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어민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한국의 최고급 식재료

한국에서는 고급 요리 재료로 귀한 대접을 받는 참게가 독일에서는 생태계와 지역 주민들을 괴롭히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독특한 생태를 자랑하는 참게는 한국과 중국의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갑각류다.
한국에서는 한강과 임진강 같은 서해로 이어지는 하천에서 서식하며, 그 풍미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반면, 독일에서는 약 100년 전 중국에서 배를 통해 유입된 참게가 엘베강, 라인강, 베저강 등 주요 하천에서 빠르게 번식하며 생태계 파괴와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독일에서 참게는 최악의 생태계교란종

독일에서 참게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20세기 초 화물선의 평형수 탱크를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참게는 처음 오데르강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며 하천과 그 지류를 장악했다.
참게는 민물에서 주로 생활하지만, 번식을 위해 바다로 이동하는 독특한 생태를 가졌다. 가을이면 바다로 내려가 알을 낳고, 부화한 유생은 1~2년 뒤 수십만 마리 떼를 지어 다시 민물로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참게는 잡식성 포식자로서 물고기, 곤충, 조개, 달팽이 등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의 전문가는 “참게는 먹이 사슬의 상위에 있으며, 수십만 마리가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독일 토종 생물들은 참게의 먹이 경쟁과 서식지 파괴로 점차 밀려나고 있으며,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중이다.
참게의 피해는 생태계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강둑에 굴을 파고 땅을 파헤쳐 하천 제방을 약화시킨다. 이로 인해 농경지가 침수되고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라인강과 엘베강 유역의 농민들은 참게로 인한 제방 붕괴로 큰 손실을 겪고 있다.
독일 현지 매체 디 차이트는 “참게가 하천 둑을 약화해 농업과 지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참게는 어망을 손상시키고 어업에 방해가 되며, 지역 어민들의 생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빌트와 같은 매체는 참게가 지역 주민들에게 “하천의 불청객”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한국에선 없어서 못 먹는데 사료로?

독일 당국은 참게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참게를 의약품 원료나 가축 사료로 가공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지만, 그 수가 워낙 많아 효과적인 통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참게는 유럽연합(EU)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세계 100대 침입외래종으로 지정될 만큼 그 위협이 심각하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살아있는 참게의 사육과 거래가 금지됐지만, 이미 퍼진 개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참게의 번식력과 적응력이 워낙 강해 완전한 박멸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지역에서는 참게를 요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독일인들은 민물 게를 식용으로 즐기는 데 익숙하지 않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참게는 독일에서 요리 재료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참게가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의 하천, 특히 한강과 임진강, 섬진강에서 서식하는 참게는 예로부터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참게는 톡톡 터지는 알과 녹진한 내장, 쫄깃한 살점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참게로 간장게장, 매운탕, 튀김 등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임진강과 한강 주변의 파주, 고양 지역에서는 참게 매운탕이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다. 참게 매운탕은 민물고기와 함께 끓여 깊은 국물 맛을 내며, 수제비나 라면 사리를 추가해 먹으면 그 풍미가 더해진다.
하지만 참게는 몸집이 작아 살이 적고,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식당에서 참게 한 마리를 매운탕에 추가하려면 4000원에서 8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자연산 참게는 시가로 거래될 정도로 값이 비싸며, 일부 식당에서는 중국산 참게를 수입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옛날부터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은 참게

참게의 귀한 가치는 그 희소성에서도 나온다.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로 참게 개체 수가 줄어들며, 5cm 미만의 참게는 잡는 것이 금지돼 있다. 여러 지자체는 금어기를 설정해 참게를 보호하고, 재래식 양식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강에서는 수질 개선으로 참게가 다시 늘어나 잠실수중보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잡는 것은 불법이다. 한국에서 참게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문화적 가치를 지닌 존재다.
조선시대 문학에도 참게의 이동 모습이 시조로 남아 있으며, ‘동국여지승람’과 ‘자산어보’에는 참게의 생태와 요리법이 상세히 기록됐다. 중국에서도 참게는 상하이 대표 요리일 정도로 사랑받는다. 통째로 쪄 먹거나 딤섬 속재료로 사용된다. 상하이에서는 가을마다 참게 축제가 열릴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이처럼 참게는 지역에 따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독일에서는 생태계와 경제를 위협하는 침입종으로 골머리를 앓지만, 한국에서는 귀한 진미로 대접받는다. 같은 생물이지만 문화와 환경에 따라 이처럼 다른 운명을 맞는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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