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견디는 '로마인 건축 노하우', 마침내 비밀 밝혀져

기사내용 요약
콘크리트에 '생석회' 섞어넣어 고열 반응 이끌어내
반응 인한 '석회 쇄설암', 재료 '자가 수복 능력' 부여
해당 연구 결과,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 중요한 단서

[서울=뉴시스] 수천 년의 세월에도 끄떡없이 견디는 로마 건물들의 내구성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 로마인들은 콘크리트에 생석회를 섞어넣어 고열 반응을 이끌어내, 재료에 '자가 수복 능력'을 부여했다 2023.01.1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오랜 세월에도 멀쩡한 로마 건물들의 놀라운 내구성에 대한 비밀이 마침내 밝혀졌다.

미국 CNN은 9일(현지시간) 수천 년간의 세월에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로마 건축물들의 내구성에 대한 비밀이 드디어 풀렸다고 전했다. 로마인들은 콘크리트에 '생석회'를 섞어 넣어, 콘크리트에 '자가 수복 능력'을 부여했다.

과거에는 이용됐지만 현대에 이어져 오지 못하고 있는 기술을 실전(失傳) 기술이라고 한다. 중세 아랍에서 사용된 도검 재료인 '다마스쿠스 강'이나 조선시대에 실제로 사용된 '전통 국새 제작 기술' 등이 대표적인 실전 기술이다. '로마 콘크리트' 또한 이러한 기술 중의 하나인데,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로마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천 년의 세월에도 멀쩡하게 견디는 콘크리트를 배합해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소속 연구진들은 '로마 콘크리트'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프리베르눔 유적지 성벽에서 채취한 2000년 된 콘크리트 샘플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해당 성벽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과거 로마 제국 영토에서 발견된 다른 고대 콘크리트들과 성분이 비슷했다. 연구진은 두 콘크리트 모두에서 특유의 하얀색 '석회 쇄설암'이 관측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석회 쇄설암은 최근까지 질 나쁜 원료 사용이나 재료 배합의 불완전성에 대한 증거로써 인식돼 왔으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 토목과 부교수 아드미르 마식은 석회 쇄설암이 사실은 '정확한 배합법'에 의해 의도적으로 콘크리트에 형성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마식 교수는 로마인들이 소석회(수산화칼슘)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와 배합했을 때 가장 반응성이 좋은 생석회(산화칼슘) 역시 사용했으며, 생석회와 콘크리트가 반응할 때 발생하는 고열 현상이 석회 쇄설암을 비롯한 특수한 화합물을 형성하고, 경화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로마인들이 사용한 콘크리트의 '자가 수복 능력'이 석회 쇄설암에서 비롯한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현대식으로 제조한 콘크리트와 고대 로마식으로 제조한 콘크리트를 모두 깨트린 후 2주 뒤 물을 흘려보냈다. 놀랍게도, 물은 현대식 콘크리트는 통과했지만 고대 로마식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는 통과하지 못했다. 로마식 콘크리트의 '자가 수복 능력'이 기능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실전 기술에 대한 발견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줄 수 있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콘크리트 개발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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