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압박에 숨고르기하는 단기납 종신보험, 또다른 변형상품 등장할까

(자료=각 사 취합, 상품 별 최대 환급률로 계산)

7년 납입 후 10년 거치시 최대 135% (해약)환급률을 보장했던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에 유래없는 관심에 올해 초부터 영업현장에 훈풍이 불었다. 이달부터 환급률이 낮아질 것을 대비해 또 한 번의 '절판' 판매가 불붙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은 단기납 종신보험과 무·저해지 형태의 단기납 질병·치매보험을 대상으로 납입 완료시 환급률 100%이하, 납입 종료 후 장기유지보너스 지급 금지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저축성보험처럼 설계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개정 마감시한인 8월을 고 환급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절판 마케팅 기간으로 판단, 한동안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후 한동안 잠시 사그라들었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납입완료 시점이 아닌 10년 시점을 기준으로 한 환급률 경쟁을 펼치며 금감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로 판매과정 등에 문제가 없는지 현장 점검에 나서며 판매 과열 현상을 진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장 점검 대상이었던 신한라이프와 교보생명은 현장 점검 당시 지적사항이나 특이점을 묻는 <블로터>의 질의에 모두 당시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별다른 지적사항이나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받지 않았다고 회신했다.

그럼에도 이달부터 130%대의 환급률 상품이 사라질 것을 염려해 절판 영업이 기승을 부렸다. 하나생명의 경우 1월 마지막 주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으로 판매 중인 '하나로 THE연결된 종신보험'의 판매 중지 소동까지 벌어질 정도로 서버가 폭주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NH농협생명도 일부 GA(보험대리점) 채널에서는 '투스텝NH종신보험'의 청약시스템 서버 접속 폭주로 설계사에 따라 시간별로 접속자 제한을 걸어두며 판매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하나생명과 농협생명은 해당 상품과 관련, 이달부터 판매를 아예 중지했다.

다른 생보사의 경우 판매 중인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10년 시점 환급률을 120%대로 낮추며 과열됐던 판매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가 단기납 종신보험 7년 납입 10년 유지 환급률을 지난달 135.0%에서 122.0%로 낮췄고, 한화생명은 130.7%에서 122.4%, 교보생명은 131.0%에서 120.0%, 동양생명은 130.0%에서 124.7%으로 각각 조정했다.

신한라이프의 상품설명서에 따르면 1월까지 7년납의 경우 납입완료 시점에 70.0%까지 환급률을 낮춘 대신, 장기유지보너스 지급률을 11.5%까지 높여 10년 시점 환급률을 올렸다. 그러나 2월부터 납입완료 시점인 7년 환급률을 100%로 높이는 대신 장기유지보너스 지급률을 최대 2.1%로 낮추며 환급률을 조정했다. 한화생명도 이달 상품개정을 통해 계약일로부터 10년시점 지급하던 플래티넘보너스를 최대 26.7%에서 최대 18.6%로 낮추며 해약환급률을 조정했다.

한 GA 지사장은 "고객들이 종신보험이라도 본연의 상품 취지보다 환급률을 비교하며 상품을 선택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환급률을 떼어놓고 상품 판매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담 시 고객의 제일 큰 관심사는 시점별 환급률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GA채널에 배포하는 소식지를 통해 같은 종신보험이라도 여성의 경우 더 높은 해약환급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여전히 환급률 부분을 강조해놓기도 했다.

IFRS17 제도 하에서 CSM(보험계약마진)확보가 중요해지면서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이 거세졌다. 보장성보험은 종신보험 외에도 건강보험 상품이 있지만 생보업계의 건강보험 영역은 손보업계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보·손보 겸영이 허용된 건강보험을 포함한 제3보험 시장은 연평균 7.0%의 고성장을 유지 중이다. 손보업계의 경우 이 시장의 점유율을 70% 이상 차지하며 생보업계를 압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생보사가 IFRS17하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상품이 종신보험 외에 마땅하지 않아 결국에는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촉진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20~30년으로 긴 일반적인 종신보험보다 소비자의 거부감이 적다는 것을 이번에도 확인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몇 년 시점 환급률을 내세운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당국의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규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 있어 환급률 135% 상품이 등장했다”며 “IFRS17에서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해야 하는 생보사는 설계사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종신보험의 판매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