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훈 공무원수 '한국의 300배' .. 헌신한 군인에 최대 예우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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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1위 군사 강대국을 장기간 유지하는 비결은 세계 최고 국방비 등 첨단 군사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와 국민들 사이에 깊이 뿌리를 내린 보훈문화가 미국을 장기간 유일 초강대국으로 유지하게 하는 힘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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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보훈이 국가경쟁력 토대다 - (4)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보훈문화
미국 제대군인부 예산, 344조원
전체예산 4.6% 차지… 한국 1%
애국적 행위 보답하는 보훈선양
국민 하나로 묶으며 통합 이끌어
주요국 보훈부처 지위 ‘部(부)’다수
한국 아직 ‘處(처)’… 법개정 시급 지적
미국이 세계 1위 군사 강대국을 장기간 유지하는 비결은 세계 최고 국방비 등 첨단 군사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와 국민들 사이에 깊이 뿌리를 내린 보훈문화가 미국을 장기간 유일 초강대국으로 유지하게 하는 힘으로 평가된다.
미국 제대군인부 보훈 예산(2022년 기준)은 약 344조 원, 정부 예산의 4.6%로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높다. 한국 보훈처 예산(5조8752억 원) 1%, 캐나다(5조7805억 원) 1.2%, 호주(8조7598억 원) 1.4%에 비해 3∼4배 수준이다. 미국은 보훈 대상자가 1954만1961명(2020년)으로 한국 83만9118명(2022년)의 23배 수준이다. 이에 비해 올해 보훈 관련 공무원 수는 미국이 42만5428명으로 한국(1427명)의 약 300배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돌보는 데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수치로 알 수 있다. 미국은 1989년 재정 감축 기조하에서도 당시 전 인구의 3분의 1인 제대군인(가족 포함)을 포함하는 기관 등임을 감안해 제대군인처를 부(部)로 격상하는 등 보훈 위상을 크게 강화하기도 했다.
미국 보훈제도는 1636년 플리머스에서 인디언과의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군인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기 위해 제정한 최초의 식민지법이 시초였다. 이후 1차 세계대전 때 약 470만 명의 참전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프로그램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1921년 제대군인국이 창설됐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1929년 제대군인국, 연금국, 제대군인요양소 통합을 제안했고, 1930년 제대군인처로 승격 조치를 단행했다.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의 보훈 영역은 더욱 크게 확장됐다. 약 67만 명이 부상을 입고 41만 명이 사망하면서 참전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를 돕자는 정서가 확산된 때문이다. 1944년 군인재조정법, 일명 ‘GI Bill of Rights(제대군인지원법)’가 제정돼 제대군인 시혜 개념이 극적으로 전환됐다.
이러한 미국 보훈정책을 이끄는 핵심은 국가는 국민(보훈 대상자)에게 최대의 예우를 하고, 국민은 국가에 최고의 신뢰를 보여주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문화다. 국가유공자들의 애국적 행위와 이에 대한 보답 행위인 보훈선양이 국민을 하나로 엮음으로써 반목과 질시가 아닌 화해와 통합의 길로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김종성 전 보훈처 차장은 “미국의 보훈문화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제대군인의 존엄성을 영원하고, 가장 명예로운 대상으로 간주, 국민의 존경과 예우를 극대화하는 보훈 이념에 기초를 둔다”며 “미국 제대군인의 모토인 ‘전쟁터에서 산화한 이와 그의 아내 및 그 자녀를 돌보는’ 정신 속에 보훈정책과 문화가 함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호주 등 6·25전쟁 주요 참전국은 보훈 주관 부처가 ‘부’인 것과 달리 한 단계 낮은 ‘처(處)’로 운영돼 보훈 예우 소홀 논란 소지도 안고 있다.
최정식 보훈처 소통총괄팀장은 “방한한 해외 제대군인부 장관 접견이나 현지 위로 행사 및 보훈부 대표 면담 시 상대국과 의전 문제 등이 발생해 원활한 보훈 외교 활동에도 한계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보훈 전문가들은 조속한 보훈부 승격으로 보훈 외교에 있어 6·25전쟁 참전국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정부 대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충신 선임기자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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