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고, 대통령과 불통, 지지율 추락 ‘사면초가 한동훈’

조미덥·이보라·유설희 기자 2024. 10.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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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보여줘야 하는 취임 초 ‘무기력’
윤 독대 요청 무응답 등 돌파구 못 열어
실망감 커져 당내 의원들 지지세도 약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취임 초기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검찰 20년 지기’로 자신했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소통은 꽉 막혀 있다. 당 지지율은 윤 대통령과 함께 동반 추락했고, 한 대표에 대한 실망감에 당내 의원들의 지지세도 약해지는 모습이다.

한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안들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의정갈등을 해결하고자 중재자로 발벗고 나섰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여전히 출범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지구당 부활 등 공감대를 형성한 의제가 있었으나 후속 논의는 더디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과 함께 약속한 제3자 추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발의는 추경호 원내대표 등 원내 의원 다수의 반대 속에 언제 될 지 알 수 없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24일 지도부와 만찬 후 재차 요청한 ‘독대’도 일주일 넘게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행사에서 마주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대표는 검찰에서 20년동안 함께 일한 사이로서 윤 대통령과의 원만한 소통을 자신했지만, 둘의 갈등은 출구를 찾기 어렵게 악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한 친윤석열계 중진은 2일 “차기 주자로서 차별화는 대선에 가까워졌을 때 하면 된다”며 “의정갈등 등 이슈에서 정부와 함께 하면서 일단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최근 들어 당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실시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에서 모두 당 지지율이 윤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이번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래 이재명 대표와 한 대표가 박빙으로 나왔던 차기 지도자 조사도 최근엔 한 대표가 이 대표에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결과가 다수 나오고 있다. “당 지지율을 우상향으로 끌어올리겠다”던 한 대표 약속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원내에 한 대표를 지지하는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한 대표가 취임할 즈음, 당에는 전당대회 전부터 한 대표와 갈라졌던 강성 친윤석열(친윤)계, 한 대표와 함께 하기로 한 친한동훈(친한)계가 있고 그 사이에 관망하는 다수의 의원이 있었다. 그 중에 총선 때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대표로부터 공천장을 받았던 초선 의원 다수가 한 대표를 우호적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대표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의원들이 많아졌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한 대표한테 자기 정치만 하려 한 ‘이준석 닮은꼴’이란 말들을 한다”며 “친한이라고 할 의원들이 많지 않고 있더라도 원내에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7일부터는 의원들의 무대인 국정감사가 시작돼 원외인 한 대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렵다. 오는 16일 열리는 재·보궐 선거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결과는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당대표 리더십에 큰 타격이 될 변수다.

또 한 대표가 대선에 나서려면 당권·대권 분리 조항에 따라 내년 9월엔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공천권도 없는 대표에게 누가 잘 보이려 하겠냐”(한 친윤계 인사)는 말도 나온다. 친윤계는 국감 후 취임 100일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한 대표에 대한 관망세에서 공세로 전환할 준비도 하고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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