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악명 떨친 '차보 사자' 이빨서 식인 근거 발견

이채린 기자 2024. 10. 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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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케냐에서 수컷 사자 두 마리가 악명을 떨쳤다.

갈기가 없는 두 사자는 케냐 차보강에서 철도 교량을 건설하는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잡아먹었다.

미국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차보 사자 이빨에 있던 털을 분석해 사람과 기린, 얼룩말, 영양, 오릭스, 워터벅 등의 DNA를 확인해 분석한 결과를 12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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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필드 박물관에 보관된 '차보 사자'의 이빨. 시카고 필드 박물관 제공

1898년 케냐에서 수컷 사자 두 마리가 악명을 떨쳤다. 일명 '차보 사자'다. 갈기가 없는 두 사자는 케냐 차보강에서 철도 교량을 건설하는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잡아먹었다. 밤에 노동자들이 잠자는 텐트를 습격해 공포의 대상됐다. 최소 수십 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영국 중령 존 헨리 패터슨에 의해 두 사자는 사살됐다. 

과학자들은 차보 사자가 왜이렇게 사람들을 공격했는 지 알고 싶어했다. 전염병으로 주요 먹이인 소의 개체수가 줄며 사람을 노렸다는 분석, 차보강에서 시신을 자주 발견해 사람을 먹잇감으로 삼는 것이 익숙했다는 설명 등이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차보 사자가 기린, 영양부터 사람까지 먹었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확인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고대 표본 DNA 추출·분석 기술로 사자 이빨에서 나온 털을 분석해 얻은 결과라 과거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차보 사자 이빨에 있던 털을 분석해 사람과 기린, 얼룩말, 영양, 오릭스, 워터벅 등의 DNA를 확인해 분석한 결과를 12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패터슨은 1925년 사살한 사자의 유해를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팔았다. 1990년 초 과학자들이 사자의 유해에서 먹은 음식의 흔적을 조사하던 중 충치 부분에 수천 개의 털 조각이 압축돼 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여러 연구자가 현미경 분석 등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조사했으나 사자가 잡아먹은 동물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털에 남아 있는 핵 DNA를 통해 사자에게 잡아먹힌 동물들의 연령 등 정보를 탐색하고 핵 DNA보다 작지만 보존이 잘되는 미토콘드리아 DNA(mtDNA)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모계 혈통을 추적했다. 오늘날 고대 표본 DNA 추출·분석 기술은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짧은 조각에서도 DNA를 추출할 수 있다. 그 결과 차보 식인 사자의 이빨에 남아 있는 털은 사람과 기린, 얼룩말, 영양, 오릭스, 워터벅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놀라웠던 사실은 차보 사자의 입에서 영양의 털이 나왔다는 점이다. 1898년 사자의 서식지에서 가장 가까운 영양 방목지가 서식지로부터 약 80km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차보 사자의 행동을 기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약 6개월 동안 차보 지역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사람을 해쳤다. 장기간 떠났다가 돌아왔다는 것은 사자가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사냥했다는 추측 근거가 된다. 

버팔로 DNA는 사자의 입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전염병으로 소의 개체수가 줄며 사자가 사람을 노렸을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두 사자가 모계를 통해 유전된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공유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서로 형제 관계였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했다. 

<참고자료>

-DOI: 10.1016/j.cub.2024.09.029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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