디어는 천편일률적인 공공기관 정원을 색다르게 꾸며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위치한 울산의 정원 가꾸기 사업의 일환인 것은 물론, 벼농사에 대한 이해와 먹거리의 중요성을 부각해 보자는 의도까지 내포돼 있다.

 하지만 생활정원이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정원 조성 후 모내기 때는 방생한 미꾸라지를 따라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왜가리가 방문했다. 수시로 미꾸라지 먹방을 찍은 탓인지 시민들 사이에선 ‘왜가리 무료 급식소’라는 별칭이 붙었고, 원주인인 오리들을 밀어내고 생활정원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또 왜가리 무리 사이에서 맛집이라는 소문이 돌았는지, 정원을 방문하는 왜가리가 두 마리로 늘기도 했다.

 지금은 모내기 당시 고개만 까딱하면 먹을 수 있던 미꾸라지가 자라난 벼 사이로 숨는 바람에 왜가리는 어쩌다가 한 번 방문할 뿐이다.

 왜가리 방문이 줄어들자 원주인인 오리들이 엉덩이를 들이밀며 정원을 점령했다. 시청 역시 이에 화답하듯 정원 확장과 함께 농장에서 공수한 오리 알과 청계 알들을 부화시켜 정원에 풀어놓았다.
 오리들은 부화 후 5일에서 1주일가량 자라면 정원으로 이소한다. 개구리와 장수풍뎅이들도 직원들이 직접 잡아 와 정원에서 기르기도 한다. 다행히 오리 이소 시 우려됐던 길고양이 관련 피해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하루 100명 이상이 찾는 등 이제는 매일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시민들이 생기고 있다”며 “지금 공사하고 있는 부분도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고 가을에 관상수 등을 심을 예정이다. 오리나 청계들이 성체가 되면 주민이나 태화강 국가정원으로의 분양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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